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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시각장애인과 의사들, 어두운 세상을 밝혔다

이석준
발행날짜: 2013-02-25 06:12:36

한미약품 후원 '빛의 소리 나눔콘서트' 진한 감동 선사

조명은 서서히 어두워졌고 공연장은 이내 칡흑같은 어둠에 휩싸였다. 하지만 연주자들은 당황하지 않았다. 무대 위에서는 여전히 'You Raise Me Up' 찬송가가 아름답게 울려퍼졌다.

암순응이라고 했던가.

갑자기 어두워져 보이지 않던 것이 시간이 흐르자 보이기 시작했다. 바로 어둠 속에서 정열적인 연주를 펼치는 시각장애인 오케스트라 '하트체임버'였다.

곡이 끝나고 조명이 켜지자 우레와 같은 함성이 터져나왔다. 박수갈채 속에는 연주자에 대한 존경심과 본인의 나약함을 꾸짖는 소리가 혼재된 듯 보였다.

지난 23일 오후 5시 한미약품 후원으로 신사동 장천아트홀에서 열린 '제1회 빛의 소리 나눔콘서트'의 한 장면이었다.

제1회 빛의 소리 나눔콘서트 장면.
'하트체임버'에 이어 등장한 '메디칼필하모닉(MPO)'도 주목받기에 충분했다.

MPO는 대부분 현직 의사들로 구성된 오케스트라로 서울의대 교향악단 출신들이 만든 'Doctor's Ensemble' 활동을 계승해 창단된 팀이다. 후원사 한미약품 손지웅 부사장(담당 플루트)도 일원이었다.

'하트체임버'와 MPO 합동연주는 이날 공연의 백미였다.

그들은 서로를 의지하며 모차르트 '피가로의 결혼' 서곡을 정성껏 그려나갔다. 운용운 지휘자(소월 아트심포니 오케스트라 음악감독)도 혼신의 힘을 불어넣었다.

이렇게 두 시간이 넘는 공연이 끝이 났다. 공연장을 빠져나가는 사이 여기저기서 기분좋은 웅성거림을 들을 수 있었다.

"시각장애인 오케스트라를 보면서 현실을 탓하는 내 자신이 작아짐을 느꼈다."

"있는 사람이 나눌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나눌 수 있는 사람이 진정 있는 사람이다."

공연은 끝났지만 그들의 여운은 이제부터가 시작이었다.

콘서트 쉬는 시간에 관람객들이 후원에 동참하고 있다.
한편, MPO는 이번 콘서트를 통해 한미약품과 공동으로 '빛의소리희망기금'을 조성하고 장애아동 및 소외계층 예술활동 지원사업을 사회복지법인 '아이들과 미래'를 통해 진행할 계획이다.

유형래 MPO 단장은 "사람을 치료하는 의사들로 구성된 오케스트라인 만큼 보다 의미있는 연주회를 만들고 싶었다. 이번 콘서트가 음악에 대한 열정으로 어두운 세상을 밝힐 수 있는 따뜻한 계기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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