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게는 수개월, 길게는 수년 전에 학회 후원을 약속했던 제약사들이 약가인하 등의 돌발변수로 지원을 취소하는 사례가 많아졌다. 국제학회를 열어야 하는데 크게 난감하다. 어려운거 아는데 계속 재촉하기도 뭐하고…"(A학회 이사장)
"우리도 답답하다. 약속은 했지만 약가인하, 쌍벌제 등 예측할 수 없는 규제 정책이 연이어 나오다보니 후원할 여력이 사라졌다. 약속했다가 취소하니 민망하기까지 하다."(모 제약사 PM)
이는 최근 학회와 제약사 사이에서 종종 목격할 수 있는 장면이다.
이유는 약가인하, 쌍벌제 등으로 어려워진 제약사들이 학회 후원을 취소하거나 그 규모를 줄이는 일이 대거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최근 제주국제컨벤션센터에서 기자와 만난 김영식 가정의학회 이사장은 "제약사들이 후원 약속을 갑자기 취소해 난감했다"고 토로했다.
그는 "정부 규제로 제약사가 위축되다보니 후원 약속을 취소하더라. 작년초까지 후원에 문제 없다던 제약사들이 약가인하 등 새 정책이 나오자 힘들다는 이유에서다. 결국 해외연좌를 크게 줄이는 등 하려던 것을 많이 포기했다"고 아쉬워했다.
최근 학회를 마친 대한고혈압학회 모 관계자도 "후원을 아예 취소하거나 규모를 줄인 제약사가 많았다. 이번에는 회비 등으로 학회를 무사히 마쳤지만 앞으로가 문제다. 제약계도 어려워서 못하겠다는데 압박하기도 민망하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이 제약사도 난감하기는 마찬가지.
상위제약사 모 PM은 "제약사 사정이 어려워졌다해도 학회는 우리의 '슈퍼 갑'이다. 약속을 했다가 취소하면 잘못 찍힐 수도 있다는 소리"라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정이 워낙 안 좋다보니 애초 후원 규모를 줄어거나 취소 양해를 구한다. 이미 약속을 한 것이어서 상당히 민망했다"고 털어놨다.
학회와 제약사는 이런 현상이 발생한 원인을 예측불가능한 정부의 제약산업 규제 정책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김영식 이사장은 "학회는 누가 뭐래도 학술을 하는 곳이지 영리나 리베이트와는 무관하다. 잘못된 학회와 제약사만 잡아내면 된다. 하지만 일방적으로 다 매도하다보니 학회하는 입장에서는 지금이 10년 전보다 더 어렵다"고 꼬집었다.
익명을 요구한 대한고혈압학회 관계자도 최근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정부의 과도한 제약산업 규제 정책에 학회 운영이 힘들어졌다며 "복지부가 많이 오버하는 것 같다"고 성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