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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양병원들 동네북 신세…순기능 병원도 죄인 취급"

이창진
발행날짜: 2014-09-05 05:20:26

윤해영 회장, 복지부 규제책 쓴소리…"저수가 등 제도개선 시급"

"요양병원들이 큰 시련을 겪고 있지만 좌절하지 않고 노인의료 주체로서 정체성 확립을 위해 만전을 기하겠다."

윤해영 회장.
대한노인요양병원협회 윤해영 회장은 4일 기자간담회에서 정부의 연이은 압박정책으로 침체된 회원병원들의 분위기를 전하면서 올바른 제도 개선을 강력히 요구했다.

보건복지부는 스프링클러 의무 설치와 요양보호사 3교대 근무, 당직의료인 관련 규정 등 요양병원 안전관리 방안을 공표한 데 이어 전체 요양병원 전수조사를 통해 사무장병원 등 불법요양병원 적발 등 경찰청과 합동단속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단속결과, 전국 1265곳 중 143곳 병원의 불법행위를 적발했으며 의사를 포함한 394명을 검거하고 11명을 구속했다.

또한 사무장병원 34곳 및 허위부당청구 등 불법의료기관 39곳를 적발하고 건강보험진료비 902억원을 환수 조치한다는 방침이다.

윤해영 회장은 "고령사회에서 요양병원의 순기능에도 불구하고 지금은 동네북 신세로 전락했다"면서 "정부에 모든 요양병원을 없애도 괜찮다는 것이니 되묻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사무장병원은 사회악으로 정부가 적극 해결하려는 점을 환영한다"고 전제하고 "문제는 상당수 사무장병원이 법망을 피해 의료법인으로 일치감치 전환했다는 점에서 요양병원들이 느낀 단속결과 체감도가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윤 회장은 "암 조직을 도려내려면 유능한 외과의사가 필요하다. 하지만 지금은 선무당 형태로 부작용과 함께 순기능 요양병원까지 죄인 취급을 받고 있다"며 마구잡이식 정부 정책을 강하게 질타했다.

요양보호사 3교대 의무화 등 요양병원 안전관리 방안의 실효성도 제기했다.

윤 회장은 "요양보호사와 스프링클러 의무화 당직의료인 규정은 현장여건이 전혀 반영되지 않은 무리한 정책"이라면서 "일례로, 간병인과 요양보호사는 전혀 다른 개념이다. 수가를 주지 않는다면 제도를 따라갈 병원이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또한 "단속결과에서 나타났듯이 다수 요양병원이 비현실적 당직의료인 제도로 시정명령 등을 받았다"며 "잘못된 제도로 선의의 피해를 입고 있지만 마치 전체가 불법집단으로 비춰지고 있다"고 꼬집었다.

윤해영 회장은 "요양시설과 올바른 역할 정립과 지원책을 통해 요양병원이 의료 질 향상을 유도해야 한다"면서 "무엇보다 저수가 개선과 간병비 현물급여 실현 등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배석한 우봉식 홍보이사는 "윤리위원회 구성에 박차를 가해 사무장병원 근절을 위해 협회가 적극 나서겠다"면서 "회장을 중심으로 임원진들은 '생즉사, 사즉생' 심정으로 현 위기상황을 대처할 것"이라며 결연한 의지를 피력했다.

협회는 요양병원 순기능을 부각시킬 수 있는 실례로 완화의료를 주목했다.

윤 회장은 "요양병원은 매년 3만 5천명 이상의 암 환자에게 저비용으로 양질의 완화의료를 제공하면서 건강보험 재정 절감에도 기여하고 있다"면서 "하지만 현 암관리법(제22조 완화의료전문기관 지정)에는 요양병원은 대상에서 조차 빠져있다"며 정부의 제도개선을 주문했다.

윤해영 회장은 끝으로 "세월호와 장성 요양병원 화재, 국정감사 준비 등 복지부의 어려운 여건은 이해한다"고 전제하고 "다만, 지속적이고 실현가능한 방안을 내놔야지 따를 수 없는 규제책으로 일관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노인요양병원협회는 오는 25일 백범기념관에서 '위기의 요양병원, 갈 길을 묻다' 주제로 추계학술 세미나를 개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