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남양주에서 재활병원을 운영하던 A원장은 최근 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50억원 급여비 환수 통보를 받았다. 사무장병원에 몸을 담았기 때문이다. 충격적인 것은 병원을 실제 운영한 사무장이 목사였다는 점이다.
사무장병원이 여전히 활개치고 있다. 수법도, 사무장의 정체도 다양하다. 얼마 전에는 대형병원 근처에서 환자에게 숙식만 제공한 모텔형 사무장병원도 덜미가 잡혔다.
정부는 이를 막기 위해 각종 대책을 내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최근 의사가 사무장병원 근무 사실을 자진신고하면 처분의 3분의2를 경감해주기까지 했다.
이보다 앞서 건보공단은 이미 2009년부터 사무장과 개설원장을 공범으로 보고 진료비환수 연대책임을 지우고 있다.
<메디칼타임즈>가 입수한 건보공단의 '사무장병원 환수 결정현황'에 따르면 2009년부터 2012년 7월까지 340곳의 사무장병원을 적발했다. 환수결정액만도 약 1126억원에 달했다.
이 중 최고 환수결정액은 130억원이나 됐다.
공단 관계자는 "사무장병원은 겉으로 잘 드러나지 않기 때문에 대부분 내부고발자의 신고로 적발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실제로는 더 많을 것으로 추측된다"고 말했다.
사무장, 공단 연대책임 불복해 소송하지만 '패'
건보공단은 사무장병원 근절 대책으로 진료비 환수 연대책임을 지우고 있지만 사무장들은 공단을 상대로 '채무부존재확인' 소송으로 맞서고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법원은 잇따라 공단의 손을 들어주고 있다.
공단 관계자는 "지금까지 46건의 소송이 제기됐는데 26건은 진행중이고, 21건 중 한건을 제외하고는 모두 공단이 승소했다. 한건은 다른 사무장병원과 달리 비영리법인의 형태를 띄고 있었다"고 밝혔다.
구체적 판결을 살펴보면, 지난 2010년 의료인이 아닌 사무장 4명은 공동으로 공단이 환수 통보한 급여비에 대해 채무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소송을 서울서부지방법원에 제기했다.
이들은 의료인이 아님에도 의료기관을 개설해 형사처벌을 받은 것은 인정했다. 하지만 진료행위 자체는 정당한 것이기 때문에 불법행위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아도 된다고 주장했다.
또 공단으로부터 받은 급여비는 의사의 정당한 진료에 대한 급부로서 의사 또는 법인에게 지급됐기 때문에 부당한 이득을 얻었다고 볼 수 없다고 맞섰다.
이에 대해 공단은 민법 741조와 750조를 근거로 내세웠다. 사무장이 얻은 이익은 비의료인이 병원을 만들어 얻은 부당이득이며 이는 위법하기 때문에 반환하고, 배상해야 할 책임이 있다는 것이다.
법원은 원고인 사무장의 소를 모두 기각했다. 공단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사무장병원 개설단계부터 봉쇄할 제도 필요"
하지만 연대책임이라고 해도 대부분 그 책임을 의사가 고스란히 떠맡게 되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에 실효성이 없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실제로 공단은 1100억원을 환수하겠다고 사무장병원에 통보했지만 실제로 환수한 돈은 11%인 약 133억원이 고작이다.
한 개원가 원장은 "사무장은 탈법 전문가들인데 연대책임을 지운다고 효과가 있겠나"고 반문하며 "아예 사무장병원이 개설되는 시작단계인 의료기관 개설 신고에서부터 걸러질 수 있는 장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공단 관계자도 "사무장병원은 결국 예방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연대책임은 사후관리를 하는 것이어서 근본 대책은 아니다"고 못 박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