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환규 전 의협회장이 제기한 불신임 효력정지 가처분신청이 기각되면서 유태욱, 추무진, 박종훈 등 대한의사협회 제38대 의협회장 선거 후보들이 본격적인 선거레이스에 돌입했다.
의정협의, 원격진료, 의협 내부 갈등 등 굵직한 아젠다의 해결이 시급한 시점에서 1년 남짓의 임기에 불과한 차기 회장에 대한 의료계의 관심과 우려도 커지고 있다.
메디칼타임즈는 유태욱, 추무진, 박종훈 세 후보(기호순 1, 2, 3)에게 현재 의료계를 둘러싼 현안과 관련된 공통질문을 통해 그들의 전략과 향후 행보에 대해 들어봤다.
1년여의 짧은 임기의 회장 선거에 출마한 이유는.
유태욱 단 하루의 임기라도 의협 수장 자리는 철학을 가진 지도자가 지켜야 하기 때문이다. 의료의 본질과 가치를 지키고 젊은 의사의 미래를 희망을 주기 위해서 출마를 결심했다. 수평적 리더십으로 지역·직능·세대별로 대통합을 이뤄 미래의 의사들을 위한 초석을 만들 것이다.
추무진 첫째는 의협 초유의 회장탄핵으로 궐위된 상황에서 의협을 지켜야 한다는 책임감과 의무감으로 출마하게 됐다. 둘째는 1년이라는 짧은 임기라면 현 집행부에서 회무경험이 있는 회장이 연속성을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셋째는 평소에 원격의료와 영리자법인을 찬성하던 후보가 출마해, 해당 후보자가 의협회장이 되면 의료계에 많은 문제점이 도출되기 때문에 최악의 상황을 막기 위해 출마했다.
박종훈 지금의 의협회장 선거가 3년 임기의 내년 선거보다 훨씬 더 중요하다. 의협 역사 상 초유의 회장 불신임이 발생했고 그로 인해 회장이 탄핵돼서 생긴 선거이다. 한 마디로 현 의협은 혼돈 그 자체이다. 그동안 의사협회의 행보에 대해서 많은 질타를 했던 사람으로서 이런 상황에서 책임지는 모습을 보이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중요한 것은 위기의 의협을 누군가는 나서서 추슬러야 한다는 것이다. 이번 선거에서 당선된 회장은 혼란을 수습해야 하고 내년 이후에 협회가 정상적인 궤도를 걸을 수 있도록 초석을 단단하게 다져야 하기 때문에 그 책임이 막중하다. 여기서 또 왜곡된 길로 빠지거나 개혁하지 않으면 의료계의 미래는 정말 암울하다고 볼 수 있다.
제37대 집행부와의 관계 설정은.
추무진 37대 의협집행부는 의료계의 내부개혁에 대한 의지와 대외적으로는 정치권, 정부를 상대하면서 대등한 관계에서 협상하는 강한 의협이라는 모습을 보였다. 이는 이전 집행부들과는 분명히 다른 모습이었지만, 내부적으로는 소통과 단합에 소홀했다. 37대 집행부가 보였던 개혁성향은 이어받으면서, 내부적으로 소통과 단합에 힘을 기울일 것이다.
박종훈 단절할 것은 단절하고 이어갈 것은 이어갈 것이다. 집행부의 일부 이사들은 전문성을 살려서 함께 할 생각이 있지만, 기본적으로는 전 집행부의 정신을 계승하지 않을 것이다. 또한 잘잘못이 있다면 원칙적인 선에서 반드시 규명하고 넘어갈 것이다. 매번 지난 일에 대해 덮고 가자는 식으로 해 왔던 일은 하지 않을 것이다. 감정적으로 전 집행부의 문제를 들여다보겠다는 것이 아니라 원칙에 맞게 계승할 것은 계승하되 잘못된 것은 바로 잡고 가겠다는 것이다.
유태욱 노환규 전 집행부는 의협의 주인인 회원의 민의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독단적 행정을 일삼았다. 이제는 새로운 시대를 열기 위한 대통합에 나서야 한다. 전 직역과 직능, 세대의 민의를 대변하기 위해 전문성 위주로 탕평인사로 의협 상임이사진 구성함으로써 대통합 일궈나가겠다.
대의원회와의 관계 설정은.
박종훈 대의원회는 그야말로 회원들의 생각을 반영하는 기구이다. 대의원회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회장이 자신의 뜻을 따라주지 않는다고 전 회원의 뜻을 물어서 결정하겠다고 하는 것은 정말 해서는 안 되는 표퓰리즘이다. 당연히 서로 상호 협조하면서 의협을 위해 함께 할 것이다. 대의원회를 부정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너무도 기본적인 것인데 워낙 왜곡되다 보니 이런 질문이 나왔다고 본다. 슬픈 현실이다.
유태욱 대의원회는 모든 영역의 의료계 지도자들이 모여있는 의협 최고 의결기구이지만 비례의 원칙에 비쳐볼 때 민주적인 절차에 약간의 문제점이 있다. 비례의 원칙에 준해 혁신적인 마음으로 전공의협의회를 비롯해 30~40세 젊은 세대의 대의원 쿼터지정을 대의원회 운영위와 절차적으로 상의해 혁신하겠다.
추무진 대의원회의 개혁은 꾸준히 주장되던 것이지만 37대 집행부 들어서 강력하게 이슈화된 것이다. 현재의 분위기라면 대의원회가 일반의사들의 민의를 충분히 수렴하고, 민주적인 절차에 따라 선출되고, 의료정책과 제도에 대한 정확한 인식과 대안을 제시할 수 있는 체제를 갖춘다면 보다 더 강력한 대의원회가 될 것으로 믿는다. 대의원회가 이러한 개혁을 추진할 수 있도록 대의원회의 의견을 존중하고 지원하겠다.
의협이 전체 의사회원이 아닌 개원가만을 대변하고 있다는 인식이 높은 상황에서 협회의 위상제고를 위한 방안은.
유태욱 기존 주수호, 경만호, 노환규 집행부에서는 개원의 중심의 의료정책 방향을 설정함으써 병협과 교수협의회 등 각 직역·직능·세대의 목소리를 담아내지 못했다. 대통합을 통해서 교수협의회 역할을 인정하고 비례의 원칙에 의거해 교수협의회의 목소리가 의협에 녹아날 수 있도록 하겠다. 병협과는 협조관계를 구축해서 의협을 함께 논의하고 의료계 의견을 단일화해 대정부 협상 및 투쟁전략을 세울 것이다.
추무진 의협에서 활동하는 개원의가 많은 것은 사실이다. 이는 직접 의료현실에 부딪치다 보니 자연히 관심이 많아지고, 공부하고 행동으로 실천하게 된 결과가 아닐까 생각한다. 다른 직역에 있는 의사들은 학문적인 노력이나 학회 활동에 많은 시간을 투자하다보니 의협회무에 관심을 가질 시간이 없는 것으로 판단한다. 대학병원에서 근무한 경험을 살려서 앞으로 각 직역이 참여하는 원탁회의의 정례화, 각 직역의 의견을 수렴할 수 있는 모임의 정례화를 통해 모든 직역이 의협회무와 활동에 참여하고 관심을 갖는 구조를 만들도록 하겠다. 이것이 바로 의사들의 정치력 향상이 되는 것이고, 의사들과 국민들을 위한 좋은 의료제도를 만들어가는 첫걸음이라 생각한다.
박종훈 의협이 개원가만을 대변한다는 말은 잘못된 말이다. 아마 그 동안 개원가에서 회장이 배출됐던 점과 직전 회장이 병원계를 배척했던 점 때문에 그런 인식이 높다고 생각한다. 솔직히 현재의 의협은 개원의 단체의 모습에 머물러 있다고 볼 수는 있다. 이는 회장의 잘못된 리더십에 기인하는 것이다. 바로 이 점이 제가 회장에 출마한 이유이기도 하다. 당연히 각 직역의 대표들과 함께 상시 기구를 통해 명실 공히 대한의사협회로서의 위상에 걸 맞는 활동을 하겠다.
대학병원 교수와 개원의 간의 갈등구조 해소방안은.
추무진 대학병원 교수와 개원의간의 갈등구조라는 전제에 동의하기 어렵다. 굳이 말한다면, 대학병원급 종합병원과 개인의원 간의 역할분담이 이루어지지 않고 한정된 환자풀을 더많이 진료해야만 생존이 가능하도록 만든 정부의 책임이 크다고 볼 수 있다.
박종훈 교수와 개원의 간의 갈등이 문제가 될 정도로 존재한다고 보지 않는다. 어느 사회에서나 있는 직역 간에 있을 수 있는 오해의 정도라고 생각한다. 다만 이런 이야기들이 최근에 불거지는 것은 다분히 의도적으로 개원가와 교수 사이를 이간질하고 있는 세력이 있기 때문이라고 본다. 해소해야만 할 갈등은 없다. 워낙 의료환경이 나쁘다 보니 어딘가로 불만이 표출되는데 그런 정도로 이해하고 있다.
유태욱 현재 교수들의 의견이 의협 정책에 반영이 안 되고 있다. 의학회를 통해 각 분과 의학회 회장들만 당연직 대의원을 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평 교수들의 의견을 대변하는 것이 민의를 수렴하는 것이다. 의협 주인은 회원이기 때문에 당연히 회원인 교수들의 의견도 반영돼야 한다. 교수협의회 의견을 전적으로 반영해 정책을 시행하겠다.
의․정 협의에 대한 입장과 향후 방안은.
박종훈 의정협의안을 보면 구체적인 것이 없다. 늘 그랬듯 좋은 말만 잔뜩 있을 뿐이다. 이런 식의 원론적인 협상안은 그동안 수도 없이 있어왔던 것이다. 어떤 이들은 원격의료를 제외한 나머지는 받아들였으면 한다고 말한다. 우리가 그렇게 원한다고 해서 가능할 것인가. 결국은 원점에서 다시 논의돼야 한다. 원점에서 재논의 한다고 해서 모든 것을 거부하고 시작한다는 말이 아니다. 협상은 전략입니다. 서로가 윈윈하는 시점에서 타결되는 것이다. 현 현상안은 언제라도 말을 바꿀 소지가 있다. 성실한 자세로 다시 정부를 설득할 것이다. 가능할 것으로 믿는다.
유태욱 1차 의정협의에서는 원격의료에 대한 입장을 표명했고 원격의료에 정부와 어떤 협의도 한바 없지만, 2차에서는 노 전 회장이 원격의료 시범사업에 대해 독단적으로 민의를 거슬렀다. 정부는 의정협의안의 39개 패키지를 무효화하겠다고 협박하고 있다. 당선되면 모든 사안에 대해 제로베이스에서 협상에 임할 것이다.
추무진 의정협의는 이전과 달리 정부와 대등한 입장에서 협의한 결과물이라 생각한다. 의정협의는 크게 두가지로 나눌 수 있다. 첫째는 원격의료, 영리자법인, 전공의 처우개선과 관련된 사항이고 둘째는 의료정책에서 기존의 불합리하고 비정상적인 규제를 개선하는 사항이다. 협의 결과는 이 두가지가 같이 맞물려 있어 첫 번째 것을 인정해야 규제개선도 같이 이뤄지는 것이다. 정부는 원격의료 시범사업 추진에 대한 의지만 내세울 것이 아니라 규제개선 사항에 대한 로드맵 약속을 지켜야 한다. 이미 원격의료 관련 입법안을 일방적으로 국무회의 통과함으로써 의료계와의 약속을 어겼다. 의사들이 정부의 약속을 믿지 못하는 이유를 정확히 알아야 할 것이다.
원격진료 시범사업 시행을 앞둔 시점에서 입장과 대안은.
유태욱 원격진료 법안은 국회에서 다뤄질 것으로 생각한다. 시범사업을 실시하면 국회에서 의원들에게 의료계 대표단체인 의협이 원격진료 시범사업을 수용했다는 빌미를 제공할 수 있기 때문에 시범사업에 참여해선 안 된다. 국회에서 이 법안을 심의할 때 원격진료에 반대하는 국회의원들과 협력해 반드시 법안 통과를 저지하겠다.
추무진 원격진료 시범사업은 회원들의 뜻을 따를 것이라는 대의원회 비상대책위원회의 의견을 존중한다. 원격진료 등과 관련된 투쟁을 앞장서서 이끌기 위해 만든 단체가 비대위이다. 즉, 투쟁에 대한 전권을 위임받은 조직이기 때문에 비대위의 판단을 존중하겠다.
박종훈 시범사업 기간에 문제점을 발견해서 반대하면 될 것이라는 사람들도 있고 시범사업 자체를 거부해야만 한다는 사람들이 있다. 이 두 가지 관점 가운데 문제점을 발견해서 반대하겠다는 것에는 동의할 수 없다. 물론 이론적으로야 그럴 수 있을지는 있지만, 문제의 심각성이나 과거 정부의 행태로 봐서 시범사업의 시행을 순수한 의도로 받아들이기에는 문제가 많다. 완벽한 제도적 안정성을 담보하지 않는 지금과 같은 방식의 원격진료는 반대할 수밖에 없다. 만일 시범사업을 강행하고 추진한다면 정치권이 전국적인 의사들의 반발에 직면할 수 있음을 보여주겠다. 원격진료에 찬성한 국회의원은 지역구 의사회의 강력한 반대를 감수해야만 할 것이다. 안전이 강조되는 이 시점에서 상당한 무리수가 될 것이다.
최근 마무리된 수가협상에 대한 입장과 내년도 협상 전략은.
추무진 최근 결정된 수가는 비현실적인 인상분이다. 일차의료가 활성화 돼야만 건보재정이 절감되며, 국민 건강이 향상된다는 것은 모든 연구들이 지적하고 있다. 의료 공급자와 보험자간 불합리한 협상과정도 시급히 개선돼야 한다. 건보공단 재정위원회에서 미리 인상분을 내부적으로 결정 후 협상한다는 것은 공급자와 보험자간의 대등한 협상이라 할 수 없다.
박종훈 여전히 미진한 수준의 수가 협상이 이뤄졌다.수가 결정 구조 자체가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당장 내년의 문제가 아니라 장기적인 관점에서의 수가 결정 구조의 문제점은 개선해야 한다. 이 부분은 결국 수가의 합리적 인상만이 우리 사회 전반에 이익이 된다는 점을 설득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건정심을 박차고 뛰쳐나왔다가 아무런 소득도 없이 슬그머니 복귀했던 것을 기억해야 한다.
유태욱 수가 협상 거버넌스에 대한 논의가 있었다. 그러나 거버넌스를 동수로 추천해도 의협 의견에 모두 찬성하는게 아니다. 거버넌스 구조 변경보다는 법으로 대한민국 한국은행에서 물가상승률 발표하는 경제적 통계에 의거 물가상승률에 연동되는 수가협상단을 법으로 묶어야 현명한 대처가 될 것이다. 일차의료기관의 영세화 막기 위해 의료전달체계가 제대로 작동할 수 있도록 보건의료정책이 수립돼야 한다.
대한한의사협회, 대한약사회 등 타 보건의료 직역단체와의 관계 설정 방향은.
박종훈 대한의사협회는 의료계 모든 단체의 맏형격이라고 스스로 말하고 있지만 지난 세월동안 과연 그런 역할을 했는지는 의문이다. 의료계 모두가 윈윈하는 정책을 위해서 다 함께 매진하고 그 중심에 의협이 있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말뿐이었다. 이 또한 의협이 앞으로 해결해야만 하는 중요한 과제라고 생각한다. 현장에서는 지역 의사회가 해당 지역의 약사회, 한의사회와 잘 지내고 서로 상호 협조하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중앙에서는 이들과 갈등의 모습을 보이곤 한다. 이런 식의 모습은 우리 모두에게 이로운 것이 아니라고 본다. 하나 되자는 것에는 우리 내부 뿐 아니라 전 의료계를 아우르자는 의미도 있다.
유태욱 한의협이나 약사회도 큰 틀에서 대한민국 보건의료체계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의협이 국민건강수호와 건강증진을 위해 맏형으로서 역할을 충분히 하고 약사회 및 한의협과의 공조를 이끌어 각 직역에 현명한 정체성을 확립하도록 하겠다.
추무진 타 보건의료단체와의 모임은 적극 환영한다. 하지만 각 단체의 이해관계가 충돌하지 않는 범위에서 가능한 일이다. 한의사협회나 약사회는 자신의 직무에 충실하고 의학영역에서는 의사들이 중심이 돼야 하고 의학 전문가는 의사라는 사실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