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발표된 정부의 새 약가인하 정책으로, 내년부터 마이너스 성장 제약사가 속출할 것으로 보인다.
고지혈증약 리피토(작년 처방액 1033억원) 등 초대형 신약을 보유했거나 항혈전제 플래리스(464억원) 등의 대형 복제약을 가진 기업들의 큰 피해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정부의 새 약가인하 정책은 내년부터 특허만료 신약과 복제약, 그리고 기등재약 등을 빠른 시일 내에 특허 만료전 오리지널 가격의 53.5%로 일괄 인하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리베이트 규제 등으로 저성장 늪에 빠져있는 제약업계로서는 그야말로 '엎친데 덮친격'이다.
저성장 늪에 빠진 제약업계 "지금도 어려운데…"
올 상반기 국내 주요 최상위제약사들의 실적은 부진했다.
매출액만 봐도 작년 같은 기간과 견줘 소폭 증가하거나 제자리 걸음에 머물렀다.
실제 동아제약(4326억원)과 유한양행(3350억원)의 상반기 매출액 증가율은 각각 2.91%, 1.06%에 그쳤다. 또 한미약품은 2586억원이 고작이었다.
한미는 작년 7월 인적분할로 직접적인 비교는 어렵지만, 분할 전 매출이 3000억원을 넘어섰다는 점을 감안하면, 매우 부진한 성적표다.
최상위 업체들의 이런 부진은 현 제약업계의 어려움을 잘 반영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A제약사 임원은 "정부 과도한 산업 규제가 본격적인 실적 악화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런 상황 속에 발표된 정부의 새 약가인하 정책은 '엎친데 덮친격'이라는 반응이 많다.
내년부터 마이너스 성장 제약사가 속출할 것이라는 관측이 압도적이었다.
B제약사 마케팅부 관계자는 "당장 새 약가인하 정책이 내년 실적에 미칠 영향을 분석하진 못했지만, 올해보다 매출이 줄어들지 않으면 다행"이라고 한숨쉬었다.
그는 이어 "우리 회사만 해도 얼추 500억원 이상의 피해가 예상된다. 이 금액은 5000억원 기업이 10% 성장했을 때 나올 수 있는 엄청난 수치다. 많은 제약사가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다국적 C제약사 PM도 비슷한 전망을 내놨다.
이 PM은 "(새 약가인하로) 내가 맡은 품목만 100억원 이상 매출이 날아갈 것으로 보인다. 걱정이 태산이다. 내년에는 제약산업 성장률이 사상 최초로 마이너스가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