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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탈한 소청과 "폐렴구균 접종가도 1만8천원이라니.."

손의식
발행날짜: 2014-04-09 06:12:40

개원가 실망감과 우려 고조 "적정수가 안되면 폐과 늘어날 것"

사진은 기사내용과 직접 관련이 없습니다. <사진출처:서울시청>
국가필수예방접종(NIP, National Immunization Program)접종수가가 1만 8000원으로 확정되자 소아청소년과 개원가는 실망과 불만을 감추지 못하는 분위기다.

의료계 등에 따르면 질병관리본부는 지난 8일 예방접종심의위원회를 개최하고 NIP에 포함된 12개 예방백신의 접종수가를 오는 5월부터 1만 8000원으로 인상키로 결정했다.

1만 5430원으로 4년째 동결되던 접종수가가 2570원 인상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받아들여야 하는 의료계는 불만이 높다.

접종수가 논란은 정부가 올해부터 소아폐렴구균 예방백신을 NIP에 포함시키기로 결정하면서 불거졌다.

"소아폐렴구균 백신 NIP 도입, 매출 하락폭 절반 수준"

국내에서 유통되는 소아폐렴구균 예방백신은 화이자의 '프리베나13'과 GSK의 '신플로릭스' 등 두가지이며 접종가는 각각 15만원과 13만원 선이다.

완전접종까지 총 4회를 접종해야 하는 '프리베나13'의 경우 60만원이 소요된다.

다른 진료과에 비해 비급여 진료 항목이 적은 소아청소년과에는 소아례렴구균 예방접종이 중요한 수익원 중 하나였다.

그러나 올해 갑작스럽게 소아폐렴구균 예방백신의 NIP 도입이 결정되면서 소아청소년과 개원가에 비상이 걸렸다.

문제는 관행수가를 얼만큼 보전해줄 것인가가 관건이었다.

질병관리본부이 밝힌 소아폐렴구균 예방백신의 보건소 조달가격은 '프리베나13'의 경우 5만 6840원이고, '신플로릭스'는 4만 9000원이다.

국내 유통 중인 소아폐렴구균 예방백신인 '프리베나13(화이자)'과 '신플로릭스(GSK)'
특히 지난 8일 예방접종심의위원회에서 확정된 유통가를 감안하면 보건소가 아닌 의료기관에서의 '프리베나13'의 접종가는 6만원 미만, '신플로릭스' 역시 5만원 초반대에 형성될 전망이다.

여기에 인상된 접종수가 1만 8000원을 합치면 의료기관에서 '프리베나13'을 1회 접종할 경우 소요되는 약 7만 8000원 정도이다.

NIP에 도입되기 전 접종가 15만원에 비해 거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지는 셈이다.

이런 이유로 소아청소년과 개원가는 관행수가를 감안해 접종수가를 2만 2000원에서 2만 5000원까지 인상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질병관리본부는 예산을 이유로 이를 수용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소아폐렴구균 예방접종은 소청과 주요 수입원, 타격 불가피"

이런 가운데 소아청소년과 개원가는 소아폐렴구균 예방백신과 관련한 매출 규모가 급락할 것이며 이는 경영난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서울 구로구 모 소아청소년과의원 A원장은 "소아폐렴구균 예방백신의 NIP 도입과 관련해 정부가 어느 정도 관행수가를 인정해 줄 것으로 기대했다"며 "그러나 관행수가가 받아들여지지 않은 점에 대해 불만을 감출 수가 없다"고 토로했다.

특히 지금까지 소아청소년과 개원가에서 소아폐렴구균 예방접종 매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았다는 점도 강조했다.

A원장은 "다른 예방백신과 달리 소아폐렴구균 예방백신은 액수가 크기 때문에 총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상당히 높다"며 "비급여 항목이 적은 소아청소년과의 경우 소아폐렴구균 예방백신이 있어 그나마 버틸 수 있었는데 이제는 운영 자체가 위태롭게 될 수도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접종수가를 적정 수준으로 인상하지 않을 경우 머지않아 폐과를 선택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올 것으로 우려했다.

그는 "질병관리본부가 과연 향후 접종수가를 인상할 지 모르지만 반드시 인상해야만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폐과를 결정하는 소아청소년과가 늘어날 것이다"고 주장했다.

이어 "현재 분만 산부인과가 없어지고 있다는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며 "국가가 적정수가를 보전하지 않는다며 10~20년 후에는 지방에서 소아청소년과 전문의를 찾아보기 힘들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기존 소아폐렴구균 예방접종량이 많은 의원에게 큰 손실이 발생할 것이란 의견도 있다.

소아청소년과개원의사회 정해익 전 회장(정해익소아청소년과의원 원장)은 "기존 접종량이 많던 소아청소년과 의원에게 손실이 발생할 것은 자명하다"고 말했다.

정 전 회장은 "적정 접종수가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은 점은 만족스럽지 못하다"며 "그러나 A형간염, 로타바이러스, 자궁경부암 등 앞으로 선택접종으로 들어올 부분이 있는 만큼 이번 계기가 정례적으로 수가를 인상할 수 있는 틀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소아폐렴구균 예방접종과 같은 갑작스런 NIP 도입은 지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소아폐렴구균 예방백신과 같이 기습적으로 NIP에 예방백신을 포함해 뒷통수를 맞는 일은 없어야 한다"며 "개원가와 학회가 상의하면서 함께 조율해 나가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대했던 접종수가에 미치지 못하는 점에 대한 소아청소년과개원의사회 회원들은 실망이 클 것이라는 의견도 제시했다.

그는 "사실 소아청소년과 개원가는 소아폐렴구균 예방백시 접종으로 손해를 막아온 곳이 많다"며 "관행수가가 일반수가로 강제 편입되면서 매출이 무너진 상황에서 손실분에 대한 생각은 회원들의 머리 속에 꽤 남아 있을 것"이라고 토로했다.

내과 개원과도 소아청소년과 개원가의 의견에 공감했다.

개원내과의사회 이원표 회장은 "접종수가가 최소 2만원은 될 것으로 기대했지만 정부가 이를 수용하지 않아 불만족스럽다"며 "내과 역시 소아청소년과 개원가의 의견에 공감한다"고 말했다.

"저수가 상황에서 점진적 인상도 방법, 정부의 공감대 형성은 성과"

확정된 접종수가가 만족스럽지는 못하지만 정부와의 공감대 형성은 성과라는 목소리도 있다.

지난 8일 열린 예방접종심의위원회에는 대한소아청소년과개원의사회 김재윤 회장도 참석했다. 김 회장은 이날 회의에서 질병관리본부에 적정 접종수가 반영을 강력히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회장은 "우리가 생각하는 현실적인 접종수가는 2만 2000원~2만 5000원 정도이며 이를 수용할 것으로 요구했다"며 "정부는 공감은 하지만 그 정도 수준까지의 인상은 어렵고 점진적인 인상을 고려해보겠다고 답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만족스러운 수준의 접종수가 인상은 아니지만 정부가 소아청소년과 개원가의 입장과 상황을 이해했다는 것은 커다란 수확"이라고 강조했다.

공공적 역할의 수가는 적정수준으로 책정돼야 하며 이를 위해 국민적 이해가 필요하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그는 "회원들은 확정된 접종수가를 받아들이기 쉽지 않을 것"이라며 "저수가 상황에서 단계적 인상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공공수가는 분명히 적정한 수준으로 책정돼야 하고 이를 결정하는 것은 정부와 국민"이라며 "의사들이 이해할 수 없는 점도 있지만 국민이 이해 못하는 부분도 있다. 함께 공감대를 형성해 적정수가를 추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