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국민건강보험공단의 건강검진통계연보에 따르면 남녀 비만율은 각각 38.1%, 25.9%로 나타났다. 현재 증가 추세를 감안할 때 오는 2025년에는 국내 성인 인구 2명 중 1명은 비만 환자가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특히 고도비만 인구의 경우 가파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고도비만 인구 비율은 지난 1998년 2.3%에서 10년 만인 2008년 4.1%로 2배 가까이 증가했다.
이런 가운데 비만을 질병으로 인식하고 수술에 대한 인식도 바꿔야 한다는 주장이 높다. 고신대학교복음병원 위장관외과 서경원 교수를 만나 비만 수술에 대한 인식 개선과 수술 급여화에 대한 필요성에 대해 들어봤다.
고신대학교복음병원 대사비만연구회는 지난 6월 대사비만수술의 아시아지역 연합체(IEF)로부터 국내 최초로 인증서를 교부 받았다. 어떤 의미인가.
IEF는 대만 대사비만 수술의 최고 권위자인 카오슝의대병원 대사비만수술센터 황치쿤 선생이 주도하는 젊은 연구자 모임이다. 학회급의 모임은 아니지만 정기적으로 스터디를 통해 대사비만에 대해 집중적으로 연구하고 있는 모임이다. 인증서 교부라고 하지만 실제로는 회원병원 가입의 의미가 크다.
IEF 회원병원 가입 조건이 까다로운 편인가.
IEF 회원 병원들을 살펴보면 외과의사 단독으로 대사비만 수술을 하는 병원은 아예 없다. Bariatric physician이란 대사비만 수술 후 그 관리에 관계된 선생들로, 주로 가정의학과나 내분비내과, 일반 내과 의사들이 그 역할을 하는데 회원병원으로 가입하기 위해서는 Bariatric physician가 있어야 한다.
고신대복음병원 대사비만수술연구회는 외과, 내분비내과, 소화기내과, 가정의학과, 정신건강의학과, 기초의학과 선생들이 모여 미팅과 연구를 하고 있다. 이를 IEF에서 인정하고 인증서를 교부한 것이다.
최근 대만 카오슝의대병원 대사비만수술센터를 방문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 어떤 성과가 있었나.
고신대복음병원 의료진은 환자 한명 한명에게 최선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개인적인 연구와 치료법 향상에 노력함과 동시에 팀을 통해 자신의 부족한 점을 보완하고 전문가에게 최선의 선택을 의뢰함으로써 최선의 결과를 얻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 일환으로 대사비만수술을 정착시키기 위해 외과, 내분비대사내과, 가정의학과, 소화기내과, 정신건강의학과를 주축으로 고신대복음병원 대사비만수술연구회를 결성하고 이들 중 7명의 교수가 지난 4월 7일부터 9일까지 대만 카오슝의대병원 대사비만수술센터 황치쿤 선생이 개최한 워크숍이 참석했다.
이 센터는 아시아권에서 최다 대사비만수술과 좋은 결과를 보고함으로써 미국대사비만외과학회로부터 인증까지 획득한 바 있다.
이 센터에서 진행되고 있는 환자관리와 치료프로그램을 직접 체험한 후 고신대병원에서 적용 가능한 방법을 강구했다는 측면에서 의미있는 결과를 안고 돌아올 수 있었다.
일각에서는 우리나라 비만수술이 체계적이 못하다는 지적이 있다. 그 이유가 어디에 있다고 생각하나.
사실 우리나라 비만수술이 체계적이고 싶지 않아서 체계적이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먼저 비만수술 자체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이 낮은 것이 문제이다. 비만수술이라고 하면 체중감량 또는 미용정도로만 생각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또 초고도 비만으로 병원으로 찾는 환자도 그리 많지 않고, 반대로 미용수술이라는 개념 때문에 비만이 아닌데도 수술 받으러 다니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비만을 질병으로 생각하지 않는 국민적 인식도 문제지만 의사들도 그런 인식이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비만을 질병으로 생각하더라도 굳이 수술까지 받아야 하는가에 대한 의구심을 갖는 의사들도 많다. 대표적인 예가 내과 의사들이다.
비만수술도 수술이다보니 지금까지 대부분 외과의사 주도로 해온 것이 사실이고 내과 의사들의 비협조 또는 적극적인 방해와 비난들이 비만수술을 가로 막는 장벽이었다.
고신대복음병원의 내과 교수들은 비만수술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나.
특이하게도 고신대복음병원의 내과 교수들은 비만수술에 대해 굉장히 적극적이다. 내분비내과 최영식 교수님이 대표적이다.
최 교수님은 대만을 방문했을 당시 황치쿤 선생의 외래진료 참관을 통해 당뇨병으로 1년전부터 경구혈당강하제와 인슐린을 투여하고 있던 환자가 대사수술을 하고 난 뒤 인슐린과 당뇨약을 즉시 중단한 경우를 실제로 확인했다. 당화혈색소가 수술 전 9.1%에서 수술 후 1년 뒤 4.7%로 완전히 정상으로 호전된 환자도 확인했다.
당시 최 교수님은 "당뇨병 치료에 있어 이렇게 놀라운 임상결과는 본 적이 없는데 놀랍다"며 "향후 이 분야가 한국에도 잘 정착하면 많은 환자들이 혜택을 보게 될 것이다. 당뇨병 치료에 새로운 무기가 생겼다"고 까지 말했다.
건보공단의 통계에 따르면 비만 인구가 갈수록 늘어나는 추세이다. 비만과 대사비만수술 대해 적극적으로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지 않나.
그렇다. 비만에 대한 인식 변화가 굉장히 필요한 시점이다. 환자들 뿐 아니라 의사들이 비만을 질병으로 인식하거나 수술이 효과적이라는 인식이 낮은 것이 문제이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보험문제이다. 현재 우리나라 건강보험 수가는 비만을 질병으로 인식하지 않고 있다. 고도 비만 환자의 경우 누가봐도 저 정도면 수술이 필요하다고 느낌에도 불구하고 심평원이나 공단에서 이를 급여화해주는 부분에 대해 주저하고 있다. 일본만 해도 지난 3월부터 비만수술이 급여화됐다.
늘어나는 비만 인구를 감안할 때 비만수술을 급여화할 경우 정부로서 건강보험 재정에 대한 부담이 클 것 같다.
진료하는 환자 중 40세 초고도 비만 환자가 있다. 그 환자의 경우 지금 상태에서 체중이 더 늘면 앞으로 살을 못 뺄 가능성이 크다. 그렇게 되면 당뇨가 오게 되고 당뇨가 컨트롤이 안 된 상태에서 20년이 지나면 눈까지 안 보이는 것은 물론 콩팥까지 안 좋아진다.
우리나라 인구의 평균 수명이 80세 가까이 되는 점을 감안할 때 그 환자는 60세부터 80세까지 20년간 당뇨 치료와 투석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 생긴다. 그 비용을 다 합치면 엄청난 금액일 것이다. 비만으로 인해 소요되는 비용이 수술에 비해 건강보험 재정에 큰 부담으로 돌아올 가능성이 높다.
반면 비만수술로 체중을 확 줄이면 당뇨도 오지 않고 비만을 치료하기 위해 들어가는 여러 비용도 절약된다. 비록 비만 수술이 100% 완벽하진 않지만 수술을 통해 한번 체중이 컴다운(come down)되면 그 이후 들어가는 의료비용은 굉장히 절감된다. 이것이 바로 비만수술을 급여화해야 하는 이유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