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가족부가 성범죄자에 대한 경력조회 절차를 간소화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의료계는 의사를 성범죄자 취급하는 것에 대한 문제의 해결이 우선이라고 주장했다.
최근 여가부는 인터넷을 통한 성범죄 경력조회 시스템을 도입하고 청소년성문화센터에 종사하는 인력기준을 완화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아청법)' 시행령·시행규칙 개정안을 마련해 다음달 11일까지 입법예고한다고 밝혔다.
개정안에 따르면 성범죄자 경력 조회를 위해 그 동안 관련기관의 장이 관할경찰서를 방문하던 것을 인터넷을 통해 할 수 있도록 절차를 간소화했다.
성범죄 경력조회 신청서 등 각종 서식에서 대상자 주소 등 신상 정보를 최대한 줄이고 최소 정보만으로 신청이 가능토록 서식도 간소화했다.
의료계는 근본적인 문제는 절차가 아니라 조회 의무화와 처벌에 있다는 입장이다.
서울시의사회 임수흠 회장은 "요즘 봉직의 등 의사뿐 아니라 다른 직원들도 한달만에 그만두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일일이 조회를 다해야 하고 잘못한 책임은 의료기관에 두고 있다"며 "이로 인한 행정적 로딩이 상당한데 조회를 안하면 처벌이 따른다는 근본적인 점에 대한 불만이 높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임 회장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것을 무리하게 하는 것도 문제가 있다"며 "여러 상황이 있을 수 있는데 모든 책임을 의료기관으로 돌리면 안 된다"고 덧붙였다.
유독 의사에게만 처벌이 강한 제도 자체에 대한 거부감도 드러냈다.
그는 "유독 의사들에게만 행정적인 것이나 아청법 등이 강하게 적용되는 제도 자체에 대한 불만도 상당하다"며 "의료인에게 지나친 잣대를 들이대 처벌을 무겁게 해놓고 성범죄 경력 조회의 의무까지 부여하고 지키지 못하면 처벌하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의사의 성범죄 경력 조회 자체가 문제라는 의견도 있다.
대한의원협회 윤용선 회장은 "경찰서 가서 하는 것을 인터넷으로 하는 것이 문제가 아니다"며 "절차가 간소화됐다고 하더라도 의사에 대한 성범죄 경력 조회 자체가 잘못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윤 회장은 "대진의의 경우 잠깐 하루 몇시간 근무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를 위해 성범죄 경력 조회를 해야 하는 것은 의사들을 잠재적 범죄자 취급하는 것이고 행정적으로도 과하다"며 "실제로 의료의 특성 상 갑자기 진료현장에서 대진의가 필요하거나 의료인이 필요할 때 빠른 인력수급이 이뤄져야 하는데 그럴 때마다 성범죄 경력을 조회해야 한다는 것은 굉장히 번거롭고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의협 역시 성범죄 경력 조회가 간소화됐다고 하더라도 의무화라는 이유로 부정적 입장을 보였다.
의협 관계자는 "특정 직종에 대해 유난히 타이트하게 성범죄를 적용하는 것은 큰 틀에서 일정부분 이해하지만, 절차를 간소화 했다고 해도 조회의 의무화에 대해서는 바뀐 게 없기 때문에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자율적으로 하는 게 합리적이지, 의무화 또는 강제화하는 것에는 반기를 들 수 밖에 없다"며 "고도의 윤리의식이 요구되고 자율정화에 의해서 노력을 보이려는 장치가 있는 게 좋지, 의무화하고 강제화하는 것에 대해서는 취지에 맞지 않고 사회의 움직임과도 맞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는 "성범죄를 저질러 문제가 되는 점에 대해서는 엄격하게 책임을 물어야 하는 것은 공감한다"며 "그러나 선량한 대부분 의사들까지 범죄자 취급하는 것에 대해서는 사회전반에 미치는 파장을 감안할 때 바람직한 방향이 아니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