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는 소아폐렴구균 무료접종 시행을 위해 국가예방접종대상 감염병에 소아폐렴구균을 포함하는 '정기예방접종이 필요한 감염병 지정 등' 및 '예방접종의 실시기준 및 방법' 고시 일부개정(안)을 11일부터 오는 18일까지 행정예고한다고 10일 발표했다.
복지부에 따르면, 폐렴구균 감염증은 소아에서 치명률이 높고, 소아 예방접종을 통해 다른 연령대의 감염예방 효과가 있어 세계보건기구 및 의학계에서 국가예방접종 도입을 권고해 왔다.
그러나 1회당 10만원이 넘는 최고가 백신이라는 이유로 영유아 보호자들의 부담이 돼 왔다.
이런 이유로 복지부는 이번 고시 개정을 통해 다음달 1일부터 무료로 소아폐렴구균 예방접종을 실시할 경우 영유아 부모의 경제적 부담이 크게 감소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무료접종 대상은 2개월~5세 미만과 만성질환 및 면역저하 상태의 어린이로, 전국 7000여 지정 의료기관에서 주소지와 관계없이 접종이 가능하다.
지원대상 백신은 예방접종전문위원회의 권고에 따라 화이자의 '프리베나13'과 GSK의 '신플로릭스' 등 '폐렴구균 단백결합 백신' 두 종류가 선정됐다.
어린이 국가예방접종 본인부담 폐지 및 항목확대는 박근혜 정부의 '생애주기별 맞춤형 복지' 전략의 주요 국정과제 중 하나로, 정부는 임산부, 영유아 부모의 자녀 예방접종에 드는 경제적 부담을 덜기 위해 비용부담이 가장 큰 폐렴구균 백신을 국가필수예방접종에 포함했다.
이를 위해 국회는 지난 1월 본회의 의결을 통해 소아폐렴구균 예방접종을 국가필수예방접종(NIP, National Immunization Program)에 추가하고 사업예산으로 586억원을 신규 배정했다.
소아폐렴구균 예방접종 지원예산 중 540억 5500만원은 민간병·의원의 예방접종 지원에, 나머지 45억 4500만원은 보건소에 지원될 예정이다.
소아폐렴구균 예방백신이 NIP에 포함되면서 수 년간 동결됐던 접종수가도 소폭 올랐다.
질병관리본부는 지난 8일 예방접종심의위원회를 개최하고 NIP에 포함된 12개 예방백신의 접종수가를 오는 5월부터 2570원 인상된 1만 8000원으로 확정했다.
소아청소년과 등 의료계는 다음달부터 시행되는 소아폐렴구균 무료접종을 앞두고 불편한 속내를 감추지 못하는 분위기다.
소아폐렴구균 예방백신이 NIP에 도입되기 전에 비해 매출수준이 절반 수준으로 떨어지기 때문이라는 것.
지금까지 '프리베나13'의 경우 1회 접종비용이 15만원에 달했으나 다음달부터는 접종가 약 6만원에 접종수가 1만 8000원을 합쳐도 8만원이 안 되기 때문이다.
접종수가에서 세금 비율이 절반 가까이 차지하고 있어 실제 이익은 이보다 크게 줄어들 것이라는 게 소아청소년과 개원가의 주장이다.
서울 모 소아청소년과의원 A원장은 "접종수가에서 세금이 차지하는 비율은 40% 정도에 이른다"며 "여기에 카드 수수료와 기타 경비 등을 제하면 남는게 거의 없을 정도"라고 토로했다.
기존에 소아폐렴구균 예방접종을 많이 실시했던 의료기관에는 타격이 더욱 클 것이란 우려도 있다.
또 다른 소아청소년과의원 B원장은 "접종량이 적은 곳은 괜찮겠지만 접종량이 많았던 곳은 손해가 클 것"이라며 "약값은 비싸고 접종가는 싸다보니 세금을 제하면 남는게 별로 없다"고 하소연했다.
정부가 의료계의 현실은 외면한 채 지나치게 복지에만 매달리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지방의 모 소아청소년과의원 C원장은 "저출산·고령화 극복이라는 국가적 난제를 해결하기 위한 것이라는 취지에는 공감한다"며 "그러나 정부의 정책 아젠다가 지나치게 선심성 복지에만 집중돼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올해 초 갑작스럽게 소아폐렴구균 예방백신의 NIP 도입을 결정한 이후 상당수 지자체에서 매칭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추경 편성 등 정신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6.4 지방선거를 정확히 한달 앞둔 시점에서 서둘러 추진하려는 의도가 무엇인지 묻고 싶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