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UMN#지난 연말 국회는 의료인의 의료기관 이중개설금지에 관한 의료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의료법 개정안에 따르면, 의료인은 다른 의료인의 명의로 의료기관을 개설하거나 운영할 수 없고, 어떠한 명목으로도 둘 이상의 의료기관을 개설·운영할 수 없다.
특히, 개정안 제33조 제8항은 '어떠한 명목으로도 둘 이상의 의료기관을 개설·운영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다른 의료인을 고용해서 그 명의로 의료기관을 개설하는 경우는 물론 다른 의료인과 동업하여 의료기관을 개설·운영하는 것 역시 금지된다.
이를 위반하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지고, 그 외에 3개월의 자격정지처분을 받을 수 있다. 뿐만 아니라, 국민건강보험법이나 의료급여법 상의 '부당청구'에 해당해 해당 의료기관이 지급받은 진료비용은 환수되고, 그와 별도로 업무정지처분 또는 부당금액의 5배 이내에서 과징금처분을 받을 수 있다.
이 개정안은 공포 후 6개월이 지나면 바로 시행된다(개정안 부칙 제1조). 따라서, 앞으로 2개 이상의 의료기관을 개설·운영해 온 의료인들은 공포 후 6개월 이내에 해당 의료기관을 폐업하든지, 제3자에게 양도해야 한다. 만약, 그 기간을 지나서 의료인이 계속 복수의 의료기관을 개설 운영할 경우에는 앞서 언급한 형사적, 행정적 불이익을 받게 된다.
이번 개정안이 시행될 경우, 그로 인한 파장은 매우 심각할 것으로 보인다. 현행 의료법하에서는 의료인이 다른 의료인을 고용하거나 동업하여 복수의 의료기관을 개설 운영하더라도 해당 의료인이 자신이 개설한 의료기관을 벗어나서 진료행위를 하지 않는 한 의료법에 위반되지 않았다.
그에 따라, 많은 의료인이 그와 같은 형태로 복수의 의료기관을 개설하고, 운영해 왔다. 그 중에는 병원경영지원회사까지 만들어서 이를 통한 강력한 네트워크를 구축한 병원들도 많다.
이러한 행태에 대해서 일부에서는 의료기관의 공공성을 망각하고 지나치게 수익성을 쫓는다는 비판을 제기해 왔다. 특히, 최근에는 특정 치과 네트워크의 환자 유인 사례가 언론에 보도되면서, 그 원인이 바로 의료인의 복수 의료기관 개설 및 운영에 있다고 보고, 이를 계기로 의료법 개정이 이루어지게 되었다.
그러나, 의료인도 사영업의 주체이고, 의료기관 운영 역시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이상 의료기관의 공공성만 강조하는 것은 지나치다고 본다. 의료기관 복수 개설을 금지한다고 해서 의료기관의 공공성이 제고되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의료인의 복수 의료기관 개설과 운영으로 인하여 의료서비스의 질과 의료기관의 경영이 향상되고, 그에 따라 의료산업이 발전한다는 긍정적인 효과도 분명 존재한다.
무엇보다 영리법인이 의료기관을 개설하지 못하는 의료법 현실 하에서 경영적 마인드를 갖춘 의료인이 의료사업을 확장할 수 있는 합법적 통로까지 차단한다면 우리나라 의료산업은 퇴보의 길로 진입할 수 있다.
그 빈자리에 '사무장병원'이나 '무늬만 비영리'인 단체들이 비영리법인으로서 각종 혜택을 누리면서 음성적으로 의료산업을 장악해 나갈 수 있다. 더군다나, 그동안 정부는 영리법인의 의료기관 개설 허용 대신에 의료인들을 중심으로 한 '의무법인' 설립안을 검토해 왔는데, 이번 개정안은 의무법인안보다도 더욱 퇴보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한 점에서, 이번 의료법 개정안은 '의료의 공공성'만을 지나치게 강조한 나머지 그로 인한 사회경제적 파장들을 충분히 고려하지 아니한 상태에서 나온 졸속 입법이 아닌가 하는 느낌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