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부터 방영된 MBC 주말드라마 '백년의 유산'이 정신병원을 환자 인권 사각지대로 몰아가자 논란이 증폭되고 있다.
'백년의 유산'은 서울 변두리의 오래된 노포를 배경으로 삼 대째 국수공장을 운영하는 가족들의 이야기다.
하지만 '백년의 유산'은 첫회부터 막장 논란에 휩싸였다. 재벌가의 며느리가 된 채원(유진 분)을 시어머니 방회장(박원숙 분)이 모질게 시집살이를 시킨다.
이를 견디지 못한 유진이 철규(최원영)와 이혼하겠다고 하자 방회장은 채원을 정신병원에 감금했다.
채원이 정신병원에 강제입원되는 과정을 보면 황당 그 자체다.
채원은 남편인 철규가 병원에 입원해 있다는 시어머니 말을 듣고 병원으로 달려간다.
채원이 병실에 들어가는 순간 갑자기 환자 인권 사각지대, 교도소 감옥으로 바뀐다.
채원이 병실에 들어서자 병원 직원은 남편이 검사받으러 갔다며 앉아서 기다리라고 한다.
채원은 병실을 둘러보다가 밖으로 나가려 하자 병실 문이 잠긴 것을 알게 되고, 문을 열어달라고 소리치지만 아무도 오지 않는다. 그제서야 채원은 자신이 정신병원에 와 있고, 시어머니가 강제입원 시켰다는 것을 깨닫는다.
그 다음 장면은 막장 자체다. 간호사는 막무가내로 "입원복으로 갈아입어라"고 명령하는가 하면, "환자가 흥분된 상태니 빨리 침대에 눕혀라"고 말한 뒤 강제로 신경안정제를 주사한다.
정신보건법 제24조(보호의무자에 의한 입원)에 따르면 정신의료기관은 정신질환자의 보호의무자 2명의 동의가 있고 정신건강의학과전문의가 입원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경우에 한해 입원시킬 수 있다.
그러나 이 드라마는 시어머니가 정신병원을 매수해 아무런 절차 없이 강제입원 내지 감금할 수 있는 것처럼 몰아갔다.
일부 시청자들도 정신병원이 환자를 실제 감금하는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박모 씨는 시청자의견에 "정신병원 그대로 보여준다. 비록 드라마지만 없는 것을 말하겠어?"라고 적었다.
강모 씨도 "시청자 의견을 보니 현실에서도 일어나고 있나 보다. 멀쩡한 사람도 정신병자 만들 수 있는 상황"이라고 놀랍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러자 자신을 정신과 의사라고 소개한 이모 씨는 "이렇게 정신과 입원에 대해 왜곡된 상식을 이야기하다니. 요즘 이렇게 입원시킬 수 있는 곳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정신의료기관협회(회장 이병관) 역시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협회는 9일 '백년의 유산' 제작진에게 정신병원 감금에 대한 해명을 요구했다. 협회는 해명이 부족할 경우 정신병원 명예훼손에 대한 책임을 추궁하겠다는 입장이다.
협회 홍상표 사무총장은 "가뜩이나 정신병원 입원에 대한 사회적 여론이 곱지 않은 상황에서 마치 아무나 강제입원시키는 것으로 묘사해 부정적 인식이 확산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밝혔다.
또 홍 사무총장은 "강제입원은 범죄행위임에도 불구하고 정신병원이 환자들을 가두는 것처럼 방영해 좌시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