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서남학원, 교과부 감사결과 불복 소송 1심 판결
법원은 서남학원과 교육부의 법정 싸움에 끼어 전전긍긍하고 있는 학생들의 편에 섰다.
교육부의 학위 취소 명령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공익적 이득보다 학생들이 받을 손실이 더 크다는 판단이다.
재학생 및 졸업생을 구제할 수 있는 단초가 되는 이번 판결은 폐교위기까지 몰렸던 서남대 입장에서는 '희소식'이 됐다.
서울행정법원 제13부(재판장 반정우)는 26일 서남대를 운영하는 학교법인 서남학원이 교육부를 상대로 제기한 '감사결과 통보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교육부는 2012년 12월 서남학원 특별감사를 실시했고 수십개 항목에 대한 시정명령을 내렸다. 시정명령을 이행하지 않으면 서남대를 폐쇄하겠다고까지 밝힌 상황이다.
서남학원은 교육부 감사결과를 취소하라는 소송을 즉시 제기했었다.
법원 "임상실습은 환자와 대면하지 않고도 할 수 있다"
의료계에서 가장 큰 관심이 모아졌던 부분은 의대 실습교육과정에서 이수시간을 채우지 못한 학생들에 대한 학위 취소여부다.
서남의대는 2009년 1월부터 2011년 8월까지 실습병원인 남광병원에서 54개 과목에 총 1만 3596시간의 임상실습을 교육했다고 교육부에 보고했다.
하지만 학생실습 병원인 남광병원의 입원, 내원 환자가 부족해 실제로는 8034시간 밖에 교육하지 못했다.
교육부는 실제 교육시간인 8034시간만 실습교육으로 인정하고 나머지 시간과 관련된 학점은 취소하기로 했다.
이와 관련된 서남의대 재학생 및 졸업생은 모두 148명이고 이 중 134명이 의사로 활동하고 있거나 의사 면허증이 있는 졸업생이다.
재판부는 서남학원 측의 주장을 상당부분 받아들이고, 교육부의 처분으로 달성하려는 공익보다 재학생 및 졸업생이 받는 불이익이 훨씬 크다고 했다.
서남학원 측은 의대생의 '임상실습'이 반드시 환자와 대면해서 이뤄져야 한다는 내용의 명문규정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서남학원 측은 "임상실습은 의무기록 작성, 기구사용법 습득, 인체모형 등 교보재를 이용한 실습 등 환자와 대면하지 않고도 실시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 교과부가 임상실습 이수 시간을 어겼다는 근거로 들고 있는 외래 및 입원환자 현황 자료는 건강보험 급여가 적용되는 환자 정보만 들어있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자료이기 때문에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건강보험 비급여 환자나 산재보험, 자동차보험이 적용된 환자들이 의대생들의 임상실습 기간에 내원했을 수도 있다는 주장이다.
재판부 역시 이를 인정했다.
판결문에 따르면 실무상 임상실습은 통상적으로 환자를 대상으로 이뤄지지만 인체모형 등 교보재를 이용하거나 의료기구 사용법을 습득하는 등 환자와 대면하지 않고 실시되기도 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에따라 재판부는 서남학원이 남광병원에 외래 또는 입원환자가 없을 때 임상실습을 실시하지 않았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그러면서 재판부는 ▲서남의대 학생들이 학교가 제공하는 수업을 그대로 들을 수밖에 없는 것이 교육 현실이고 ▲부실한 임상실습 책임은 당사자인 서남학원과 감독을 소홀히한 교육부에 있으며, 학생들에게 책임을 전가할 수 없다고 봤다.
또 "교육부의 처분으로 졸업생이나 졸업예정자는 이미 취득한 의사면허가 취소돼 의료인으로서의 정상적인 활동이 어렵게 된다"고 지적하며 학생들 편에 섰다.
끝나지 않은 부실 서남대, 의대 폐과는 요원
한편, 이날 판결에서 재판부는 서남학원 설립자 이홍하 씨의 교비회계 자금 횡령 및 불법 사용, 교양 및 전공과목 미이수자 학위수여 부당에 대한 교육부의 시정명령 부분도 취소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 외의 시정명령에 대해서는 서남학원이 따라야 한다고 결정했다.
이번 판결에 대해 서남대 교수협의회측은 "어느정도 납득한다"며 "교육부의 시정명령을 성실히 따라 대학을 정상화하겠다"고 팔을 걷어붙였다.
실제 교수협의회는 지난 23일부터 서울행정법원 앞에서 서남학원이 진행하고 있는 소송들에 대한 판결을 재촉하는 1인시위를 진행하고 있다.
교수협 권영호 부총장(환경공학과)은 "서남의대 학부모들이 의대를 폐과하면 재학생들이 다른 의대로 편입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데 잘못된 생각"이라고 단언했다.
그러면서 "폐과를 하더라도 신입생을 모집하지 않지 재학생들은 다니던 학교에서 졸업 해야 한다. 서남대 교수들은 특정과를 폐과시키는 게 아니라 학교를 정상화 시키는 것이 목표"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서남학원이 걸려있는 다수의 소송에 대한 판결을 빨리 내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남대 교수들의 학교살리기 운동에다가 교육부와 서남학원이 이번 판결에 불복하고 항소를 제기하면 폐과 후 전학을 기대하는 서남의대생 학부모들의 기대는 점점 멀어질 것으로 보인다.
한 재학생 학부모는 "서남의대를 직접 가보면 학교를 정상화 시켜야 한다는 말이 안나온다. 폐과를 하면 타 의대로 편입할 수 있다는 교육부의 약속이 있었다.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 폐과가 답이다"라고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