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괄수가제를 시행할 경우 의료의 질 하락이 우려된다는 의료계의 지적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포괄수가제 당연 적용을 강행했다.
특히 지난 2012년 7월 백내장 포괄수가제 시행을 앞두고 대한안과학회를 중심으로 안과 전문의들은 "백내장 포괄수가제를 강제 시행할 경우 수술 질 저하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며 강력 반발했다.
안과 개원가에 따르면 백내장 포괄수가제 적용 이후 2년이 흐른 현재 임상현장에서는 중고기계, 저가 기구 사용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성남 김안과의원 김명성 원장으로부터 백내장 포괄수가제 적용 이후 현 상황과 이에 따른 문제를 들어봤다.
지난 2012년 7월 백내장 포괄수가제 적용 이후 가장 큰 변화라면.
지난 1998년 버스요금은 500원이었다. 현재는 1100원으로 120%가 인상됐다. 택시 기본요금 역시 1998년 1300원에서 2014년 현재 3000원으로 231%나 인상됐다.
백내장 수가를 살펴보면 1998년에는 119만원이었으나 현재 백내장 수가는 80만원 정도로 무려 32%나 감소한 상황이다.
이러다보니 십여년전에는 마이크로포셉의 경우 미국산이나 독일산이 주류를 이뤘으나 포괄수가제 시행 이후 4~5년 전부터는 파키스탄제, 인도제를 사용하다 최근에는 중국산까지 사용하고 있다.
사용하던 기구를 바꿔야 할 정도로 심각한 상황인가.
맨 처음 백내장 수술을 하기 위해 샀던 미국산 마이크로포셉의 경우 하나에 100만원이었다. 지금은 그렇게 비싼 기구를 도저히 살 수가 없다. 지금은 십몇만원 짜리를 사용하고 있다.
기구의 문제만은 아니다. 최근 개업하는 안과 개원가에 따르면 백내장 수가가 떨어진 상황에서 수익을 맞추기 위해, 또 기계 값을 빨리 갚을 수 있다는 확신이 없기 때문에 중고기계를 많이 찾고 있다. 안과 중고기기상에 따르면 현재 중고기계가 없을 정도라고 한다.
백내장 수술에 쓰이는 인공수정체의 경우 수입 의존도가 높다. 인공수정체 사용에도 변화가 있나.
인공수정체 사용에는 큰 차이가 없다. 그런데 복지부나 심평원에서 인공수정체를 거론하는 이유가 있다.
인공수정체와 거기에 들어가는 물질은 복지부와 심평원이 일부러 가격 조절을 통해 올리지 못하도록 하면서 단가를 떨어뜨리고 있다.
그러면서 인공수정체 가격은 십여년 전보다 오히려 떨어진 상황이다. 정부는 인공수정체 가격이 떨어졌다는 근거를 내세워 수가를 낮추고 있는 것이다.
백내장 수가가 문제가 되는 근본적 원인이 어디에 있다고 보는가.
현 수가체계는 병원에서 백내장 수술을 위한 모든 간접비 등을 반영하는 체제가 아니다. 정부는 백내장 상대가치점수를 대학병원 기준으로 내고 있다.
그런데 대학병원 수술실은 다른 수술을 위해서도 사용하지만, 7개 포괄수가항목중 백내장 수술만 80%이상 개인병원에서 하고 개인병원안과에서는 오로지 백내장수술만을 위한 수술실을 따로 마련해야 한다.
따라서 대학병원에서 조사한 상대가치점수을 인용해서 백내장포괄수가를 정하는 것은 너무나 불합리하다.
정부는 포괄수가제 시행에 따른 의료의 질 하락은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복지부나 심평원에서는 포괄수가제가 잘 돌아가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임상 현장에서는 앞의 사례와 같이 낮은 수가로 인해 비용을 줄이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민간의료기관이던 공공의료기관이던 수가가 떨어지고 지불되는 비용이 줄어든면 진료에서 무엇이든 반드시 줄어들게 된다.
절대 의료의 질이 같은 수 없지만 국민은 알 수가 없다. 포괄수가제 시행 이후 의료의 질에 변화가 없다는 것은 전부 거짓말이다.
중고기기를, 저가 기구를 사용하는데 당연히 의료의 질은 떨어질 수 밖에 없다. 비용을 덜 들이는데 좋은 질이 나올 수는 없다.
정부는 포괄수가제를 적용하면서 해외 사례를 많이 강조했다.
정부는 외국 이야기를 많이 하는데 미국에서는 일부 메디케어(Medicare)에서만 하고 있을 뿐 아니라 상대가치점수도 우리나라처럼 전체가 대상이 아니다.
메디케어에서도 의사의 업무량은 상대가치점수를 적용하지 않는다. 포괄수가제에도 적용하지 않는다.
초보의사와 십여년 이상 숙달된 의사의 기술과 수준이 다른데 이를 억지로 점수에 묶어 똑같이 해놓은 나라는 우리나라 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