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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트워크병원 이중개설 허용 무역협회 건의안 '논란'

손의식
발행날짜: 2014-05-09 11:21:12

정부에 의료법 개정 요청…의료계 반대 "사무장병원 양산"

의료인의 의료기관 이중개설을 허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 가운데 이중개설을 허용할 경우 진료에 전념할 수 없을 뿐 아니라 사무장병원으로 변질될 위험이 있다는 개원가의 지적이 높다.

앞서 지난 7일 한국무역협회는 2차 대정부 건의안을 통해 의료인의 의료기관 이중개설 및 운영을 금지하고 있는 현행 의료법 제33조를 개정해 줄 것을 요구했다.

네트워크병원으로 유명한 T병원.
의료법 제33조에 따르면 의료인은 어떠한 명목으로도 둘 이상의 의료기관을 개설·운영할 수 없다.

무역협회는 대정부건의안을 통해 "의료인의 다른 의료기관에 대한 투자·경영까지도 금지하는 것은 국민의 건강을 보호·증진하는 의료법의 목적을 벗어난 과잉규제"라며 "의료산업의 경쟁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의료법 제33조가 실효성이 없다는 점도 강조했다.

무역협회는 "의료법 33조로 인해 네트워크병원들은 1인 대표원장의 각 지점 직영체제를 버리고 병원경영지원회사를 통해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며 "이는 1인 다수 병원과 동일한 경영 형태로, 의료법에서 강화된 규제는 사실상 실효성이 없다"고 밝혔다.

무역협회는 개선방안으로 의료법 제33조의 예외조항에 네트워크 병원을 포함할 것을 주장했다.

의료법 제33조는 복수의 의료인 면허를 소지한 자가 의원급 의료기관을 개설하려는 경우에는 하나의 장소에 한해 면허 종별에 따른 의료기관을 함께 개설할 수 있도록 예외를 두고 있다.

이 예외조항에 네트워크병원도 포함해 달라는 것.

무역협회는 "의료법 제33조 제8항의 수정 및 하위법령을 통해 네트워크병원 기준을 설정해야 한다"며 "네트워크 병원의 과잉진료 논란은 법으로 제한을 가할 것이 아니라 모니터링 강화를 통해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주장했다.

무역협회의 주장에 의료계는 이중개설을 허용할 경우 의료의 본질이 왜곡될 것이라며 반대하고 나섰다.

의사협회 송형곤 대변인은 "의사협회는 의료인 다수 의료기관 개설에 절대 반대한다"며 "현재도 사무장병원이 횡행하고 있는데 한명의 의사가 여러개의 의료기관을 열면 자본이 유입돼 의료의 본질이 왜곡될 우려가 높다"고 말했다.

환자를 위한 진료가 아닌 영리추구에 무게가 쏠릴 우려가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송 대변인은 "이중개설을 허용할 경우 환자를 위한 진료가 아닌 무한 영리를 추구할 가능성이 농후하다"며 "현재 사무장병원에 대해 실효적인 제재를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를 허용하면 의료 왜곡현상이 심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개원가도 이중개설 주장은 위험성이 높다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대한의원협회 윤용선 회장은 "무역협회의 주장은 위험성이 높은 법안"이라며 "개원가 입장에서 절대 찬성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여러개의 의료기관을 개설하기 위해서는 자본의 유입이 불가피하고 이 과정에서 불법적 행위가 횡행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윤 회장은 "의료법 33조는 의료인이 의료기관에 전념하게 하자는 취지를 담고 있다"며 "자본의 구조상 한 사람이 여러개의 의료기관을 갖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결국 어떤 형태로든 자본을 끌어오게 될 것이고 그 과정에서 암암리에 탈법이나 불법이 횡행할 가능성 높다"며 "자본을 투입한 이에게 이자만 지급하면 문제가 없지만 배당하게 되면 사무장병원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과잉진료 등을 촉발하게 돼 국민 의료비가 증가하게 될 것이라는 의견도 제시했다.

윤 회장은 "네트워크 병원은 국민건강에 혜택을 주기보다는 수술이 필요없는 환자에게 수술하는 등 과잉진료를 실시하는 문제점을 안고 있다"며 "네트워크병원이 크려면 마케팅이나 규모의 경제로 성장하는 방법 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이유로 네트워트병원들은 마케팅 등의 소요 비용을 환자로부터 뽑으려 할 것"이라며 "결국 환자부담이 증가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보건복지부는 의료인의 이중개설 허용에 대한 검토는 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복지부 의료기관정책과 관계자는 "지금까지 한 명의 의료인에게 다수 의료기관 개설을 허용하는 방안에 대한 논의는 없었다"며 "내부적으로 검토조차 하지 않았다"고 일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