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건강보험이 이렇게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의료기관과 의사들의 희생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제 한계에 와 있고, 선처와 배려를 하지 않으면 의료의 질이 올라갈 수 없다."
인제대 백중앙의료원장이면서 상급종합병원협의회, 서울시병원회 수장을 맡고 있는 박상근 회장. 그는 최근 메디칼타임즈 창간 10주년 기념 특별 인터뷰에서 이같이 지적했다.
박 회장은 "박근혜 대통령이 중증질환자들의 가계 부담을 줄이기 위해 보장성을 강화하겠다는 취지에 대해 의료계가 반대할 이유가 전혀 없고, 대통령이 공약을 실천한다는 점에서 4대 중증질환 보장성강화 대책은 긍정적"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박 회장은 몇 년 전 박근혜 대통령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할 당시 병협 정기총회에서 연설했던 것을 소개했다.
박 회장은 "그 때 의료인들이 경영 압박을 받지 않고, 소신껏 진료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겠다고 하셔서 이런 분이 대통령 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면서 "이번 4대 중증질환 보장성대책에도 이와 관련한 지시를 하셨을거라고 믿고 싶다"고 강조했다.
박상근 회장은 4대 중증질환 보장성대책과 관련 "가계 파탄으로부터 환자들을 보호해 준다는 의미에서 긍정적이지만 일괄적이고, 선별적인 보장성강화는 바람직하지 않고, 중증도에 따라 본인부담률을 차등화하는 게 타당하다"고 말했다.
또 보장성의 형평성도 고려해야 할 요소라는 게 박 회장의 견해다.
박상근 회장은 "4대 중증질환에 대해 선별적으로 보장성을 강화하면 혜택을 받지 못하는 환자 입장에서는 왜 차별하느냐고 문제를 제기할 수 있다"면서 "형평성과 균등성, 민주적 접근을 하지 않으면 환자를 진료하는 의료인으로서 곤혹스러울 것"이라고 피력했다.
4대 중증질환 보장성 강화대책이 의료이용행태의 변화를 초래하고, 의료전달체계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그는 "4대 중증질환 보장성을 강화하면 의료전달체계, 의료이용행태에도 상당히 변화가 올 것"이라면서 "중소병원을 외면하고, 대형병원 암센터로 환자들이 쏠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제 의료의 질적 보장성 고민할 때다"
보장성을 강화할 때 지역 균형 발전, 의료전달체계를 함께 감안해야 한다는 것이다.
박 회장은 "정부가 점차적으로 보장성을 높여갈 경우 보완대책을 마련할 시간이 있어 다행스럽지만 어떻게 출구전략을 세울지 고민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와 함께 박 회장은 "의료기관인증을 받은 병원은 안심하고 진료받을 수 있다는 믿음을 심어주고, 국민의 알권리만 고려한 의료기관 줄세우기 등을 자제해야 이런 문제를 해결하는데 도움이 된다"고 덧붙였다.
그는 보장성 강화 못지않게 적정 수가를 보존하는 것 역시 중요하다고 환기시켰다.
그는 "정부는 4대 중증질환 보장성을 강화하겠다고 하면서 보험료를 최소 수준으로 인상할 예정"이라면서 "그러면 재정이 고갈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특히 박상근 회장은 비급여를 급여화할 때 적정 수가를 반드시 보장해야 한다고 못 박았다.
그는 "요즘 대학병원 원장들을 만나면 이러다 도산하는 게 아니냐고 걱정하고 있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비급여를 급여화하기 때문에 재투자를 할 수 있도록 수가를 고민해야지 그렇지 않으면 의료계가 와해될 수 있다"고 전했다.
"정부의 배려와 선처 시급하다"
그는 "이제 의료의 질적 보장성을 성찰해야 할 때"라면서 "정부는 양질의 진료를 할 수 있도록 해 국민들이 비용효과적으로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의료계와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당부하고 나섰다.
그는 "미숙아였던 건강보험이 이렇게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의료기관과 의료인의 희생이 있었기 때문인데 이제 한계에 와 있다"면서 "정부의 배려와 선처가 없으면 의료의 질이 계속해서 올라갈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마지막으로 박상근 회장은 글로벌 마케팅 여론조사 전문업체인 '입소스'가 최근 미국, 유럽, 아시아 등 15개 국가 국민 1만 2001명을 대상으로 의료서비스 만족도 설문조사를 한 결과를 언급했다.
설문조사 결과 한국은 의료서비스에 대한 환자만족도가 635점으로 가장 높았고, 15개 국가 중 유일하게 A+를 받았다.
이에 대해 박상근 회장은 "이런 결과는 의료인의 피와 땀이 들어간 것"이라면서 "이를 직시해 의료인들이 사회로부터 존망받고, 봉사와 희생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러려면 물도 주고, 비료도 줘야 한다"고 거듭 요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