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품 판매 촉진을 위해 결재금액의 일정비율을 현금이나 기프트 카드로 지급하거나 해외여행 경비 등의 명목으로 리베이트를 제공한 제약사, 도매업체 대표 등이 적발됐다.

또 이들로부터 청탁을 받고 해당 약품을 지속적으로 처방해주고 리베이트를 수수해 온 종합병원 의사 등 의료인과 만성 신부전증 환자의 본인부담금을 면제하는 방법으로 환자 유인행위를 해 온 신장병원 의사 등 51명도 검거됐다.

부산지방경찰청 수사과는 31일 14개 제약회사 관계자 20명, 간납 도매업체 대표 11명, 이들의 청탁을 받고 리베이트를 수수해 온 종합병원 의사 등 의료인 14명을 검거했다고 발표했다.

만성 신부전증 환자의 본인부담금을 면제하는 방법으로 환자를 유인해 온 신장병원 의사 6명도 걸려들었다.

제약사와 도매업체들은 의약품 판매 촉진을 목적으로 결재금액의 일정비율(20~25%)을 현금 또는 기프트카드로 지급하거나 해외여행 경비, 처방비, 영업보증금 등의 명목으로 리베이트를 제공하고 특정병원에 의약품을 지속적으로 공급해 왔다.

간납도매업체란 의약품 유통일원화 정책으로 100병상 이상 병원에 제약사가 직접 의약품을 공급하지 못하도록 함에 따라 도매업체를 통해 공급하는데 이런 도매상들을 말한다.

경찰에 따르면 부산 P병원 약제부장 진모 씨는 병원 약제심의위원회에서 결정돼 공급받는 의약품 발주권 및 업체선정 권한을 행사하면서 7개 간납업체로부터 4300만원 상당의 현금, 상품권, 기프트카드 등의 리베이트를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다.

윤모 씨 등 이 병원 전현직 의사 4명과 마산 A병원 이사 김모 씨 등 부산, 울산, 경남 일대 6개 종합병원 의료인 6명 등 10명은 각각 1~3개 간납업체으로부터 의약품을 처방 및 납품하게 해 달라는 청탁을 받고 300만~1800여만원 상당의 리베이트를 수수한 혐의다.

이와 함께 경찰은 이들 의료인에게 부정한 청탁을 하고 각각 1~10명에게 300만~6000만원을 공여한 부산지역 간납업체 대표 11명에 대해서도 배임증재 및 약사법 위반 혐의로 함께 입건했다.

이중 B약품 등 4개 업체는 5개 종합병원에 5천만~12억 5천만원을 영업보증금 형태로 일시 지급하고 납품기간을 계속 보장받은 다음 기간 만료 후 이를 되돌려 받는 방법으로 경제적 이익을 제공하는 리베이트 수법을 이용했다.

한편 경찰은 만성 신부전증 전문 치료기관인 신장내과에 조혈제 등 약품을 지속 공급하도록 부정한 청탁을 하고 300만~4400만원 상당의 리베이트를 현금, 기프트카드, 외제승용차 리스료 등의 형태로 제공해 온 C제약 등 국내 주요 13개 제약사 영업사원 15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밝혔다.

이들로부터 부정한 청탁을 받고 390만~1억 5000만원 상당의 리베이트를 수수한 신장내과 의료인 송모 씨 등 5명도 입건됐다.

이 중 일부 개인 의사는 실제 밝혀진 리베이트 수수액이 1억5000만원에 달했지만 쌍벌제 시행 이후 처벌 가능한 금액은 430만원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쌍벌제 시행 직전 집중적으로 리베이트를 수수한 사실도 확인했다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경찰은 이번 수사에서 만성신부전증 환자를 유치하기 위해 본인부담금을 각각 2300만에서 1억 7700만원 상당을 면제해 주고 불법 환자유인행위를 해 온 신장내과 의사 민모 씨 등 6명도 의료법 위반으로 입건했다.

건강보험법, 의료급여법에 따라 본인부담금을 면제, 할인하거나 금품 등을 제공하는 등으로 환자를 알선, 유인하는 행위를 해서는 안된다.

이번 수사결과 대학교수, 의사, 의료법인 이사장 등이 받은 리베이트 총액은 9억 8000만원에 이르며, 8개 신장내과에서 환자 본인부담금 면제 또는 현금지급 등으로 환자 유인행위를 한 총액은 6억 1000여만원인 것으로 집계됐다.

경찰은 제약회사와 병원, 간납도매업체, 종합병원과의 리베이트 수수 관행이 확인된 만큼 이번 적발결과를 보건복지부에 통보해 행정처분을 의뢰하기로 했다.

경찰은 의약품 판매상들이 만성신부전증 환자들에게 투여하는 의약품인 혈액투석액과 소모품인 필터와 라인 등을 공급하면서 병·의원에 혈액투석기를 무상으로 설치해주는 방법으로 리베이트를 제공해 온 혐의를 잡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