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나주시 영산포제일병원, 인력기준 위반으로 병원 문닫을 위기 송종기 원장 "위반 인정하지만 열악한 현실에 어쩔 수 없었다"
"이번 달이 개원 17주년인데 응급실 폐쇄를 넘어 병원 폐원을 고민해야 할 것 같다."
"1년 이하 자격정지가 떨어질 수 있는데, 70명 넘는 병원 직원들이 걱정이다."
수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영산포제일병원 송종기 대표원장(영상의학과 전문의)의 목소리는 침울했다.
전라남도 나주시에 위치하며 지역거점병원 역할을 해왔던 영산포제일병원은 지난 24일 응급실을 폐쇄했다. 마침 개원 17주년 되는 날이었다. 도대체 무슨 사연이 있는 것일까.
4명의 의사가 의기투합해 2002년 150병상 규모로 개원했던 영산포제일병원은 지역 인구 감소 등으로 5년 전부터 100병상으로 입원병상을 줄였지만 응급실은 운영해왔다. 인근에 이렇다할 지역거점병원이 없다보니 평일 30~40명, 주말에는 50~70명의 나주시 주민들이 병원 응급실을 내원하는 상황에서 응급실을 접을 순 없었다. 공동원장 4명이 돌아가며 당직을 서며 버텨왔다.
그러나 시간이 갈수록 간호사 등 인력 채용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응급실 운영에 한계에 부딪혔다. 결국 응급실 운영을 위해 간호사 역할을 응급구조사로 대신했다. 불법인 것을 알면서도 매일 응급실을 찾는 환자들을 위해서는 어쩔 수 없었다.
그러던 중 최근 나주시보건소로부터 문제가 적발되면서 응급실 폐쇄가 결정됐다. 당장 지역 주민과 의료계는 발칵 뒤집혔다. 이제 나주시 지역 내 응급실을 갖춘 의료기관은 단 한곳. 나주종합병원 응급실은 북새통으로 마비지경이다. 영산포제일병원을 내원했을 응급환자까지 몰린 것이다.
또한 응급실에서 근무하던 응급구조사 7명 중 6명 졸지에 직장을 잃게 됐다. 1명의 응급구조사의 경우도 실업급여를 받기 위한 기간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억지로 병원에 근무하는 형편이다.
송종기 대표원장은 메디칼타임즈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처음부터 하던 응급실을 어떻게 없앨 수 있겠나"며" "지역 주민이 매일 찾는데다 인근 영암군에는 응급실조차 없는 실정이라 해당 지역 환자까지 진료하면서 더 응급실을 접을 수 없었다"고 상황을 설명했다.
그는 "금요일 보건소 점검이 다녀간 후 월요일 관련 자료를 제출했다. 행정처분에 영업정지까지 받게 된 마당에 무슨 의미가 있겠나"며 "지난 화요일 응급실 폐쇄를 결국 결정했는데 앞으로는 다시 응급실 운영은 생각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송 대표원장은 지역 거점병원의 역할을 해야 하는 100병상 규모 중소병원들의 상황에서는 어쩔 수 없던 선택이었다고 하소연 했다.
이 병원은 2002년 개원 당시만 해도 간호인력 전원 간호사로 운영했다. 하지만 간호사 구인난이 극심해지면서 상당수 간호조무사로 대체했지만 응급실을 유지하려면 그도 부족했다. 결국 응급구조사 1~2명을 채용하기 시작한 것이 어느새 7명까지 늘어났다. 송 원장도 위법임을 인지했지만 열악한 현실이 그의 발목을 붙잡았다.
이 과정에서 정부가 강행한 간호간병통합서비스도 한몫했다. 그는 "좋은 제도지만 중소병원 입장에선 빨대 역할을 했다"며 "아무리 좋은 제도라도 취약지의 상황은 더 심각해졌다. 서비스 불평등이 심화된 것인데 이 후 간호사 채용은 생각도 못하게 됐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결국 터질 게 터졌다. 송 대표원장은 영업정지와 행정처분은 각오하면서도 현재 근무 중인 71명의 직원들을 걱정했다. 향후 병원의 영업정지 처분이 내려질 경우 폐원해야 할 처지인데 현실화된다면 직원들도 오갈대가 없기 때문이다.
송 대표원장은 "1년 이하의 자격정지와 3개월의 영업정지 처분에 처해질 수 있다고 하는데, 응급실을 폐쇄하니까 병동도 100병상에서 54병상으로 줄였다"며 "보건소에서는 나대신 대진의를 채용해서 병원을 운영하라고 하는데, 병원 내 4명의 의사가 집도 못가고 당직을 서는데 무슨 봉직의냐"고 불만을 터뜨렸다.
그는 "최근 건강보험공단이 속도 없이 와서 9명 간호사 추가 채용하면 되는데 왜 간호‧간병 통합서비스를 참여 안하냐고 하더라. 100병상인 병원에서 간호사 뽑기 어려워 겨우 9명을 유지하는데, 의료현실을 너무 모르는 얘기만 하더라"며 울먹였다.
한편, 영산포제일병원 응급실 폐쇄 결정을 접한 복지부 측은 보건소 측이 유권해석을 결정하지 않는 한 기준대로 할 수 밖에 없다고 입장을 밝혔다.
복지부 응급의료과 관계자는 "보건소에서는 그 지역 응급의료기관 현황을 감안해서 결정을 내린 것 같다"며 "처분의 관해서는 애매한 점이 있다면 유권해석을 요청을 하는데 그렇지 않은 것을 봐서는 사실관계가 명확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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