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시행 예정이었던 지역사회 일차의료 시범사업이 여전히 답보상태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달 중 시행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본격적으로 환자를 상대하려면 내년은 돼야 가능하다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시범사업 대상 지자체는 시행에 필요한 예산 편성과정에서 시의회에 발목을 잡히면서 시범사업도 지연되고 있다는 입장이다.
보건복지부는 서울시 중랑구, 경기도 시흥시, 전북 전주시와 무주군, 강원 원주시 등 5개 지역을 대상으로 일차의료시범사업을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복지부가 제기한 일차의료시범사업은 정부와 해당 지자체가 사업비를 절반씩 부담해 지역의사회를 중심으로 일차의료지원센터를 설치한 후 만성질환자 대상 교육 및 상담을 진행하고 관련 수가를 별도로 부여하는 모형이다.
그러나 정부 예산은 이미 시범사업 지역 지자체로 배정됐지만 해당 지자체가 예산편성에 애를 먹으면서 시범사업도 지연되는 모양새다.
메디칼타임즈가 최근 5개 시범사업 지역의 시범사업 진행상황에 대해 확인한 결과 예산 편성을 확정한 곳은 전주시와 원주시 두 곳에 불과했다.
원주시보건소 관계자는 "도비와 시비 각각 25%씩 예산이 편성됐다. 일차의료지원센터장도 선정했으며 지역의사회에 위탁을 주는 형식으로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원주시의사회 관계자도 "보건소가 행정적 지원을 하고 의사회가 주도하는 형태로 시범사업을 진행할 예정"이라며 "다음주 보건소와 협약식을 맺을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일차의료시범사업은 의사들이 손해볼 것 없는 해볼만한 사업이다. 만성질환 관리의 패러다임이 바뀔 수 있는 사업"으로 내다봤다.
다음주 추경예산 편성을 위한 설명회가 예정돼 있는 무주군은 예산 통과를 낙관하고 있다.
무주군 보건의료원 관계자는 "일차의료지원센터는 보건소 주도로 진행할 예정이다. 센터장은 의사회와 논의해 이미 선정했고 센터 인력을 채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중랑구와 시흥시의 경우 시행시기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중랑구는 이달 말에야 추경예산 편성을 위한 시의회 일정이 잡혀 있다.
중랑구의사회 관계자는 "예산을 정부와 반반씩 부담하다보니 기약없이 기다리고 있다. 차라리 정부 자체 예산으로 진행했으면 좋았을텐데 하는 아쉬움의 목소리도 있다"고 토로했다.
이 관계자는 "예산만 통과되면 2~3주내에 지원센터를 오픈할 수 있다. 돈 때문에 브레이크가 걸린 상태에서 2개월이나 지나니 김이 새는 느낌"이라며 "센터 마련과 직원 교육 등의 과정을 감안하면 적어도 내년은 돼야 환자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시흥시는 시의회가 시범사업 운영 방식을 문제삼고 나서 예산 편성을 불가한 상황이다.
시흥시보건소 관계자는 "시의회가 시범사업 자체를 동의해주지 않고 있다. 이달 중순 다시 예산심의가 열리는데 설득에 최선을 다할 예정"이라며 "의사회에는 늦어질 것이라고 설명해놨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관심 쏠려 있는 상담 수가는 얼마?
시범사업 과정에서 의료계 가장 큰 관심은 교육상담 수가다. 재진 진찰료 수준보다 약간 낮은 8000~9000원 사이에서 정해질 것이라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
한 의사회 관계자는 "상담수가가 재진 진찰료보다 조금 더 낮은 8000원 선이라고 들었는데 너무 낮은 액수"라며 "수가가 너무 낮으면 사업에 참여하는 장점을 못느껴 의사 참여도가 낮아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다른 의사회 관계자도 "의사들이 사업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하는데 수가가 너무 적으면 오히려 손해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복지부 관계자는 구체적인 수치에 대해서는 언급을 피하며 "논의 중"이라고 일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