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서울행정법원은 리베이트 쌍벌제 시행 이전(리베이트 쌍벌제 시행일은 2010년 11월 28일 부터임) 의약품 도매상으로부터 리베이트를 수수한 의사들에게 의사면허자격 정지처분 2개월을 내린 보건복지부의 처분은 적법하다는 판결을 내렸다.
이 판결은 원고인 의사들이 항소했지만 항소가 각하되어 확정되었다(법원이 내린 보정명령을 보정하지 않아 항소가 각하된 것으로 보아, 원고들이 항소를 사실상 포기한 것으로 보인다).
이 사례는 쌍벌제 시행 이전에 리베이트를 수수한 의사가 형사처벌을 받지 않았음에도 의약품 도매상의 형사사건의 범죄일람표를 토대로 해당 의사들에게 의사면허자격정지처분이 내려진 것이다.
최근 대한의사협회는 위 사례와 관련해 리베이트 쌍벌제 이전에 리베이트를 수수한 행위에 대한 면허정지처분을 즉각 중지하라는 입장을 표명하였다.
문제가 된 사례의 서울행정법원 판결문을 보면, 구 의료법, 구 의료법 시행령, 구 의료관계 행정처분 규칙의 각 규정과 대법원 판례(대법원 2011. 8. 25. 선고 2010두26505 판결)을 근거로 보건복지부의 처분이 적법하다는 논리로 해당 의사들의 청구를 기각하였다.
특히 문제가 된 것은, 구 의료법 시행령 제32조 제1항 제5호에 규정되어 있는 '전공의의 선발 등 직무와 관련하여 부당하게 금품을 수수하는 행위'가 소위 리베이트 수수와 관련이 있는 조항인가 하는 점이다.
대법원은 '전공의의 선발 등'은 직무의 한 예시로 보고 있다.
따라서 리베이트 수수가 의료법 시행령 제32조 제1항 제5호에 포함된다는 서울행정법원의 논리는 법이론적으로는 문제가 없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형사처벌도 받지 않은 해당 의사들에게 의료관계 행정처분 규정을 근거로 2개월의 의사면허자격정지처분이 적법하고 재량권의 일탈·남용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서울행정법원의 논리는 다음과 같은 이유로 동의할 수 없다.
첫째, 구 의료관계행정처분 규칙상 처분의 감경은 해당 의사가 형사사건에서 검찰로부터 기소유예를 받거나 법원으로부터 선고유예를 받는 경우를 전제로 한 것이다.
2009년 5월 15일 이후에는 의약품 판매촉진과 관련하여 직무상 부당하게 금품을 수수한 경우 감경이 대상이 아니라고 규정하고 있다.
리베이트 쌍벌제 하에서도 의사자격정지 처분의 기간도 해당 의사의 벌금부과 액수에 상응하여 규정하고 있었다.
다만, 2013년 4월 1일부터는 리베이트 수수액을 기준으로 의사자격정지 기간을 정하도록 하고 있다.
이러한 점을 고려하면, 구 의료관계행정처분 규칙(리베이트 쌍벌제가 시행되기 이전의 것)은 적어도 리베이트 수수와 관련해서는 해당 의사의 형사처벌을 전제하여 규정된 것으로 볼 수 있다.
따라서 이번 사례에서와 같이 해당 의사가 형사처벌을 아예 받지 않는 경우 보건복지부가 해당 의사에게 의사자격정지처분을 부과할 수 있는지 의문이다.
즉, 리베이트 쌍벌제 시행 이후에는 해당 의사가 리베이트 수수와 관련하여 벌금형을 받은 액수에 따라 의사면허자격정지 기간이 정해지고, 사례와 같이 형사처벌을 받지 않은 경우 해당 의사에게 의사면허자격정지 처분을 내릴 수 없다.
그런데 리베이트 쌍벌제 시행 이전에는 형사처벌조차 받지 않은 의사에게 2개월의 의사면허자격정지 처분을 내릴 수 있다는 이상한 결론에 이르기 때문이다.
둘째, 의약품 판매촉진과 관련하여 직무상 부당하게 금품을 수수한 경우 감경이 대상이 아니라고 규정한 구 의료관계행정처분 규칙은 2009년 5월 15일 개정 당시 신설된 조항이다.
보건복지부가 의사에게 유리한 의료관계행정처분규칙을 일방적으로 개정해 의사들에게 불리한 처분을 내릴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위와 같은 형식의 부령 개정은, 보건복지부가 실질적으로 입법권과 행정처분권도 모두 행사하는 결과가 되어 이를 견제할 아무런 장치가 없게 된다.
사법부조차도 사실상 보건복지부의 부령을 법령의 효력에 준하여 판단하고 있다.
이 사례에서의 서울행정법원 판단도 구 의료관계행정처분 규칙에 약품 판매촉진과 관련하여 직무상 부당하게 금품을 수수한 경우 감경이 대상이 아니라고 규정되어 있기 때문에 재량권 일탈·남용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상과 같이, 필자는 최근 서울행정법원 판결과 관련하여 법적 문제점을 나름대로 지적해 보았다.
필자 개인적 소견으로는 의약품 리베이트 근절을 달성하기 위한 입법적 결단(리베이트 쌍벌제 시행)이 있기 전의 행위까지도 모두 법적으로 해결하는 것은, 비록 법적 근거가 있다고 하더라도 바람직한지 의문이다(물론 사안이 매우 중대하여 처벌의 필요성이 있는 것은 논외로 한다).
범죄행위조차도 일정한 기간이 경과한 후에는 범죄행위에 대한 처벌의 필요성이 감소되며 범죄예방 효과도 약화된다는 점을 고려하여 형사소송법상 공소시효 제도(일정한 기간이 지나면 해당 범죄에 대하여 검사의 공소권을 소멸시키는 것이다)라는 것이 있다.
위와 같은 공소시효 제도의 존재이유에 비추어 보더라도, 리베이트 쌍벌제 시행 이후 의약품 리베이트 수수에 대한 강력한 예방효과를 발휘하고 있는 현 상황에서, 리베이트 쌍벌제 시행 이전의 행위는 처벌의 필요성 뿐만 아니라 행정적 제재(의사면허자격정지 처분)의 필요성도 감소되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