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심장학회 적정성평가 거부 사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허혈성심질환 통합평가 시범사업'을 계속 진행하기로 했다.
대신 평가자료를 내지 않은 병원들이 자료를 낼 수 있는 시간을 더 주기로 했다. 여기에는 빅5를 포함한 대형병원들이 포함돼 있다.
이후에도 자료를 내지 않은 병원들에게는 '0점' 처리를 통한 '5등급'이라는 불이익을 줄 것인지 여부는 평가결과가 나온 후 다시한번 중평위에서 논의될 예정이다.
심평원은 최근 중앙평가위원회(위원장 이석현)를 열고 이같은 내용의 '허혈성심질환 통합평가 관련 안건'을 심의했다.
그러나 적정성평가 거부를 선언하며 심평원과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대한심장학회와의 갈등이 봉합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오히려 대한병원협회와 대한의사협회도 심장학회에 힘을 싣고 있어 점점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 대한심장학회의 주도로 빅5를 비롯한 일부 상급종합병원들이 적정성평가 자료를 내지 않으며 평가자체를 거부하고 있는 상황이다.
평가대상 276곳 중 75%가 자료를 낸 상태. 문제는 심장환자를 가장 많이 본다는 대형병원들이 25%에 속해있다는 것이다.
심평원과 심장학회는 지난 5월 이후 세차례 이상 간담회를 가지면서 합의점을 찾아가는 듯 했다.
심장학회와 심평원이 공감대를 형성한 부분은 크게 두가지.
하나는 급성심근경색증(AMI) 평가가 시행된지 5년이 지난만큼 그동안의 평가가 잘 이뤄졌는지를 '평가'하는 연구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또다른 하나는 평가자료를 제출한 기관들의 자료만으로 평가를 한 뒤 나온 결과로 다시한번 평가지표에 대해서 논의한다는 것이다.
훈훈한 분위기가 돌변한 것은 지난 21일 열린 중평위.
심장학회는 중평위에 '기습'적으로 안건을 올려 그동안의 간담회를 무의미하게 만들었다고 비판하고 있다.
여기에다가 자료를 안낸 병원들에 0점, 5등급이라는 불이익을 준다는 소문까지 전해지면서 불쾌함을 표시했다.
심장학회 김병옥 보험이사는 "아쉽다"라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전문영역에 대해서 정부가 평가를 할 테니까 따라오라는 식이다. 의료기관 줄세우기를 하려는 명분 만들기에만 급급한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학회도) 심평원과 같이 갔으면 좋겠다. 합의를 다 해놓고 중평위에서는 자료 안낸 병원들에게는 불이익을 준다는 식으로 분위기를 몰고 갔을 것"이라고 말했다.
자료 안낸 병원 5등급 불이익?…반감 증폭
심평원 측은 오해가 섞여 있다고 해명했다.
심평원 관계자는 "중평위에서 결정된 내용은 시범평가를 예정대로 진행하되 유예기간을 줘서 자료를 수집하기로 한 것이다. 유예기간은 실무부서에서 정하기로 했다"며 "조사표를 안낸 병원에 불이익을 줘야 할지에 대해서는 최종 결정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메디칼타임즈>가 입수한 중평위 회의록에 따르면 자료 제출 비협조 요양기관은 보건복지부 고시 범위 안에서 불이익을 주도록 담당부서에 의뢰키로 심의했다.
담당부서인 급여평가실은 자료를 안낸 병원은 평가등급을 최하위 등급인 5등급으로 하고, 비협조 요양기관이라는 사유를 달아 공개하는 방안을 고려중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심평원 관계자는 "담당부서가 불이익을 줘야 한다는 입장이라도 중평위에서 최종 결정해야 하기 때문에 평가 결과가 나온 후 생각해 볼 문제"라고 선을 그었다.
중평위 위원 중 상당수도 불이익을 주는 데 반감을 표시하고 있었다.
회의록를 보면 A위원은 "비협조 기관에 5등급을 주는 것은 너무 강력한 조치로 반발 우려가 있다. 현재 시행중인 평가가 많아서 요양기관의 행정부담이 큰 것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의협 병협도 발끈 "협회 차원서 강력 대응할 것"
문제는 여기서 끝난 게 아니다. 중평위 회의에 참석한 공급자 단체 관계자를 비롯해 일부 위원들까지 불편한 심기를 내비치고 있다.
중평위에 참석했던 한 위원은 "심평원이 원하는 방향으로 회의 분위기를 주도했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고 털어놨다.
중평위 회의에서는 심장학회의 의견도 들어봐야 한다는 주장도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B위원은 "학회의 속사정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학회 책임자가 해명할 기회가 필요하다"고 의견을 밝혔다.
C위원도 "어떤 의도성 때문에 반발이 있었는지 파악이 필요하기 때문에 다음 중평위 회의 때까지 심장학회, 심평원, 제3자가 모여서 논의한 후 보고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는 소수의 의견에 불과했기 때문에 학회의 입장을 들어볼 수 있는 기회조차도 박탈됐다. 그리고는 자료제출 기한을 연장하는 쪽으로 합의를 이뤘다.
대한의사협회와 대한병원협회는 각각 심장학회와 논의한 후 협회 차원에서 강력 대응하겠다는 방향을 설정했다.
병협 관계자는 "적정성평가를 비롯해 심평원 주관 회의에 대한 문제점이 이번뿐만이 아니다. 여러 사례를 묶어 공급자 단체들과 논의해 앞으로 방향을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