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들이 공동으로 의료사고 손해배상금 대불제도는 '위법하다'며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에 맞서고 있지만 잇따라 패하고 있다.
손해배상 재원 마련을 위해 모든 의료기관 개설자가 공동으로 일정 금액을 부담해야 하는 '손해배상 대불비' 지급은 불가피한 일이 됐다.
서울행정법원 제5부(재판장 김경란)는 최근 의사 7명이 의료분쟁조정원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금 대불 시행 및 운영방안 공고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손해배상금 대불제도는 의료분쟁조정원의 조정에 따른 손해배상금을 요양기관이 제 때 지급하지 않을 때 중재원이 먼저 지급하고 나중에 돌려받는 제도다.
의료분쟁조정원은 약 34억9000만원의 재원을 마련할 계획으로 모든 요양기관 개설자에게 부담토록 하고 있다. 부담 금액은 기관당 최저 1만원에서 최고 600만원 이상이다.
7명의 의사는 손해배상금 대불제도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는 의료분쟁조정법 47조 2항과 4항이 위헌이라고 주장했다.
2항은 모든 보건의료기관 개설자는 손해배상금 대불에 필요한 비용을 부담해야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4항은 요양기관이 건강보험공단에게 받아야 할 요양급여비 중 일부를 대불금 명목으로 의료분쟁중재원에 지급한다는 내용이다.
7명의 의사는 "재산권에 대한 중대하고 과도한 제한"이라고 규정하며 "손해배상금 대불비 부과요건 등은 법률에서 규정해야 한다. 대통령령으로 정해 의료분쟁조정원에 그 권한을 위임하면 안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법원은 앞서 의사 30명이 제기한 소송에서와 마찬가지의 결론을 내렸다. 모든 의사들이 공동으로 손해배상 부담을 질 이유가 있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대불비 부담금은 의료분쟁조정제도 시행 초기에 제도를 운영할 수 있을만큼 재원을 적립하는 것에 우선적인 목표가 있다"고 명시했다.
그러면서 "초기 재원 마련 이후 추가로 징수할 비용은 결손을 보충하는 정도에 불과하다. 보건의료기관 개설자들에 대해 대불비용 부담금을 시행 초기와 같은 정도의 금액으로 '정기적. 장기적으로' 징수할 가능성이 없다"고 밝혔다.
손해배상금 적립금 수준과 부과금액을 구체적으로 법령에 두는게 아니라 의료분쟁조정원에 권한을 위임할 수밖에 없는 이유도 설명했다.
재판부는 "적립금을 어느 정도 수준으로 유지해야 하는지를 미리 확정하기 어렵다. 보건의료기관 개설자들이 구체적으로 부담할 금액, 상한을 법률에서 정해야 할 정도로 본질적인 사항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이어 "보건의료기관 개설자는 이 사건 처분에 의해 대략의 기준 등을 예측할 수 있다. 징수 시점으로부터 1개월 이전에 추후 구체적인 부담액이 공고될 것을 예정하고 있기 때문에 예측가능성이 없어 재산권을 과도하게 침해한다고 할 수 없다"고 못박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