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10월 국민건강보험공단 양대노조가 하나로 뭉친다. 13년만에 한지붕 두가족 생활을 청산하고 의기투합하기로 한 것.
의료계의 시선은 곱지않다.
조합원만 1만명에 달하는 '거대 공룡 노조' 탄생 자체가 부담스럽다는 것. 앞으로 정부 정책 결정 과정에서 무시 못할 '힘'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건보공단 양대노조인 민주노총소속 전국사회보험지부(사보노조)와 한국노총소속 건보공단직장노조(직장노조)는 7일 본부 대강당에서 단일노조 출범을 위한 조인식을 가졌다.
양 노조는 내년 10월 1일자로 조직을 통합하고, 2015년부터 단독 위원장, 본부장, 지부장 체계로 단일노조를 출범하기로 했다.
현재 사보노조에는 6411명, 직장노조에는 3392명의 조합원이 활동 중이며 통합을 하면 1만명에 육박하는 거대 노조가 된다.
이는 고위직을 제외한 전체 공단직원 1만2590명의 78%에 육박하는 숫자다.
양 노조는 "사측에 대한 집중성과 이행 강제력이 약화돼 임금과 복리후생 전반에 실질적 후퇴를 가져오는 노조 무력화 현상이 심화돼 왔다"며 노조 통합의 취지를 밝혔다.
이와함께 보건의료 현안 등 정부 정책에 대한 목소리도 적극 내겠다고 강조했다.
양 노조는 "4대 중증질환과 3대 비급여 등 건강보험관련 보건의료 현안뿐만 아니라 기초노령연급 등의 정책대안을 마련해 정치진영의 논리를 떠나 국민을 위한 복지제도로 거듭나도록 목소리를 낼 것"이라고 설명했다.
공단의 '공룡 노조' 탄생을 바라보는 의료계의 시선은 걱정이 앞선다. 공단과 의료계간 힘의 균형에 균열이 생길 수 있을 있다는 것.
실제로 공단 노조는 지난해 7개 질병군 포괄수가제 실시를 놓고 의료계와 갈등을 빚었고, 공단 노조가 대한의사협회 노환규 회장을 검찰에 고소하기까지 했다.
대한의사협회 관계자는 "현 시점에서 두 노조가 합친 것은 대외적으로 공단이 처한 위기 상황을 돌파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이어 "단순히 직원 복지를 위해 사측과 협상을 하는 노조가 아니라 정치역학적으로 목소리를 내는 거대 공룡 노조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중장기적으로 의료계와 대화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공단 노조가 먼저 의료계와 상생, 대화 의지가 있음을 보여줘야 한다. 예를 들어 무리한 현지확인과 수진자조회를 내려놓는다는 식의 성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공단 역시 의료계와 대화를 해 나가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사보노조 황병래 지부장은 "양대 노조 통합으로 목소리가 더 커졌기 때문에 의료계와 직접 대화, 타협을 해 나갈 것"이라며 "의료계는 결코 적이 아니다"고 단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