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흉부외과 전문의의 절반 이상이 개원하고 있는데, 이 중 20%만이 흉부외과 간판을 달고 있습니다. 전공을 살려서는 먹고 살기가 힘들기 때문입니다."
전공의 기피 진료과 1위인 흉부외과 전문의들의 호소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흉부외과 의사의 진로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대한흉부심장혈관외과학회와 의사회가 머리를 맞대기로 하고 구체적인 계획을 가시화 하고 있다.
흉부심장혈관외과의사회 김승진 회장은 "흉부외과 의사로서 개원가와 대학병원 교수가 일을 하는 분야는 다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흉부외과 전문의로서 기관지내시경, 개원가에서 할 수 있는 폐수술을 한 후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다 급여를 청구하면 삭감 처분이 돌아온다. 개원가에서 할 수 없다는 이유를 달면서 말이다"고 토로했다.
그는 "개원가로 나오면 흉부외과 전공을 살릴 수가 없는 환경이다. 정부 당국에서 지원을 해줘야 하는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흉부외과 의사회 학술대회도 개원가에서 먹고 살 수 있는 내용들로 프로그램을 구성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올해 춘계학술대회 역시 흉부외과 개원가에서 많이 하고 있는 하지정맥류 세션을 비롯해 통증치료, 주사요법에 대한 세션이 마련됐다.
기존과 달라진 점이 있다면 늑골, 흉막염, 골절에 대한 초음파 진단 프로그램이 하나 더 추가된 것.
김승진 회장은 "방을 두개로 확대해 초음파 진단 부분을 추가했다. X-레이는 기사도 따로 둬야하는 등 규제가 많고 복잡해 초음파 진단이 보다 쉽다. 내년에는 실질적으로 개원가에서 많이 하고 있는 미용외과, 유방성형 등에 대한 프로그램도 마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흉부외과의사회의 활로 찾기 고민에 학회도 동참하고 있다. 마냥 개원의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인식하고 있기 때문.
흉부심장혈관외과학회 장병철 회장(세브란스병원)은 "대학병원에서는 보다 중증도가 높은 수술을 한다면 개원가에서는 기관지내시경, 다발성 손상 등에 대해 커버할 수 있다. 의사회와 학회가 동떨어진 것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선경 이사장(고려대 안암병원)도 "레지던트 3분의 2가 트레이닝 후 개업하거나 봉직의로 나갈 예정이라고 한다. 개원가의 문제만이 아니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우선 학회와 의사회는 내년 춘계학술대회부터 공동으로 개최하기로 했다. 사흘 일정 동안 이틀은 학술적인 부분에 치중한다면 나머지 하루는 의사회 학술대회를 여는 식이다.
선경 이사장은 "전공의들이 선배 의사들의 다양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공론의 장을 만들어야 한다"며 "개업이나 봉직의 길로 나갈 수 있도록 학회 차원에서 트레이닝 프로그램을 바꿔야 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학회 내에 '1차 진료 연구회'도 꾸린다는 계획도 밝혔다. 의사회에서 제안한 안을 학회가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면서 연구회 구성도 급물살을 타게 된 것이다.
선 이사장은 "전공의 절반 이상이 트레이닝 후에는 개원시장으로 나가야 하는 상황이다. 어떤 게 흉부외과에 맞는 1차 진료 포맷인지에 대해서 의사회와 고민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