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를 처음 만난 것은 2006년, 그러니까 내가 1994년에 강북삼성병원 입사한 후 12년만에 고 임세원 교수를 처음 만났다.
10여년 차이가 나는 선배지만 같은 병원 동료로서 우리는 12년을 더 함께 지내고 지난해 12월 31일 그해 마지막 날 나는 그를 떠나 보냈다.
뒤돌아보면 그와는 묘한 인연이 있었던 것 같다. 비록 그가 떠난 뒤에 알게 되었지만 한 때 그도 흉부외과를 전공하고 싶어했다는 고백에 더 가슴이 메인다.
공사석을 막론하고 그의 모습은 언제나 차분하고, 반듯하고, 설득력이 있는 따뜻한 마음씨의 젠틀맨이었다. 그도 한 때는 가슴의 불편함이 있어서 나의 진료를 받은 적도 있고 나 또한 지인들이 마음의 불편함을 호소할 때 항상 그를 찾기도 했다.
그와 주고 받은 문자메세지 속에서 아직도 그와 속삭이듯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그의 답신은 나도 모르게 지친 일상에서 힐링을 받는 듯한 온정의 배려가 넘친다.
응급호출을 받고 응급실로 달려가 그의 소생을 위해 사력을 다했으나 그를 붙잡을 수가 없었다. 일순간에 어이없이 그를 보내고나니 그토록 그를 사랑한 유족 등 많은 이들이 참담함, 비통함에 억장이 무너졌다.
마음이 아픈 사람들에 대한 그의 애틋한 사랑이 알려지고 유족들을 통해 평소 임 교수의 뜻이 전달되면서 그 큰 희생에도 불구하고 또 다시 배려를 앞세운 뭉클한 무언가가 그를 기리지 않을 수 없게 한다. 너무나 안타까운 상황에서도 유족들의 품격 또한 오히려 더 역설적으로 마음을 후벼 파는 듯하다.
그는 떠났지만 그를 보내지 않고 영원히 간직하기 위하여 남은 우리들이 해야할 일이 있다. 유족들이 슬픔을 절제하며 호소한 것처럼 의료진의 안전을 보장하고 모든 사람이 정신적 고통을 겪을 때 사회적 낙인없이 치료와 지원을 받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우리 사회의 의무이자 책임이다.
정부, 여야, 의협, 시민단체가 머리를 맞대어 임세원의 희생이 헛되지 않도록 안전한 진료환경을 구축하고 마음의 병으로 고통받는 이들이 체계적으로 도움을 받을 수 있는 합리적 법안을 제정하도록 최선을 다해주기를 바란다.
항상 염려하는 바 이지만 추모의 분위기가 식으면서 흐지부지되거나 용두사미로 끝나는 것을 경계한다. 배려의 삶을 살다가 배려로 희생을 당한 만큼 의사자 지정 등 이제는 정부가 최선을 다해 배려해주기를 바란다.
장기적으로는 3차 의료기관에서 너무나 많은 진료량에 매이지 않고 적정 수준의 양질의 심층 진료가 제공될 수 있도록 정부가 정책적으로 많은 고려를 해주기를 소망한다.
저수가 이외에 손쉽게 3차 의료기관을 찾을 수 있는 현재의 상황, 그리고 환자 수 등 진료량으로 생존해갈 수 밖에 없는 3차 의료기관의 형편 등이 얽히고 설켜 방치된 채 굴러가고 있는 의료전달체계를 확립하는 계기로 삼아주기를 바란다.
고 임세원 교수를 우리 삶 속에서 계속 간직하고 싶다. 유족들과도 늘 함께이고 싶다. 그가 그리울 때는 사라지지 않을 그와의 대화창을 언제나 열어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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