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국대병원 흉부외과 송명근 교수가 '종합적 대동맥 근부 및 판막성형술(카바수술)'을 대동맥판막성형술로 바꿔 청구한 사실을 심평원이 확인함에 따라 향후 행정처분으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심평원은 24일 중앙심사평가위원회 산하 흉부외과분과위원회를 열고 건국대병원에서 대동맥판막성형술로 청구가 들어온 25건 중 10건의 수술이 카바수술인지 여부를 가리기 위한 논의를 했다.
이 중 2건은 지난달 열린 위원회에서 심사한 3건 중 결론을 내리지 못해 추가로 논의한 것이다. 당시 한건은 카바수술이 확실한 것으로 합의를 봤다.
나머지 두건의 수술에서도 카바 수술에 쓰이는 카바링이 발견됐지만 이 수술 외에도 다른 시술이 함께 진행됐기 때문에 정확한 판단이 어려웠다는 것이 심평원의 설명이었다.
카바링은 심장 수술 시 쓰이는 치료재료로서 판막 주변에 끼워 근육을 고정한다.
이날 회의에 참여했던 한 위원은 "10건의 수술 모두 카바 수술은 맞다. 위원회에서 논의하는 것은 다른 수술도 함께 진행한 것이 있어 어디까지 급여를 인정해줘야 하는지에 대한 것이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윤리적으로 따지면 아예 급여를 인정해주면 안된다. 하지만 심평원은 수술을 해도 되는거냐를 결정하는 게 아니고 평가를 통해 급여를 줘야하는 결정을 해야 하기 때문에 회의가 필요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심평원 관계자는 "10건의 수술 중 확실하게 카바수술이라고 합의된 것은 몇건인지 확인해줄 수 없다. 거쳐야 하는 회의가 있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전문가 회의 결과는 중앙심사평가조정위원회의 최종 승인을 받아야 한다.
"카바수술 확실하다면 행정조치 해야"
카바수술이 대동맥판막성형술로 청구된 것이 확인됐다면 송 교수가 보건복지부의 고시를 위반한 것은 분명해진다. 심평원은 이를 복지부에 보고해 고시 위반에 따른 행정처분을 의뢰할 수 있다.
복지부는 지난 6월 카바수술에 대한 전향적 연구를 실시하는 경우에만 비급여를 산정할 수 있도록 고시를 개정했다.
이에 따라 송 교수는 전향적 연구계획서를 심평원에 제출해 승인을 받은 후 카바수술을 해야 한다. 하지만 송 교수는 아직까지 전향적 연구계획서를 제출하지 않아 사실상 카바 수술을 할 수 없게 된 상태다.
그러나 송 교수는 7월, 전향적 연구에 협조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히면서 "환자들의 피해가 없도록 카바수술은 현재에 적법하게 대동맥판막성형술로 원활하게 진행되고 있으며,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고 폭탄선언했다.
그는 또 지난 10월 평가위 회의에 참석해서도 "카바수술은 대동맥판막성형술에 해당하기 때문에 수술명을 카바수술이 아닌 판막성형술로 바꿔 요양급여비용을 신청해도 문제가 없다"는 기존 주장을 되풀이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의대 교수는 "심평원은 카바수술로 확인된 건에 대해서는 급여를 삭감하고 환자한테 따로 연락을 취해 돈을 찾아가라고 하는 등 조용히 액션을 취할 것"이라며 "카바수술을 하고 있다는 증거가 나온 이상 복지부는 행정조치를 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고 말했다.
"돌다리 두드리는 심정으로 묻고 또 묻고 있다"
송 교수가 카바수술을 계속 하고 있다는 문제 제기는 지난 9월 국정감사에서 터져나왔다.
한나라당 손숙미 의원이 카바 수술에 대해 전향적 연구를 실시하는 경우에만 비급여를 산정할 수 있도록 고시가 개정됐는데 건국대병원에서 대동맥판막성형술로 청구한 사례가 있는지를 물은 것.
당시 강윤구 심평원장은 14건이라고 답변했으나, 고시 이후 건국대병원에서 대동맥판막성형술로 청구한 사례는 총 25건인 것으로 나타났다.
심평원은 송 교수의 돌발 발언 약 4개월, 국감에서의 지적이 한달이나 지난 시점에 회의를 열고 25건 중 3건에 대한 심사만을 진행했다. 그러나 결론은 내지 못하고 또 한달이 지나서 심사를 진행했다.
심평원 관계자는 "처음 문제가 불거져 나왔을 때 즉시 병원측에 자료제출을 요청했지만 이를 미뤄와 위원회가 열리기 전에 모두 받을 수 있었다"라며 "이 사안이 앞으로 소송으로까지도 갈 수 있다고 예상하기 때문에 돌다리도 두드려 보는 심정으로 묻고 또 물어 신중히 결정을 내리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고시 위반이 확인되면 1단계로 심사조정을 먼저 한 후 행정처분이 뒤따를 것이라고 밝혔다.
심평원 관계자는 "현재 상황에서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은 고시 위반에 따른 심사조정의 단계"라며 "심사조정이 얼만큼 되느냐에 따라서 행정처분으로 이어질지 여부가 결정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