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세포만을 선택적으로 파괴해 암 치료 성공률을 획기적으로 높이는 이른바 표적항암제가 전 세계 의학계에 최대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는 가운데, 표적항암제가 암 환자를 정확하게 치료할 수 있는지를 치료 전에 미리 알 수 있는 바이오마커, 즉 유전체 표식자가 국내 의학자에 의해 새로 개발됐다.
항암 약물 치료 분야의 세계 최고 권위지인 ‘임상암연구(Clinical Cancer Research)’는 최근 3월 호에서 서울아산병원 대장항문외과 김진천 교수팀이 차세대 항암제인 표적 항암제의 치료 감수성 대리후보 표식자 2종과 후보표식자 3종을 개발했다고 발표했다.
김진천 교수팀이 개발한 바이오마커는 세툭시맙과 베바시쭈맙이란 두 가지 표적항암제가 대장암 환자에게 투여 되었을 때 치료에 성공할 수 있을 것인지를 치료 이전 단계에서 미리 알 수 있는 유전체 표식자이다.
유전체 표식자의 개발이 항암 치료 즉 표적항암제를 사용한 암 치료에서 중요한 것은, 표적항암제가 최고 1억원에 달할 정도로 고가인 약물인데다 항암제가 환자와 맞지 않아 치료에 실패할 경우 암 환자에게 가장 중요한 시간을 허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10여 년간 유전자 분석 능력이 발달함에 따라 수많은 후보물질을 제시하고 있지만 실제 암 환자에게 이용되는 경우는 단 몇 가지에 불과하다. 수많은 후보 유전체 가운데서 유용한 유전체를 찾는 것이 암 관련 임상 분야의 최대의 관심사라고 할 수 있다.
이에 따라 김진천 교수가 20년간 이끌고 있는 종양생물유전학 연구팀에서는 혁신형 암 연구중심병원 사업을 통해 약 육십 오만개 이상의 유전체 중에서 두 가지 표적항암제에 반응하는 유전체 표식자를 개발하게 된 것이다.
김진천 교수팀이 개발한 표식자를 이용한 실험에서 표식자가 없는 환자가 항암치료를 받았을 때 보다 표식자를 가지고 있는 환자가 항암제 치료를 받았을 때 평균 생존기간이 약 4개월 정도 길어져 20% 정도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연구는 더 많은 환자를 대상으로 검증을 진행하고 있고 동시에 빠른 시일 내에 모든 대장암 환자들에게 직접 검사를 적용할 수 있도록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이 과정을 거치게 된다면 대장암 환자들이 유전체 표식자 검사를 통해 표적항암제 치료를 받을 것인지 빨리 판단하고 적절한 치료를 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이번 연구에 앞서 김진천 교수 연구팀은 포괄적종양반응성검사(Integrative tumor response assay, ITRA), 유전자이입 과발현세포주의 수립 및 후보유전자의 생물학적 기능성 검증 등의 기반기술을 확립했으며 이미 10여 편의 관련 논문을 SCI급 학술지에 발표하였고 2종의 국내․외 특허를 출원 및 보유하고 있다.
김진천 교수는 외과의사로서 이례적으로 수술 뿐 아니라 혁신형 암 연구중심병원 사업의 일환으로 직접 연구에 참여해 이와 같이 좋은 결실을 맺게 되었다.
또한 김 교수는 “본 연구는 연구진행에서 우연하게 나온 성과가 아니며 충분한 기반 연구를 통해 얻은 결과물”이라며 “앞으로 빠른 시일 안에 임상시험을 통한 검증과 상용화를 진행해 많은 대장암 환자들의 항암치료에 도움을 주고 싶다”고 밝혔다.
한편 서울아산병원의 혁신형 암 연구중심병원 사업단은 지난 2006년 보건복지부로부터 지정된 후 분자 표적을 이용한 항암제 개발, 종양 진단․치료 평가를 위한 영상기술 개발, 선택적 세포 사멸 유도를 통한 혁신 항암제의 개발 등 새로운 암 치료법을 개발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