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과 의료급여 정액수가제도를 개선하겠다는 보건복지부 문형표 장관의 발언을 놓고 정신의료기관들의 기대감이 높다.
문 장관은 지난 4일 '정신건강의 날'을 맞아 국립공주병원에서 3개 국립병원 원장, 가족협회, 사회복지시설협회, 정신의료기관협회, 정신건강정책연구소 등 정신건강 관련 단체와 간담회를 개최했다.
이날 정신의료기관협회 곽성주 회장은 문 장관에게 정신과 의료급여 정액수가제도 개선과 중앙의료급여심의위원회의 정기적인 개최 등을 건의했다.
곽 회장은 메디칼타임즈와 통화에서 "문 장관에게 협회의 입장과 요구를 충분히 전달했다"며 "이에 문 장관은 정신과 의료급여 정액수가제도가 구조적으로 잘못됐으며 이를 개선·보완하겠다고 답했다"고 말했다.
현행 의료급여법 제7조 '의료급여의 내용 등'에는 진찰·검사와 관련된 의료급여의 방법·절차·범위·한도 등 의료급여의 기준은 복지부령으로 정하고, 의료수가기준과 그 계산방법 등은 복지부장관이 정하도록 명시돼 있다.
이런 이유로 정신의료기관협회는 의료급여 수가에 결정적 권한을 지닌 문 장관의 발언을 적극 반기는 분위기다.
홍상표 사무총장은 "복지부 장관이 정신건강에 관심을 갖고 관계자들과 간담회를 진행한 것은 유사이래 처음"이라며 "정신과 의료급여정액수가제에 문제를 제기했으며 문 장관도 마무리 발언에서 제도가 잘못됐다는 점에 공감했다"고 말했다.
#i1#반면 복지부가 정신과 의료급여 정액수가제도 개선에 나서지 않을 것이라는 부정적인 시각도 만만치 않다.
정신과에서 그동안 의료급여 정액수가 인상과 제도 개선을 수없이 요구했음에도 불구하고 최근 6년간 수가가 동결되는 등 정부에 대한 신뢰를 잃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정신과 의료급여는 지난 2008년 G1부터 G5까지 5단계로 구분한 차등정액제로 바뀐 이후 지금까지 6년째 동결된 상태이다.
특히 타 진료과에 비해 의료급여 환자 비율이 높은 정신의료기관들은 낮은 의료급여 수가에 따른 경영악화를 이유로 정부에 정신과 의료급여 정액수가 인상과 제도 개선을 촉구해왔다.
그러나 의료급여를 논의 ·심의하는 기구인 '중앙의료급여심의위원회'는 7년동안 단 한차례도 개최되지 않았으며 최근 혈액투석 의료급여 수가 인상을 논의하기 위해 지난 2월 한 차례 열렸을 뿐이다.
낮은 의료급여 수가로 인한 경영난…병원장 자살로 내몰아
이런 와중에 최근에는 낮은 의료급여 수가와 정부의 무관심에 따른 경영난을 버티지 못하고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지난해 2월에 의정부 소재 S정신병원의 원장은 경영난을 견디지 못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 병원의 의료급여 환자 비율은 무려 90%를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홍상표 사무총장은 "전국적으로 정신병원 입원 환자 중 80% 이상이 의료급여 환자"라며 "S정신병원의 의료급여 환자 비율은 무려 90%를 넘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다른 진료과에 비해 낮은 의료급여 수준도 정신의료기관의 경영난을 악화시키는 주요 요인이라는 것이다.
홍 사무총장은 "다른 진료과의 의료급여는 건강보험의 97~98% 수준이지만 정신과 의료급여는 2011년 기준으로 60%대에 머물고 있다"고 토로했다.
"문 장관 발언은 요식행위, 실제 재도개선 기대 안해"
이런 이유로 문 장관의 발언은 요식행위에 불과하며 실제 정신과 의료급여 정액수가제가 개선되거나 인상될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것이다.
경기도 A정신병원 병원장은 "문 장관이 정신과 의료급여 정액수가제도를 보완하겠다고 했지만 실제로 개선되거나 인상될 가능성은 없다"며 "역대 복지부장관들 역시 노력하겠다, 고려하겠다고 했지만 확답은 단 한명도 없었다. 문 장관의 발언은 99%가 요식행위이다"고 꼬집었다.
그는 "물론 장관의 발언대로 잘 되면 좋지만 당장 무언가를 어떻게 추진하겠다는 이야기가 아닌 이상 문 장관의 발언은 의미가 없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사실 복지부 담당자들도 정신병원의 사정은 다 알고 있다. 그러나 기획재정부에서 배정을 안 해주는 것인데 복지부가 무슨 할말이 있겠나"라고 반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