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보험공단의 숙원인 특별사법경찰권(특사경) 도입이 22대 국회에서도 여전히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최근 더불어민주당 전진숙 의원이 건보공단 특사경 법안을 발의하며 벌써 22대 국회에서만 7번째 발의됐지만, 진행 속도는 여전히 더딘 상황.
공단은 지난 21대 국회부터 법안 통과를 적극 추진 중이나 올해 역시 도입이 불가능해진 상황 속, 건보공단 특사경법이 의료계를 설득하지 못하는 이유를 짚어봤다.
■ 여야의원 공감대 모였지만 의정갈등 상황 속 답보
특사경은 일반범죄(형법) 이외에 특별한 사항에 대한 범죄나 행정 등 전문성이 필요한 수사를 담당하는 사법경찰로 대표적으로 금융감독원 특사경 등이 운영 중이다.
건보공단은 특사경제 도입을 통해 신속하게 불법개설의료기관을 적발하고, 적기에 이들에게 지급된 건강보험재정을 환수해 보험 재정 누수를 방지한다는 계획이다.
실제 건보공단은 지난 2014년부터 1531건의 불법개설기관을 적발하고 수사 의뢰하는 등 사실상 행정조사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하지만 특사경 제도를 인정받지 못해 환수율이 저조하다는 한계가 있다.
실제 건보공단은 지난해 총 58곳의 불법의료기관을 적발해 총 1878억원의 환수결정을 내렸지만, 실제 징수한 금액은 177억원에 불과해 9.47%에 그쳤다.
이 외에도 건보공단의 불법개설기관 진료비 징수율은 ▲2022년 11.37% ▲2021년 46.63% ▲2020년 7.22% ▲2019년 4.52% ▲2018년 13.53% 등으로 대체로 저조한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이에 건보공단은 특사경법 도입을 위해 지난 국회부터 여러 의원실을 설득하며 최선을 다하고 있다.
건강보험공단 사법경찰직무법은 지난 21대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정춘숙 의원 및 서영석 의원, 김종민 의원, 국민의힘 이종배 의원 등 4개 의원실에서 발의됐다.
지난 1월 10일 제411회 법사위 제1소위에서 심의할 당시 건보공단 등은 반대의원 지적사항에 대해 의원실을 방문해 개별면담을 진행하며 설득해 쟁점은 일부 해소됐으나, 소위 미개최로 회기가 만료돼 결국 폐기됐다.
이후 22대 국회 또한 여야의원실 총 7곳에서 사법경찰직무법 개정안이 발의됐다. 구체적으로 더불어민주당 윤준병, 박균택, 서영석, 김주영, 전진숙의원실 및 국민의힘 이종배, 조배숙 의원실 등이다.
22대 국회에서는 주무부처를 포함한 여야의원들의 공감대가 모아져 기대가 컸지만 의정갈등 상황과 산적한 의료현안 등에 밀려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국회 관계자는 "지난 2월부터 의대증원을 둘러싼 정부와 의료계 갈등이 이어지고 있어 의료계 관련 법안 처리가 조심스럽다"며 "특히 의료계가 민감하게 반응할 우려가 높지만 당장 처리가 시급하지 않은 법안은 후순위로 밀리는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공단은 특사경 도입을 내년에도 적극 추진할 방침이다.
건보공단 관계자는 "신속하고 빠른 수사를 위해 불법개설기관의 행정조사 전문성을 갖춘 건보공단에 수사권을 부여해 국민의 건강과 재산을 지키는 대책이 필요하다"며 "공단에 특사경 권한이 부여되면, 수사와 함께 보전절차를 검사에게 즉시 신청할 수 있어 재정누수 차단이 가능해진다"고 강조했다.
이어 "건보공단 특사경 수사는 불법개설 의심기관에 한하여 연간 200개소 정도 수사가 진행될 것으로 예상
된다"며 "신속한 수사를 통해 연간 약 2000억원 규모의 보험 재정누수 차단을 기대할 수 있다"고 전했다.
■ 의료계 "건보공단 특사경, 의사 기본권 침해 소지…결사반대"
건보공단 특사경이 쉽게 국회를 통과하지 못하는 이유는 의료계 반대가 심각하기 때문이다. 공단에 수사권한을 부여하면 동등해야 할 공급자와 보험자의 관계가 왜곡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특히, 의료계는 건보공단 특사경의 병의원 방문조사시 조사권한 외의 부분까지 관여하며 초법적 권한을 행사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대한의사협회 관계자는 "건보공단 특사경법은 의사 자체를 잠재적 범죄자로 보는 경향이 있을 뿐 아니라 법안 자체가 악용될 가능성이 높아 의사들의 정당한 진료권을 위축시킬 수 있다"며 "의료기관 조사 임의 절차마저 심리적 압박으로 사실상 강제 수사처럼 변질될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사무장병원은 같은 지역의 의사들이 가장 먼저 인지할 수 있다"며 "공단은 사무장병원 척결을 위해 수사권을 갖기보다 의료계가 스스로 적발할 수 있도록 신고를 의무화하거나 자율적 정화 활동을 적극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수도권 개원의 A씨 또한 "과거에 과도한 현지조사로 인해 개원의가 극단적 선택을 하는 등 이미 부정적 사례가 많다"며 "이들의 권한을 제한할 한계가 없는 상황 속 특사경 권한까지 부여한다면 더 심각한 피해가 나타날 것. "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건보공단의 특사경제 도입은 의사의 기본권을 침해할 소지가 높기 때문에 도입돼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건보공단은 이러한 의료계 우려에 대해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건보공단 관계자는 "공단은 현지조사시 부당청구가 의심되면 건보공단 표준확인지침 및 행정조사기본법에 따라 절차를 지키고 있다"며 "조사권한 남용으로 징계나 형사처벌을 받은 사례 역시 전무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그는 "또한 공단 전 직원은 인권 관련 교육을 필수적으로 이수하고 행정조사와 방문확인 운영지침에 인권선언문 매뉴얼을 시행 중"이라며 "특히 행정조사 직원은 검찰청 감찰부 인권담당관으로부터 조사관련 인권교육을 별도로 받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건보공단이 특사경 권한을 부여받으면 수사에 관한 인권보호규칙을 별도로 마련해 시행할 예정"이라며 "의료계가 걱정하는 일은 나타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의료계 자율적 정화와 관련해서도 별다른 소득을 얻지 못했다는 것이 건보공단 입장이다.
그는 "공단에 따르면 실제 의사협회에서 불법개설기관 신고 이첩은 10년 동안 단 2건뿐"이라며 "건보공단이 의협 홈페이지에 불법개설 신고센터 운영을 수차례 요청했음에도 모두 거부당했다"고 밝혔다.
의료계는 건보공단이 사무장병원 수사에 대해 충분한 전문성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는 점 또한 문제로 지적한다.
이에 건보공단 관계자는 "불법개설기관을 입증하기 위해서는 고도의 의료 이해도가 요구되어 수사기관이 수사의뢰 접수를 꺼린다"며 "하지만 건보공단은 10년간 불법개설 행정조사 업무를 실질적으로 수행하면서 풍부한 경험이 축적됐고, 전문인력도 3302명을 보유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 건보공단에는 ▲간호사 2675명 ▲의사 5명 ▲약사 27명 ▲물리치료사 384명 ▲임상병리사 76명 ▲방사선사 92명 ▲치과기공·위생사 19명 ▲수사관 출신 7명 ▲변호사 17명 등이 근무 중이다.
건보공단은 "수익창출에 매몰된 불법개설기관을 조기에 근절해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지키고 환수한 재원을 통해 급여범위 확대 및 보험료 부담 경감 등에 활용할 것"이라며 "또한 건보공단 특사경 권한 확대로 불법개설기관 신규 진입 억제 및 자진 퇴출 등 건강한 자정활동을 기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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