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중소병원의 인증거부 움직임에 조사항목 축소 등 전향적 입장을 보이고 있어 주목된다.
보건복지부 의료기관정책과 곽순헌 과장은 16일 전문기자협의회와 간담회에서 "조만간 중소병원협회와 만나 인증 조사항목과 비용 문제를 논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현재 중소병협은 1주기 인증기준 조사항목이 408개(300병상 이상)에서 2주기 537개로, 인증비용도 2468만원에서 3103만원으로 대폭 강화된 방안에 반발하며 인증 거부를 선언한 상태이다.
이날 곽순헌 과장은 "최근 장성 요양병원 화재 사건과 이전 빈크리스틴 사건, X-레이 검사 착오 등 대형병원에서도 환자 안전사고가 잇따르고 있다"면서 "이들 모두 인증 받은 병원이라는 점에서 인증제 무용론까지 제기되는 게 현실"이라고 상황을 설명했다.
인증원에 따르면, 16일 현재 상급종합병원 43곳을 비롯해 병원급 567곳이 인증을 받았으며, 조건부 인증 1곳 외에 탈락 병원은 없는 상태이다.
곽 과장은 "중소병협 주장이 전혀 터무니없는 것은 아니다. 2주기 조사항목과 비용이 1주기 보다 강화됐다"면서 "늘어난 필수항목 대부분이 신체 억제대 사용과 격리, 강박 적정관리, 완화의료, 화재안전 등 환자권리 보호 항목"이라고 전했다.
그는 인증비 인상안과 관련 "조사항목과 조사기간이 늘다보니 의대교수인 조사위원 수당(일당 35만원)이 늘어나 인증 비용 인상이 불가피하다"면서 "또한 인증병원 점검 차원에서 중간조사도 신설돼 비용이 발생한다"고 해명했다.
다만, 중소병원 경영상황을 감안해 조사항목과 인증비용을 탄력적으로 운영할 수 있음을 내비쳤다.
곽 과장은 "병원협회 박상근 회장이 직접 전화해 상급병원도 문제이나 중소병원의 어려움을 감안해 인증기준을 완화해 줄 것을 강력히 요청했다"며 "중소병협과 조만간 간담회를 갖고 필수와 시범항목 비율 조정 등 병원 입장을 고려할 계획"이라고 답변했다.
그는 인증원 경찰 압수수색과 관련, "과거 요양병원 인증기준 논의시 당직의료인을 '상중하'로 구분했는데, 의견을 반영해 '중하'도 인증한 부분에 포함했다"면서 "경찰 수사는 이 과정에서 로비 여부를 조사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상급종합병원은 의무인증으로 보인다는 일부 시각에 대해서는 자율인증이 원칙이라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곽순헌 과장은 강제인증이라는 지적에 대해 "상급종합병원 등에 인증 조건을 단 것이다"라고 전제하고 "사실상 의무인증으로 보인다는 지적에는 동의하나 의무인증은 아니다"라며 자율인증 원칙에 변함이 없음을 강조했다.
곽 과장은 "인증제 무용론 제기 등 사회적 비판으로 현 상황이 좋지 않다"면서 "환자안전과 권리 강화를 위해 인증 항목을 강화해야 한다는 입장은 변함없으나 병원들의 입장을 고려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