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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기야|중증 아토피, 가려움 넘어 삶의 질까지 붕괴

원종혁
발행날짜: 2019-01-28 05:30:58

의료진 "표적 신약 있어도 건강보험 먼 이야기, 환자들 속앓이" 지적
전문가들 "중증 건선 형평성 문제 여전, 치료대상 우선적 급여 인정해야"

#A씨(남, 만 27세)는 출생 시부터 아토피피부염 진단을 받고 평생 치료를 받아야 했다. 전신 및 국소 스테로이드, 면역억제제, 광선치료 등 여러 치료를 전전했지만 증상의 호전과 악화는 계속 반복될 뿐, 지속적인 가려움증으로 밤잠을 이루지 못하는 날은 부지기수였다. 어떤 날은 피부 병변 때문에 극심한 우울증에 시달리기도 했다.

작년 8월 말, 중증 아토피피부염 치료를 위한 획기적인 주사 치료제가 나왔다는 소식을 접했지만 비용 부담이 크다는 얘기에 쉽사리 치료를 시작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 해 10월 국정감사장에는 환자 두 명이 참고인으로 출석해 아토피피부염으로 인한 괴로움을 호소했다. 중증 아토피피부염 환자 B씨는 치료를 위해 장기간 스테로이드를 복용하다 시력까지 잃은 뒤였다.

또 다른 환자 C씨는 "지금은 호전돼 직장생활을 하고 있지만 질환의 악순환으로 병가와 휴직을 반복 중"이라며 "상처 투성이인 몸에 또 언제 예고 없이 증세가 악화될 지 모르기 때문에 늘상 약을 구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무엇보다 이들은 질환으로 인한 심리적∙신체적 고통과 함께, 아토피피부염이 질환 중증도와 상관없이 무조건 '경증질환'으로 분류되면서 높은 치료비 부담에 사회적 관심을 호소했다.

중증 아토피피부염 환자 모습.
"일주일에 4일은 수면장애·우울증"…민간요법 기대는 치료난민까지

실제 아토피피부염은 사춘기 이후 성인까지 지속되는 상당히 긴 유병기간을 가진다. '영유아기에 잠시 앓고 지나가는 가벼운 피부병'이라는 일반적인 인식과는 확연한 차이를 보이는 것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빅데이터 분석자료에 따르면, 2017년 아토피피부염 환자 중 20세 이상 성인의 비중은 43%에 달했다.

특히 성인 환자 중 증상이 심각한 중등도~중증 성인 환자들의 경우엔 극심한 가려움증과 이로 인한 수면장애 및 불안, 우울증 등으로 사회 생활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다.

관련 임상 결과들에서도 해당 아토피피부염 환자들은 일주일에 평균 4일을 가려움증으로 수면장애에 시달렸으며, 심지어 63%의 중증 환자는 12시간 이상 가려움이 지속되는 사례를 보고했다.

대한아토피피부염학회 박영립 회장(순천향대 부천병원 피부과)은 "중등도 이상 아토피피부염은 극심한 가려움증과 피부 병변 때문에 일상 생활에 지장이 큰 경우가 많고 심리적인 고통도 상당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중증 성인 아토피피부염 환자 3명 중 1명은 정신건강 문제를 호소하는데 이는 일반인에 비해 2배나 높은 수치"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지금껏 이들 환자에 장기적으로 투여 가능한 안전하고 효과적인 표준치료법이 부재했었다는 대목이다.

경증 환자의 경우 ▲국소 스테로이드제를 비롯한 ▲항히스타민제 ▲국소 칼시뉴린 저해제 등을 사용하고, 중증 환자에서는 사이클로스포린과 같은 ▲전신 면역억제제를 사용하거나 ▲전신 스테로이드제를 한시적으로 사용할 수 밖에 없었던 것.

박 회장은 "사이클로스포린과 같은 광범위한 면역억제제가 사용되고 있으나 고혈압, 신독성 등의 부작용의 위험으로 1년 이내 사용이 권고돼 있기 때문에 장기간 사용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더욱이 "다른 전신면역억제제에 반응이 없거나 부작용 등으로 사용할 수 없는 환자들은 실상 치료 대안이 전무했다"며 "이런 환자들 중 한방 등 여러 병원을 전전하고 검증되지 않은 대체의학, 민간요법에 의지하는 소위 치료 난민까지 발생하는 안타까운 상황"이었다고 덧붙였다.

20년만 첫 표적 생물학적제제 진입…"국내 아토피 치료 현실 외면하고 있다"

딱히 치료적 대안이 없었던 중등도 이상 아토피피부염 분야에도, 생물학적 제제가 최초 진입하면서 변화가 일기 시작했다.

2017년 3월, 미국FDA에 승인을 받은 사노피 젠자임의 듀피젠트(두필루맙)는 20년 만에 등장한 아토피피부염 표적 신약으로 주목을 받았다. 피부암을 제외한 피부과 질환 치료제 가운데 처음으로 혁신 치료제 지정을 받은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가장 큰 차별점은 표적 생물학적제제로서 아토피피부염 환자에 지속적인 염증을 유발하는 핵심 매개 물질인 '인터루킨-4'와 '인터루킨-13'의 작용을 선택적으로 억제한다는 점이다.

이러한 치료제의 유효성과 안전성은, 성인 환자 2800여 명이 등록된 대규모 임상자료에서 확인된다.

듀피젠트 단독요법으로 투여한 SOLO-1 및 SOLO-2 통합 분석 결과, 투여 16주 시점에서 약 2명 중 1명의 환자가 병변의 크기 및 중증도에서 75% 이상의 개선 효과를 보였다.

또 국소 코르티코스테로이드(TCS)와 병용 투여한 결과에서는 52주차에 약 3명 중 2명(65%)의 환자가 병변의 크기 및 중증도에서 75% 이상의 개선 효과를 나타낸 것. 가려움증의 경우 치료 2주만에 51%의 환자에서 임상적 개선을 보고했다.

피부질환이 삶의 질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하는 척도인 피부 삶의 질 지수(DLQI)의 경우, 5명 중 4명(80%)의 환자가 유의한 개선 결과가 관찰되기도 했다.

하지만 국내에는 치료제의 접근성이 매우 제한적인 상황이다. 작년 3월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허가를 받고 8월 정식 출시됐지만, 보험 급여 적용에 여전히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

실제 듀피젠트가 국내 출시되기 전인 2018년 4월부터, 청와대 국민청원 및 제안 게시판에 급여화를 요구하는 환자들의 청원글들은 빗발치고 있다.

출시 이후 약 5개월이 지난 현재까지 17건의 청원글이 등록됐고, 청원에 참여한 인원은 총 1만3000여 명에 이르는 것이다.

게시물들은 하나같이 "10년간 군대도 가지 못할 정도의 심각한 중증 아토피를 겪으며 대인기피증을 겪고 있다" "아토피 환자들이 대인기피, 우울증 등으로 사회활동을 기피하면서 발생하는 사회적 손실도 무시 못할 수준" 등 질환으로 인한 심각한 고통을 호소하는 상황이다.

지난 해 국정감사 현장에는 중증 아토피피부염 환자들이 참고인으로 출석해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환자 B씨는 "정부에서 아토피피부염 환자들의 약값으로 한 달에 3만원을 지출하는 것으로 예상했는데 실제 로션 하나를 구입하는 데 3만원이 들고 경구약은 10만원 이상"이라며 현 급여체계가 환자들의 치료 현실을 반영하고 있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환자 C씨는 "이전에 한의원에서 치료를 받을 때에는 기본적으로 월 50만원, 추가 치료 시 70만원이 추가로 들었다"며 "현재는 대학병원에서 매월 25만원의 의료비를 내고 있으며, 듀피젠트는 치료 효과가 크지만 비급여이기 때문에 비용 부담이 굉장하다"고 경제적 어려움을 토로했다.

때문에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정춘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중증아토피피부염 산정특례 적용 필요성과 함께 환자들의 의료비 부담과 열악한 국내 치료 환경에 문제를 제기했다.

학계 "생물학적제제 보험급여 우선 적용군 인정 필요"…중증 건선 형평성 문제도 관건

학계 전문가들 역시 치료옵션이 제한적인 중증 환자들에 치료제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서라도 보험급여의 필요성에 의견을 모았다.

박영립 회장.
대한아토피피부염학회 박영립 회장은 "자외선 치료나 사이클로스포린에 충분한 반응을 보이지 않거나 의학적으로 사이클로스포린 사용이 권고되지 않는 환자들은 사실상 다른 치료 대안이 없는 환자군이기 때문에 생물학적제제의 접근성 향상이 절실한 환자들"이라고 말했다.

무엇보다 이런 환자군에는 우선적으로 보험급여를 인정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다.

다른 나라들의 경우 국내와는 사뭇 분위기가 다르다. 일본은 작년 4월 보험 급여 론칭을 했으며 프랑스 및 독일, 이탈리아, 스코틀랜드 등 주요 유럽 국가에서는 아토피피부염 질환의 심각성 및 치료제의 혁신성을 인정해 보험 급여에 포함시켰다.

비용 효과성 입증 등 까다로운 보험급여 등재 절차를 거쳐야만 하는 영국의 경우도, 2018년 6월 영국 국립보건임상평가연구소(NICE)가 듀피젠트를 영국 국가보건서비스(NHS)의 치료제로 권고하는 최종평가결정안을 발표한 상황이다.

한편 같은 피부과 질환인 중증 건선과의 형평성 문제도 대두된다. 중증 건선의 경우 산정특례제도에 포함되면서 최근 출시된 생물학적제제들 모두가 환자 본인부담금 10% 수준에 머문다.

그러나 아토피피부염의 경우 현재 증상의 심각성과 상관 없이 모두 경증으로 분류되고 있기 때문에 비용 부담 차이가 큰 것이다. 이 때문에 아토피피부염 환자의 종합병원 진료 시 처방약제비 본인 부담률은 40~50%, 상급 종합병원은 50~60%로 격차를 보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중증 건선은 환자들의 삶의 질이 암 환자보다도 떨어진다는 여러 조사 결과가 나오면서 사회적 관심과 정책적 지원이 이어지고 있으나 중증 건선 못지 않게 심각한 중등도 이상의 성인 아토피피부염 환자의 삶은 아직까지 상대적으로 가볍게 취급되고 있는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아토피피부염 환자와 건선 환자를 비교한 연구 결과, 피부과 삶의 질 지수(DLQI) 비교 시 성인 아토피피부염 환자들은 건선 환자보다도 삶의 질이 크게 떨어졌으며 건선 환자보다 불안, 우울증, 수면장애 증상을 더 많이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박영립 회장은 "유병기간이 길고 장기적인 치료가 필요한 아토피피부염은 환자 개인의 신체적, 정신적 고통과 경제적 부담뿐만 아니라 일상 생활을 붕괴시켜 사회적 고립을 야기할 수 있는 심각한 질환"이라면서 "치료 접근성 확대를 위한 사회적 관심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편집자주|'급·기·야'는 '급여기준 이젠 이야기 할 때'의 줄임말로, 건강보험 재정절감 때문에 제한적인 의약품 및 치료행위 등의 급여기준을 개선해, 환자의 의료서비스 혜택 확대를 추구하는 메디칼타임즈의 특별 기획 컨텐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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