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기관이 의약품 대금 지급을 3개월 이상 지연할 경우 이를 간접 리베이트로 규정해 사채 수준의 지연이자를 물도록 하고, 행정처분을 하는 방안이 논의되자 병원계가 발끈하고 나섰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12일 오제세 의원이 대표 발의한 의료법, 약사법, 의료기기법 개정안에 대한 심의에 들어갔다.
이들 법안은 약국과 의료기관이 의약품 도매상에게 의약품 거래금액을 3개월 안에 결제하도록 하고, 이를 위반한 경우 시정명령을 할 수 있도록 했다.
그러나 법제화 과정에서 병·의원이나 약국이 의약품 대금을 늦게 지급하는 것을 우월적 지위를 남용한 일종의 금융비용 성격의 '간접 리베이트'로 규정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병협은 "의약품 대금을 늦게 지급하는 것이 의약품의 채택과 처방 유도와 어떤 연관관계가 있는지 정확한 실태조사와 원인규명이 되지 않은 상황"이라면서 "의료기관이 단순히 의약품공급자보다 우월적 지위에 놓여 있다고 해서 리베이트로 몰고 가는 것은 지나친 규제"라고 꼬집었다.
특히 병협은 약품 대금 결제 지연을 간접 리베이트로 규정해 연 40%의 지연지급 이자를 주도록 하고, 시정명령에 따르지 않으면 영업정지나 개설허가 취소, 심지어 의료기관 폐쇄까지 하려는 게 아니냐고 우려하고 있는 상황이다.
병협은 "채권자와 채무자간 문제는 상법 및 하도급 거래 공정화법에서 규정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의약품 대금 결제에 대해서만 별도의 법을 제정하려는 것은 법의 평등성에 어긋난 것"이라고 못박았다.
또 병협은 "대부분의 병원들은 3개월 안에 약값을 결제하면 그에 따른 우대할인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조기 결제를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경영 상태가 어려운 일부 병원들이 부득이하게 결제를 미루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만약 법으로 의약품 대금 결제를 규제하면 병원의 경영난이 더욱 심화될 수 있다는 게 병협의 입장이다.
병협은 "법이 개정되면 국가의 행정권 남용에 대한 행정소송이 줄을 잇고 의료기관과 의약품 공급자간 신뢰관계에 금이 가 건전한 거래관계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더 크다"고 밝혔다.
병협은 경영 여건이 악화되고 있지만 약제비를 조기 지급하기 위해 제약계와 개선 합의점 모색을 위한 TF를 운영하고 있는 상황이다.
병협은 "대다수 의약품 거래가 상호 양해와 협조를 기반으로 원만하게 유지되고 있는 만큼 대금 결제 기일은 당사자들이 자율적으로 개선 노력을 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김희국(새누리당) 의원은 "의약품 결제기간을 3개월로 규정하면 의도하지 않은 범법자를 양산한다"고 강하게 질타했다.
김 의원은 "정확한 실태조사가 필요하고, 법이 중요한 게 아니라 시장에서 제대로 작동해야 한다"면서 "3개월 안에 결제하라고 했는데 의료기관이 줄 수 없다면 정부도 법 자체에도 문제가 있다"고 환기시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