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병원은 1500원이면 되는데 여긴 아무것도 안했는데 왜 4500원이나 나와?"
토요가산제가 처음 실시된 지난 4일, 가벼운 감기로 동네의원을 찾은 68세 K씨는 진료비를 내려다 간호사와 한바탕 실랑이가 붙었다.
고혈압을 앓고 있던 그는 정기적으로 다른 의원에서 약을 타고 있는 만성질환자였는데, 최근 일교차가 커지면서 가벼운 감기로 인근 의원을 찾았던 것이다.
간호사는 "토요가산제라는 정부 시책 때문에 환자본인부담금이 확대됐다"고 설명하지만 무슨 내용인지 알기도 어렵고 알고 싶지도 않았다.
결국 K씨는 "토요일에는 병원도 못 오겠구만"이라고 내뱉으며 병원문을 나섰다.
위 사례는 토요가산제 환자본인부담 확대 시행 첫날, 한 개원가의 실제 모습이었다.
이달부터 토요가산제 본인부담금은 0%에서 50%로 확대 시행되면서 초재진 환자들은 300~500원을 더 부담해야 한다. 특히 노인환자는 진료비가 1만5000원이 넘어가면 본인부담이 1500원에서 더 높아진다.
토요가산제 시행을 앞두고 대한의사협회는 지난주부터 "정부지원금 축소로 토요일 진료시 환자본인부담금이 400~500원 인상된다. 병원의 진료비 인상과는 무관하다"는 내용을 담은 포스터를 제작해 일선 의료기관에 배포했다.
서울시의사회도 관련 안내문을 작성해 배포했다.
서울시의사회 관계자는 "토요가산제 본인부담 확대에 따른 환자본인부담 금액이 미미해 포스터를 따로 만들지는 않았다"며 "앞서 65세이상 환자 본인부담금 증가에 대한 포스터는 배포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65세 이상 환자 중 초진 환자와 65세 이상 환자 중 재진 환자가 단순 처치가 포함될 때 정률제에 의해 3배 이상 인상될 수 있다는 부분을 강조했다"고 설명했다.
65세 이상 환자 본인부담금이라는 불합리한 제도개선을 위해 지속적으로 관련부처에 건의했지만 정부에서는 개선되지 않고 있다는 점과 환자들은 제도개선을 위해 보건복지부로 문의해 달라는 내용도 안내문에 포함했다.
"설명시간 길어져 행정낭비, 내년에는 더 문제"
메디칼타임즈가 토요가산제 시행 직후 일부 개원가를 대상으로 문의한 결과 문제가 될 정도로 불만을 제기한 환자는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대신 신환을 받는 데 대한 부담이 크다는 반응이 이어졌다. 토요일 환자가 오히려 줄어들 것이라는 조심스런 추측도 제기됐다.
서울 강동구 K내과의원 원장은 "어차피 진료비를 더 내야 한다는 것은 예고된 상황이었다. 정책에 대해 설명하면 환자들도 받아들일 수 있는 문제일 것"이라며 "서울보다는 노인 환자가 많은 지방 의원들이 골머리를 앓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경기도 C의원 원장은 "생각보다 환자들의 큰 불평은 없었지만 평소보다 직원들의 설명 시간이 길어져 행정낭비가 뒤따를 수 밖에 없다"며 "환자본인부담 100%로 확대되는 내년이 더 문제"라고 토로했다.
그는 "단골 환자들은 이해를 하고 넘어가는 분위기지만 신환이나 다른 데서 약을 타고 가벼운 질환으로 동네 의원을 찾은 만성질환자들이 불만을 제기한다. 이들에게 설명을 일일이 해줘야 한다는 심적 부담이 크다"고 하소연했다.
서울 J내과의원 원장도 "(진료비가) 500원 더 늘어난 것에 대해서는 컴플레인이 없는데 정액제로 인한 진료비 증가에 대해서는 문의가 이어졌다. 본인부담이 늘어나면 아무래도 환자가 이제 덜 올 것"이라고 털어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