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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시 분만병원 재점화…경기도-복지부 '책임 전가'

손의식
발행날짜: 2014-04-03 11:35:18

분만병원 공감 예산 지원 난색…산부인과 "민간 의원 지원 바람직"

지난 2011년 이후로 분만을 접은 여주 A산부인과의원.
경기도 여주시가 관내 공공 분만병원 설립 추진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가운데 민간 산부인과의원의 자원을 활용하는 것이 분만 환경을 개선하는데 효과적이라는 지적이다.

3일 여주시에 따르면, 지난 2012년부터 관내에 분만가능 산부인과가 없어 1년에 900여명의 분만이 인근의 이천, 원주 등에서 이뤄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분만취약지 선정 기준에 충족되지 못해 정부의 지원을 받기 어려운 실정이다.

이에 여주시는 지난해 10월 경기개발연구원에 공공의료 기능강화를 위한 분만병원 설립 타당성 연구 조사를 의뢰하고 그 결과를 지난 3월 발표했다.

여주시민 500여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 전체 응답자의 85.2%가 관내 분만산부인과 건립이 시의적절하며 전문시설과 전문인력의 배치가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답했고, 90% 이상이 공공의료 형태의 산부인과를 원했다.

또한 80% 응답자는 건립시 적극 이용, 90%는 공공의료기관설치 및 운영에 대한 추가지불 의사를 표현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여주시 하동에 산부인과, 소아과, 마취과, 산후조리원 지상 4층 지하1층 규모로 국비와 지방비지원을 받을 수 있는 경기도 의료원 형식의 ‘경기도립 의료원 이천병원 여주분원(가칭)’을 설립하는 것이 최적안으로 도출됐다.

여주시는 연구결과를 근거로 경기도와 공공 분만병원 설립 협상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여주시 "공공분만 병원 설치 시급"-경기도 "민간 인프라 활용 현실적"

그러나 경기도는 도내 다른 지역과의 형평성 문제 등을 이유로 여주시 공공 분만병원 설립에 난색을 표하는 분위기이다.

경기도 공공의료팀 관계자는 "여주시가 의료원 분원형태로 공공분만 병원을 세워달라는 요구를 하고 있다"며 그러나 지역별로 취약한 단일 진료과에 대한 분원을 세우자면 끝이 없어 형평성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여주시의 분만환경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보건복지부가 실시 중인 분만취약지 지원정책을 통해 민간의료기관을 활용하는 방안이 현실적이라는 의견도 제시했다.

복지부는 분만취약지로 선정된 지역을 대상으로 검진과 분만시설까지 갖춘 분만산부인과의 경우 신규 설치·운영비로 개소당 12억5000만원과 기존 산부인과 운영비 5억원을 지원하며, 검진만 하는 외래 산부인과도 신규 설치비와 기존 병원 운영비로 각 2억원씩 지원하고 있다.

그러나 여주시의 분만 환경이 복지부의 분만취약지 선정 기준에 미치지 못한다는 문제가 여전히 남아있다.

복지부에 따르면 분만이 가능한 의료기관으로부터 1시간 이상 소요되는 인구비율이 30% 이상인 지역의 경우 분만의료취약지로 선정된다.

이런 이유로 경기도는 복지부에 분만취약지 선정 기준 완화를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경기도 공공의료팀 관계자는 "여주시 분만환경을 개선에 있어 복지부 분만취약지 지원정책을 통해 민간의료기관을 활용하는 것이 가장 현실적”이라며 "복지부에 선정 기준을 1시간에서 30분으로 완화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특히 도농복합적 형태의 시군에 대해 특례기준을 두도록 함으로써 신생아가 1년에 500명 이상 태어나는 지역까지 분만취약지에 포함하는 등의 기준을 복지부에 추가 건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복지부는 분만취약지 선정 기준을 완화한다 하더라도 여주시는 해당사항이 없다는 입장이다.

공공의료과 관계자는 "여주시가 건의한 기준을 바탕으로 시뮬레이션을 돌려봤지만 인근 지역으로의 접근성이 좋아 해당이 안 되는 것으로 나왔다”며 "특히 분만의료기관으로부터의 거리를 30~40분으로 완화하면 현재 46개인 분만취약지가 60개를 넘게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정해진 예산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쓰냐는 것이 진정한 분만취약지 지원"이라며 "경기도의 상황은 안타깝지만 기준을 공정하게 정해서 실시하는게 적절하다"고 설명했다.

여주시 산부인과 개원가 "공공 분만병원 실효성 낮다"

여주시 산부인과의원들 역시 공공병원 형태의 분만병원 설립은 실효성이 낮을 것으로 보고 있다.

A산부인과의원 K원장은 "문제는 산모들의 눈이 너무 높아 웬만한 시설에는 오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라며 "공공 분만병원을 세우더라도 실제 분만 건수는 한달에 20건 미만이 될 것이며 결국 재원만 낭비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공공 분만병원 설립보다 마취과 전문의 등 분만에 필수적인 인력확보가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K원장은 "예전에 여주보건소장에게도 마취과를 섭외해달라고 요청한 바 있다"며 "여주는 마취과가 가장 시급하다. 이천과 원주에서도 비협조적이고 그나마 분당에서 오는 마취과 전문의가 있긴 하지만 연로해 야간 호출시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마취과 전문의 한명을 섭외하려면 애가 탈 지경이다. 마취과 전문의 확보가 가능한지부터 검토하는 것이 우선"이라며 "지자체 차원에서 마취과 전문의를 확보한 이후 민간의료기관이 시설과 장비를 개선할 수 있도록 예산을 지원하는 것이 분만 환경 개선을 위해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여주시는 민간 의료기관의 인프라 활용보다는 의료원 분원 형태의 분만병원을 고수하고 있는 상황이다.

여주시보건소 관계자는 "이미 관내 산부인과의원들은 시장논리에 따라 분만을 접고 다이어트 등 다른 진료를 위주로 하고 있다"며 "민간 의료기관에 주먹구구식으로 예산을 줄 수는 없다. 연구용역에서도 도립 공공병원 형태가 좋겠다는 결과가 도출됐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민간으로 가거나 시립으로 가면 예산을 전부 시에서 부담해야 한다는 어려움이 있다"며 "여주시와 경기도가 적자분을 절반씩 부담하자는 것이 바람직하며 특히 경기도와 함께 할 경우 국고지원을 받을 수 있다는 이점도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