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영리화가 우려되는 경제부처 주도 법안 제정을 놓고 여야의 상반된 시각을 보여 법안 추진 과정에 난항이 예상된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위원장 정희수)는 4일 전체회의를 열고 '서비스산업발전 기본법안' 공청회를 개최했다.
앞서 기재부는 지난 7월 농림어업이나 제조업 등을 제외한 경제활동관계 산업을 서비스산업으로 규정하고, 서비스산업 생산성 향상을 위한 제도개선을 골자로 한 '서비스산업발전 기본법안'을 국회에 제안한 바 있다.
의료계는 의료영리화와 더불어 의사와 약사 등 전문 직종으로 국한된 보건의료 업종의 문턱을 낮추고 기재부 중심으로 보건의료 정책을 주도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의사협회를 비롯한 5개 의약단체는 지난달 28일 공동 성명을 통해 "서비스산업발전 기본법은 보건의료 영리화 정책의 일환"이라면서 "영리병원 허용시 의료비 상승과 의료양극화, 지역 불균형 등이 우려된다"며 강력 투쟁을 예고했다.
이날 진술인으로 참여한 김남근 변호사(참여연대 집행위원장)는 법 제정에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김 변호사는 "의료와 교육 분야는 국민생명과 미래인력 육성 등 공익적 목적에서 선택이 아닌 필수"라면서 "세계 어느 나라도 의료산업의 특성을 무시하고 획일적이고 통합적인 서비스산업 진흥입법을 추진하는 경우는 없다"고 지적했다.
반면, 한국개발연구원 김주훈 선임연구위원과 국민대 경영학부 김현수 교수는 찬성 입장을 피력했다.
이들은 "글로벌 경제시대에 적합한 법규를 정립한 후 통일적 기준에 따라 개별법 개정 필요성을 검토하면 효과적"이라고 전제하고 "서비스산업 진흥을 위해서는 이에 맞는 옷을 입히고, 맞는 규칙을 만들어야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이어진 토론에서 여야의 입장은 갈렸다.
새누리당 나성린 의원은 "서비스발전 법안을 놓고 의료민영화라는 시각이 있다"며 "이같은 우려가 가능한가"라며 사실상 과다해석임을 전제로 질의했다.
김주훈 위원은 "의료수가와 해외환자 유치와 의료플랜트 수출 등 의료산업을 영역이 다르다"며 의료민영화 우려를 일축했다.
새정치민주연합 박원석 의원은 "제조업을 제외한 모든 산업을 서비스산업을 규정하고 기재부장관이 위원장인 선진화위원회 구성 등 법안에 우려점이 많다"면서 "복지부가 기재부 산하 부서로 전락할 수 있다"고 꼬집었다.
같은 당 오제세 의원은 "의료규제를 푼 선진국이 저성장 상태인데 규제 때문에 서비스산업 성장이 낮다는 주장에 동의할 수 없다"며 "법은 강제력과 이해관계가 달려 있어 신중해야 한다"고 선을 그었다.
오 의원은 "기재부에서 복지부 의료정책 등 모든 권한을 가져갈 수 있다는 점에서 반대한다"고 전하고 "한국 의료는 이미 세계 수준이다. 서비스발전법안이 가치중립적, 시기가 늦었다고 주장하면 안 된다"고 비판했다.
박영선 의원도 "의료 분야는 이미 규제 속에 발전하고 있다. 의료서비스와 의료산업을 분리한 법안을 제정해 오해와 갈등을 유발시킬 필요가 있느냐"라고 반문했다.
야당과 보건의료단체 모두 의료영리화를 우려한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서비스산업발전 법안 제정 과정에서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