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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약산업 성장 여지는 남겨줘야

이석준
발행날짜: 2011-06-13 06:37:55
최근 제약업계의 한숨이 깊다. 그 이유에는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정부의 약가인하 방침은 단연 이들을 압박하고 있다.

정부는 이미 굵직굵직한 약가인하 제도를 시행 중이다. 기등재약 목록정비, 시장형 실거래가 상환제, 리베이트-약가연동제 등이 대표적이다. 이것말고도 현재 작동되는 약가인하 기전은 많다.

문제는 이런 제도들이 산업의 미래를 예측할 수 없게 만든다는 점이다.

우여곡절 끝에 3년간 순차적 일괄인하 방침이 정해진 기등재약 목록정비는 그나마 낫다. 시장형 실거래가제, 리베이트-약가연동제 등은 예측조차 불가능하다. 언제 어디서 터질지 모르는 시한 폭탄이나 마찬가지다.

오죽하면 "어차피 약값을 깎는다면 예측이나 할 수 있게 해달라"는 자조섞인 푸념까지 나온다.

이런 와중에 정부는 또 하나의 약가인하 정책을 추진 중이다.

특허 만료 신약에 대한 인하율을 높여 자연스레 복제약의 약값도 떨어뜨리겠다는 계산이 그것이다.

대외적으로는 국내 약값이 선진국에 비해 높다는 것이 명목이지만, 건보 재정 확보를 위한 수단인 것은 누가봐도 뻔한 사실이다.

리베이트 때문에 약가를 인하해야 한다는 단골 멘트도 이와 일맥상통한다.

사실 리베이트 문제는 제약기업의 준법경영과 직결된 사안으로 불법행위를 적발해 강력히 처벌하는 것이 우선이다.

리베이트 때문에 일률적으로 약가를 인하한다는 것은 잡초를 제거하기 위해 화초까지 베어버리는 격이다. 이는 성실한 제약기업의 경영활동은 물론 제약산업의 성장 잠재력마저 꺾어버리는 화를 초래할 지도 모른다.

정부는 제약산업을 벼랑 끝까지 내몰아서는 안된다.

적어도 새 약가인하 방침 추진은 현 약가인하제도가 제약시장에 미칠 영향과 결과를 지켜본 뒤 결정해야 할 것이다. 기업에 있어 가격은 생명줄이다. 신중한 검토가 필수적이다.

정부는 FTA 피해산업인 제약산업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해 '신성장 동력산업 지정' 등 각종 지원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그러나 제약기업 경쟁력의 원천인 약가 부분에 대한 정책적 배려가 빠진다면, 조삼모사식 정책이 될 것이 분명하다.

건보재정 확보도 좋지만, 제약산업의 성장 여지는 남겨 둬야 한다. 그래야 살아남기 위한 발버둥이라도 칠 수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