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리베이트 척결을 위해 환자들이 직접 나섰지만 현실의 벽은 높았다.
법원은 리베이트가 약값 상승에 기여했으며 이 때문에 환자들이 약값을 더낸 것은 상관관계가 없다고 봤다.
서울중앙지방법원 제31민사부는 암환자 5명이 5개 제약사 8개 약을 대상으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고패소 판결을 내렸다.
이들 환자는 지난해 1월 의약품 리베이트로 인한 약값 인상분만큼 환자가 부담한 금액을 돌려달라는 내용으로 소송을 제기했다.
소송대상이 된 제약사와 약은 2003~20011년 리베이트 제공행위로 적발된 ▲동아제약의 스티렌, 가스터, 오팔몬 ▲GSK 조프란 ▲중외제약 가나톤, 뉴트리플렉스 ▲대웅제약 푸루나졸 ▲한국MSD 칸시다스, 코자 등이다.
이번 소송은 지난해 소비자시민모임과 한국환자단체연합회가 합심해서 만든 의약품리베이트감시운동본부가 주도했다.
원고 측은 "제약사들이 의료기관과 공모해서 의료기관에 제공한 리베이트만큼 약값을 올려 최종 소비자인 환자들에게 재판매하기로 담합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원고들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실거래가 상환제 하에서 의료기관은 굳이 제약사와 공모해서 의약품 가격을 담합할 동기나 필요가 없었다"고 밝혔다.
또 "제약사는 리베이트를 의약품 납품대금을 직접 할인하는 형태로 제공한 것이 아니라 현금, 회식비, 학회경비, 골프접대 등의 형태로 처방사례비나 약품채택비 등을 지급한 것"이라며 "유인 내지는 사례 성격을 지닌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제약사가 의료기관에 리베이트를 제공한 행위와 최종 소비자인 환자들이 리베이트 액수가 포함된 가격으로 약을 고가에 매입한 것 사이에는 인과관계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대신 재판부는 정부의 약가제도 허점을 지적하며 소비자 개개인이 제약사를 상대로 제기하는 소송은 법률상 어려운 부분이 있기 때문에 소송보다는 제도개선으로 풀 문제라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리베이트 관행은 의약품의 유통체계와 불합리한 의료보험 약가제도 등 구조적인 요인에서 발생한 것"이라며 "약을 최종적으로 구입한 소비자 개개인이 제약사의 리베이트 때문에 법률상 손해를 입었다고 평가할 수 있는지는 별개의 문제"라고 봤다.
이어 "의약품 유통구조를 합리적으로 개선하고, 시장형실거래가 상환제처럼 약값이 수요와 공급의 원리 및 가격경쟁에 따라 정해질 수 있도록 약가제도를 손질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와함께 "리베이트에 대한 제재를 강화하고 적발했을 때는 엄정한 환수조치 등을 취해야 한다. 환수액의 규모를 고시되는 의약품 상한가 산정시 적절히 반영하는 등의 조치를 위하는 등으로 해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