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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의사들 "권위 하락, 미래 비관"…한국은 어떨까

안창욱
발행날짜: 2014-01-17 06:33:53

서울대 조병희 교수 "삼성이 병원 세우면 독이 될줄 몰랐다"

"미국과 한국 의사들이 걸어온 길은 다르지만 미래는 모두 비관적이다. 그렇다면 무엇을 해야할까?"

의협 의료정책연구소는 16일 '의협, 어디로 나아가야 하나?'를 주제로 제38차 의료정책포럼을 열었다.

이날 서울대 조병희 교수는 '미국의사회(AMA)의 사회적 영향력 확대'를 주제로 발표했다.

조 교수는 "현재 한국 의사들이 외롭게 싸우고 있는데 쉽지 않을 것 같다"면서 "의료산업화, 기업 이익을 대변하는 정책을 강력히 시행하고 있는데 어떻게 맞설 것인가"라고 질문을 던졌다.

그는 한국의 일차의료가 위축되는 이유를 의료 독과점에서 찾았다.

조 교수는 "한국 의사들은 일차의료가 위축되는 게 저수가 때문이라고 생각하는데 근본적인 원인은 대형병원의 과잉 성장으로 인한 의료 독과점"이라면서 "이 때문에 개원의들이 죽을 수밖에 없고 수가를 올린다고 해도 2~3년 지나면 원래대로 돌아갈 것"이라고 진단했다.

의료자본세력이 과도하게 의료시장을 장악하다보니 일차의료가 피폐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조 교수는 "미국 의사들은 우리나라보다 강력한 지위를 구축했지만 그들조차 미래 전망이 밝지 않다고 스스로 생각하고 있다"고 환기시켰다.

그는 미국의 의사 1만 3천명을 대상으로 면접조사한 결과를 소개했다.

조사 결과 의사의 84%는 권위하락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로는 의료에 대한 과도한 규제, 보험사 등에서 빗발치는 자료 요구, 임상 자율성 상실, 의사-환자 관계 악화 등을 꼽았다.

75%는 자신들의 미래가 비관적이며, 54%는 자식에게 의대를 권하지 않겠다고 답변했다고 한다.

그는 "30년 전만해도 미국 의사들은 자신들의 지위가 이렇게 떨어질줄 몰랐다"고 강조했다.

그렇다면 미국의 의사들은 과거 자신들의 지위와 권위를 공고히 하기 위해 어떤 전략을 펴 왔을까.

조 교수는 "미국은 19세기 말부터 20세기 중반까지 교육개혁을 통해 의학교육 수준을 높여 우월한 치료역량을 확보하고, 전문화, 의사에게 연구자 역할 부여, 전문성 제고 정책을 시행했다"고 설명했다.

또 미국 의사들은 국가가 개입하기 이전에 '의사와 환자 관계'를 구축, 사회적인 영향력을 확보할 수 있었다고 분석했다.

그는 "우리 국민은 의사와 환자 관계가 뭔지 모르지만 미국 의사들은 새벽 2~3시에 전화해도 약을 처방해 준다. 그러니 환자들은 의사들이 최선을 다한다고 느끼고 사회적으로 지지를 보낸다"고 말했다.

반면 그는 "우리나라는 의사와 환자 관계가 형성되기 이전에 국가가 개입해 의료보험제도를 만들었다"면서 "의사와 환자의 관계가 정립되지 않은 상태에서 정부를 상대로 투쟁하다보니 상황이 어려운 것"이라고 단언했다.

이어 그는 "미국 의사들은 의료에 한정된 임상전문가로서의 권위를 지향하는 전략을 추구했지만 한국 의사들은 개인 사업가적 이미지가 있다"면서 "그러니 어떤 주장을 하면 의학적 가치보다 돈을 벌려고 그러는 게 아닌지 의심한다"고 꼬집었다.

특히 그는 "미국의 의대는 철저하게 의학연구를 지향하는 방법으로 의사 위상을 강화했는데 우리나라 의대는 돈이 되는 일반진료를 너무 많이 한다"면서 "의대에서 연구하는데 3천병상이 필요하냐. 다 돈벌이를 위한 것"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종합하면 미국 의사들은 양질의 의료, 환자에 대한 최선, 의사-환자 신뢰 구축, 자기 규제를 통해 사회적인 지위를 공고히 하는 전략을 실천했다는 것이다.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미국 의사들의 영향력이 하락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조 교수는 "대중들이 똑똑해졌고, 스스로 의학지식을 습득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졌다"면서 "무엇보다 자본에 의해 의료시장이 재편되면서 의료구매자들이 조직화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한국은 의사들의 힘이 강하지 않은 상황에서 의료자본이 들어왔지만 그 영향력을 인지하지 못했다"면서 "삼성이 병원을 세울 때 독이 될 것이라고 아무도 생각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서울대병원, 세브란스병원 등이 모두 삼성서울병원, 서울아산병원처럼 의료자본화되고 있다는 경고와 우려의 메시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