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가결정 구조와 원가 보존율을 놓고 의료계 저격수로 알려진 정형선 교수와 의학자들의 설전이 벌어졌다.
한국보건행정학회(회장 최병호, 보사연 원장)는 14일 보건사회연구원에서 '건강보험 수가결정 메카니즘과 거버넌스' 제2차 정책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연세대 정형선(보건행정학과) 교수는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이하 건정심)가 공급자를 위한 구조라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정형선 교수는 "공급자와 가입자가 매년 수가를 결정해 계약하는 나라는 한국 빼고 세계적으로 없다"면서 "매년 2% 수가인상과 행위량 증가 등 실질적인 수가 개선에 비춰볼 때 건정심 구조는 공급자에게 유리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의료계의 저수가 주장에 대해서도 상반된 견해를 피력했다.
정 교수는 "원가 보존율은 알 수 없으나, 현재 (원가) 수준에 가 있다"고 전제하고 "병원 및 병상 증가 그리고 우수한 인재가 몰리고, 최고 신랑감인 의사 등 사회현상에 비춰볼 때 결국 수입이 괜찮다는 의미가 아니냐"고 말했다.
학계에서 제시한 행위별 원가 분석을 위한 패널 의료기관 선정 필요성에 대해서도 이견을 보였다.
정형선 교수는 "샘플 병원을 100곳 선정하더라도 진정한 원가보다 상대적 분포를 알기 위한 방안에 불과하다"며 "의료기관 수입을 의미하는 경상의료비 등 거시지표를 만들면 된다. 원가를 모르면 안 된다는 시각은 문제 있다"고 지적했다.
토론회 참석한 의대 교수들은 정 교수의 주장을 정면 반박했다.
연세의대 박은철 교수(예방의학)는 "의사들의 가장 큰 불만은 노동강도가 (전세계에서) 가장 세다는 것이다"면서 "공급자와 소비자 모두 불만인 현실에서 수가가 좋다는 식의 도매금으로 넘어가선 안 된다"고 꼬집었다.
박 교수는 "원가에 입각한 수가 논란은 공급자와 소비자의 시각을 뛰어넘었다"면서 "정답은 모르나 기준점을 마련해야 한다는 점에서 패널 의료기관을 만들면 합의가 편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박은철 교수는 작심한 듯, "개인적으로 의사 수 증원 주장에 강하게 반대하지 않는다"며 "하지만 정 교수의 보고서를 보면 16만명의 의사가 필요하다는 주장은 이해가 안 간다"고 몰아붙였다.
이에 정형선 교수는 "수가의 단가만은 낮을 수 있다. (하지만)선택진료비도 비급여가 아닌 수가"라며 거시적 시각에서 수가가 높다는 소신을 고수했다.
가톨릭의대 신의철 교수(예방의학)도 "현 수가계약 구조가 공급자에게 유리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유리했다면 수가협상이 왜 그렇게 많이 결렬되고, 볼륨은 왜 올랐나"라고 반문했다.
신의철 교수는 "의사들이 현재의 수가에 만족했다면, 일을 조금하는 것이 유리할 것이다"라며 정 교수의 수가 논리를 꼬집었다.
연세대 이해종 교수(보건행정학과)는 "원가를 보상하고 있다는 주장은 건정심 전 위원 입장의 주장이라고 보여진다"면서 "병원은 보상받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원가 계산 없이는 싸움 밖에 안 된다"고 환기시켰다.
연세대 정형선 교수가 올해 건정심 위원에서 제외된 대신 요양기관 수가협상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공단 재정운영위원장을 맡고 있다는 점에서 의료계와의 불편한 관계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이날 패널 토론자인 보건복지부 보험정책과장은 건강보험 관련 모든 부서가 참여한 진영 장관 주재의 4대 중증질환 보장성 대책회의로 인해 불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