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문 닫고 대전에서 올라왔습니다."
대한의사협회 수가협상단 단장을 맡은 이철호 부회장의 인사말이다. 시작은 화기애애 했지만 어색한 웃음 뒤 긴장감을 감출 수는 없었다. 이 부회장은 수가협상에 처음 참여했다.
의협 협상단은 연구용역 결과와 함께 의원의 어려운 경영상황을 알리기 위한 자료를 두툼히 준비했다.
건강보험공단이 19일 오후 5시 공단 본부에서 대한의사협회와 가진 1차 수가협상 현장의 모습이다.
의협 협상단에서는 단장인 이철호 부회장과 연준흠 보험이사, 임익강 개원의사협의회 보험이사가 참석했다. 송후빈 충청남도의사회장은 참석하지 않았다.
통상적으로 1차 협상은 공급자가 수가 인상이 필요한 이유를 각종 근거를 통해 피력하는 자리다. 보험자인 건보공단은 공급자의 이야기를 들어준다.
약 한 시간 가량 진행된 수가협상을 끝낸 후 나온 이철호 부회장은 "분위기가 아주 좋았다. 상대방의 어려운 점을 서로 얘기하는 시간이었다"고 소감을 전했다.
의협 협상단은 외부 연구용역을 통해 마련한 수가 연구 결과 자료를 비롯해 폐업률, 환자수 등의 각종 통계를 공단 측에 제시했다.
이 부회장은 "공단 측은 의약분업을 실시한 2001년 당시 건강보험 재정이 악화된 것을 이야기하면서 현재의 재정 흑자가 마냥 긍정적인 상황은 아니라고 했다. 하지만 그 때, 수가는 60%나 떨어졌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의원이 병원 등 다른 유형에 비해서 역차별 당하고 있는 현실을 알렸다. 현재 의원들은 급성으로 출혈이 심한 응급환자 상태다. 수혈을 해야 살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세월호 사건과 비교해 동네의원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이 부회장은 "세월호 사건을 통해 환자안전, 국민건강에 대한 중요성이 떠올랐다. 1차의료는 국민이 쉽게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 많은 국민이 동네의원을 이용하면 장기적으로도 건보재정 안정화에 도움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현 정부 모토가 경제민주화다. 대형 마트에 휘둘리는 동네 슈퍼마켓을 보호하려면 정책적 배려가 있어야 한다. 동네 의원도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상급종합병원 등 대형병원은 장례식장 등 수익사업을 허용하고 있는데 의원은 그런 정책적 배려가 전혀 없다는 것.
이 부회장은 "동네의원이 살아 있어야 동네 주민, 국민 건강이 안정해진다. 그 근본에 있는 수가가 해결돼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