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환에 대한 인식이 너무나도 부족해 환자들이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하는 현실에 대한 아쉬움 때문이다.
그가 지목한 질환은 발작야간혈색소뇨증(PNH). 이름부터 생소한 이 질환은 혈관 내 용혈(적혈구 파괴)로 인해 발생하는 희귀병이다.
국내에는 200~300명의 PNH 환자가 생존하고 있다.
"PNH는 매우 무서운 질환으로, 진단 후 환자의 3분의 1 가량이 5년 이상 생존하지 못한다는 보고가 있습니다. 하지만 PNH를 인지하는 환자는 드물죠. 심지어 어떤 의사는 PNH 환자가 와도 잡아내질 못합니다. 질환 자체를 잘 모르는 것이죠."
그에 따르면, PNH는 후천적으로 발생하는 용혈성 빈혈이다. 모든 연령대에서 발생하지만, 특히 30대 중반에서 많이 진단된다. 현재까지 완치는 불가능하다.
PNH 질환의 가장 큰 문제는 빈혈에 의한 증상이다. 적혈구가 떨어지는 것이 빈혈인데, 이로 인해 산소를 운반하는 역할에 차질이 생긴다.
또 다른 문제는 용혈로 인해 생기는 혈전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혈전은 몸 속 어디든 날라갈 수 있는데 행여나 뇌로 갈 경우 치명적인 합병증이 발생한다.
"PNH 환자에서 용혈이 과도해지면 혈전증, 폐고혈압 등의 질환이 발생하거나 뇌, 간, 위장관 및 신장 등의 기관이 손상되는 등 각종 건강 문제가 발생하죠. 또한 복통, 호흡곤란, 피로감 등으로 삶의 질이 떨어지고, 생명까지 위협받게 됩니다."
그는 최근 의미있는 연구 데이터를 발표했다. PNH 환자에 있어 신장 질환과 조기 사망 위험의 연관성을 입증한 것.
이 연구는 국내 PNH 환자 301명을 대상으로 41년간의 진료 기록 차트를 분석했다. 국내 최초이자 세계적으로도 유례없이 많은 환자가 참여한 시험이다.
그 결과, PNH 환자의 16%가 신장 기능 장애 병력이 있거나 앓고 있었고, 환자의 사망원인 중 3분의 1 이상(35%)이 신장 기능 장애와 연관 있었다.
"신장 기능 장애는 PNH에서 흔히 나타나며 사망에 이르게 할 수 있는 매우 심각한 증상입니다. 이번 연구는 이를 확인시켜줬고 치료에 있어 심각한 장기 손상의 원인이 되는 용혈 감소에 대한 중요성을 규명한 의미있는 연구입니다."
그렇다면 PNH 환자 치료는 어떻게 이뤄지고 있을까. 애석하게도 국내에 이를 치료하는 약제는 없다.
수혈을 하다 환자 상태가 나빠지면, 골수이식을 하는 것이 고작이었다. 하지만 골수이식이 위험성이 크고 환자와 적합한 상대를 찾기가 힘들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그렇다고 치료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미국 알렉시온사가 개발한 솔리리스(에쿨리주맙)는 PNH를 적응증으로 한 세계 유일의 치료제다. 다만 국내에 없을 뿐이다. 한독약품이 이르면 하반기에 들여오려고 노력 중이다.
김 교수는 솔리리스의 국내 도입에 기대하는 바가 컸다. 이 약만 있으면 PNH 환자가 정상적인 삶을 살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솔리리스는 용혈의 90% 가량 조절되죠. 이 약으로 치료받은 PNH 환자들의 5년 생존율은 정상 인구군의 95.5%나 됩니다. 약만 있으면 정상 사람과 비슷해진다는 소리죠. 환자들의 기대감도 높습니다. 약값이 비싼 것이 문제지만, 이는 정부가 협조를 해줄 것이라고 믿습니다."
PNH 질환에 대한 낮은 인식으로 고통받고 있는 환자들을 바라보며 안타까워하는 김진석 교수. 그의 바람대로 많은 PNH 환자들이 조금이라도 빠른 진단과 적절한 치료를 받는 그날을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