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자동차보험 심사, 평가 업무를 위탁 하면서 자동차진료수가분생심의위원회(이하 심의회)의 설자리가 좁아지고 있다.
자동차보험 진료비 심사청구를 심사·결정한다는 위원회의 1차적 기능이 퇴색했기 때문이다.
의협은 앞으로 심의회 운영비도 내지 못하겠다는 입장을 전달하기까지 했다.
민간단체 지원금으로 운영되던 위원회를 정부 산하 조직으로 바꿔야 한다는 주장도 했다.
대한의사협회는 최근 심의회 기능 축소 등을 지적하며 심의회 운영을 위한 분담금을 절반으로 줄이고, 장기적으로는 국가 운영체제로 개편해 운영비 지원을 하지 않겠다는 공문을 심의회에 보냈다.
의협은 "심의회가 기존의 민간기관에 의한 자율적 협의단체가 아니라 공공기관의 성격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건강보험체제에서도 보건복지부 안에 분쟁심의위원회를 두고 있는 것처럼 심의회도 국가가 운영하는 것이 맞다. 국가기관인 심평원이 자동차보험 심사를 담당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의협은 7월 이전 진료분 분쟁건이 아직은 남아있기 때문에 현실적 문제를 감안해 올해 분담금을 기존보다 약 2분의1 수준으로 조정하겠다고 통보했다.
여기에다 의협은 향후 운영비용 납부 보류 등의 임시조치를 국토교통부에 요청할 예정이라고 분명히 했다.
의협은 심의회 설립 초기 자본금을 회수하는 방안도 법률자문을 의뢰한 상태다.
정부도 의협의 입장을 공감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국가가 운영하는 것에 대해서는 아예 검토 대상이 아니라고 일축했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심의회가 분쟁 조정에만 집중하는 것은 좁다. 이번에 제도가 바뀌는 것을 계기로 교통사고 피해자가 사고 발생부터 사회복귀까지 입법목적에 맞게 서비스를 받고 있는지 조사, 분석할 수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심의회 "국가 운영하면 의료계 자율성 없어질 것"
하지만 심의회 측은 의료계의 주장이 법 개정 취지를 퇴색시키는 주장이라고 반박했다.
심의회 관계자는 "심재철 의원 법안 통과로 의료계도 심사결과에 대해 이의신청을 할 수 있게 됐다. 의료계의 문제제기는 법 개정 취지를 퇴색시키는 것 밖에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어 "국가에서 심의회를 운영하면 정책이 국가위주로 가게되고, 의료계와 보험계의 자율성이 없어질 수도 있다는 단점도 있다"고 덧붙였다.
운영비용을 의료계와 보험업계가 나눠서 부담해야 한다는 자배법 조항도 근거로 들었다.
심의회 관계자는 "현재 단계에서는 맞지 않는 주장이다. (운영비 부담은) 자배법 18조에 보장돼 있는 것이다. 법 개정을 통해서나 이뤄질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조금씩 바뀌는 법조항 때문에 부작용만 나온다"
한편, 심의회 역할과 기능은 자동차손해배상 보장법(자배법)에 규정돼 있다.
심의회는 진료비 심사청구의 심사 결정 뿐 아니라, 자동차보험진료수가 관련 정책결정에 영향을 미칠 사안도 심의·결의하고 있다. 운영비용은 보험회사와 의료계가 공동으로 부담한다.
그동안 의료계와 보험업계는 각각 1억원씩 부담해 2억원을 위원회 운영비용으로 지원해왔다.
그러나 지난해 자동차보험 진료비 심사 기능을 심평원이 위탁하도록 자배법이 개정됐고, 이달부터 본격 심사평가 업무에 돌입했다.
지난 6월 임시국회에서는 새누리당 심재철 의원이 발의한 자배법 일부개정안이 통과했다.
주요 내용은 의료기관 및 보험회사가 심평원의 최종 심사결과에 불복할 때, 심의회에 2차 이의제기를 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기존에는 보험회사만 이의신청을 할 수 있었으나, 의료기관에게도 이의신청 기회를 부여하게 됐다는 데 의미가 있다. 하지만 심의회 기능이 2차적 권리구제 절차를 맡도록 다소 축소됐다.
이에 의협이 심의회가 민간 운영 체제에서 국가 운영으로 바뀌어야 하며, 이에 따라 운영비 분담금도 점차적으로 없애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의협 관계자는 "법 개정 당시 관련 조항 전체를 연관해서 조정해야 하는데, 조항 하나하나만 바꾸니까 부작용을 낳고 있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