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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무 줄이고 제대로 수련시켰더니 전공의 몰려오네"

발행날짜: 2015-01-13 06:03:23

신년기획②레지던트 높은 지원율 비결은 '수련의 질'…간판은 의미 없어


응급의학과 전공의: "교수님, 심근경색 (환자)입니다."
심장내과 교수: "네, (환자)올려주세요."

오후 3시 40분 명지병원 응급실. 119구급차에 실려온 환자는 크리티컬 패스웨이(Critical Pathway)에 따라 심전도 촬영하자마자 스텐트 시술을 위해 심장내과로 옮겨졌다.

병원에 도착해서 스텐트 시술을 시작하는 데까지는 걸린 시간은 단 29분. 생사를 오가던 급성 심근경색 환자는 목숨을 건졌다.

응급의학과 전공의는 심근경색 환자를 싣고 온다는 연락을 받자마자 사전에 심장내과로 상황을 알렸고 환자가 도착한 이후에는 모든 의료진이 기다렸다는 듯이 일사천리로 일을 진행한 결과였다.

이곳에선 응급 조치를 위해 발을 동동 구르며 안절부절하는 상황은 남의 병원 얘기일 뿐이다.

중증외상 환자도 마찬가지다.

밤 10시 37분 명지병원 응급실. 교통사고를 당한 중증외상 환자가 구급차에 실려 오기가 무섭게 외상외과 스텝이 바로 투입됐다.

환자는 외상외과 전문의의 신속한 조치로 안정을 찾았고 중환자실로 옮겨졌다. 시간은 밤 12시 25분, 중증외상환자가 응급실에 실려온 지 불과 2시간이 채 지나지 않은 상태였다.

게다가 명지병원 응급실 내원 환자는 연 5만여명으로 하루 평균 140여명, 주말은 200여명 꼴로 응급실 내원환자가 많은 편.

명지병원 응급실. 내원환자가 많음에도 불구, 환자 대기를 최소화 하는 시스템을 구축해 전공의 수련 질까지 높이고 있다.
명지병원 응급실이 한산할 수 있는 비결은 뭘까. 결론은 의료진의 업무 로딩을 최소화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명지병원 응급의학과는 중증외상, 뇌혈관, 심장질환 등 중증 3대질환에 대해 전공의를 거치지 않고 스텝(전문의 의료진)을 투입하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실제로 명지병원은 응급의학과 스텝 8명, 외상외과 2명 총 10명의 의료진을 응급실에 배치했다.

그 결과는 환자는 최적의 치료를 받을 수 있고 전공의는 업무부담을 줄이고 실질적인 수련에 집중할 수 있게 됐다.

명지병원 응급의학과 한 레지던트는 "응급실에 머물고 있는 환자가 많을수록 전공의들의 업무 로딩은 커질 수 밖에 없다"며 "당장 환자 민원이 늘기 때문에 이를 처리하느라 스트레스도 커지는데 환자 로딩을 줄여줌으로써 응급 환자에 주력할 수 있다"고 말했다.

상당수 응급의학과 레지던트가 응급실 환자의 민원을 처리하느라 시간을 보낼 때 명지병원 응급의학과의 전공의들은 중요한 술기를 익힐 수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실제로 명지병원은 2006년부터 응급의학과 수련을 시작한 해에 전공의 1명이 나간 것을 제외하고는 이탈한 경우가 없었다.

2015년도 레지던트 1년차 모집에서도 당초 정원은 2명이지만 탄력정원을 도입, 3명을 채웠다.

김인병 응급의학과 과장
명지병원 응급의학과에 레지던트 지원이 몰리는 데에는 또 다른 이유가 있었다.

명지병원 응급의학과에는 인턴이 없다. 응급실에 오는 모든 환자의 초진에 레지던트가 투입된다.

처음엔 불만도 많았다. 하지만 12시간 당직 이후엔 24시간 오프를 확실하게 보장한다는 조건을 내걸었다.

응급의학과 김인병 과장은 "인턴의 빈자리까지 채워야하니 업무강도는 높지만 오히려 초진부터 레지던트가 맡아서 하다보니 자연스럽게 응급환자 진료에 속도가 붙고 환자 로딩이 줄어드니 전공의들의 업무로딩도 줄었다"며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졌다"고 말했다.

또 소아응급센터를 운영하는 명지병원 응급의학과는 전공의 3~4년차만 투입, 질 높은 의료서비스를 제공한다.

고년차 레지던트가 진료를 맡다보니 응급실에서 진료 후 퇴원조치하는 일이 많아졌다.

김인병 과장은 "소아응급은 환자 이외 보호자를 상대해야하는 일이 많고, 또 여기에는 보호자를 응대하는 것은 경험이 중요하기 때문에 고년차를 투입한다"며 "이와 함께 소아응급 이외 트라우마 환자까지 경험을 쌓을 수 있다"고 전했다.

민영기 응급의학과 과장
아주대병원 응급의학과도 개원 이래 단 한번의 미달이 없을 정도로 전공의들이 몰리는 곳이다.

심지어 인턴을 시작하면서부터 응급의학과에 찾아와 지원 의사를 밝힐 정도다. 간판을 쫓기 보다는 당장 배울 수 있는 게 많다는 점에서 선호하는 것이다.

아주대병원은 지리적 특성상 인근에 주택, 공장, 농촌이 두루 감싸고 있어 소아환자부터 농약 등 중독환자, 근무 중 외상환자까지 다양한 환자군을 경험할 수 있다는 게 특장점이다.

아주대병원 응급의학과 민영기 과장은 "적어도 우리 병원에서 수련을 받은 전공의는 혈액투석은 물론 중독환자, 외상환자 등 다양한 환자를 경험하기 때문에 수련 이후 자신이 원하는 어디든 갈 수 있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이어 "레지던트 모집에서 수년간 좋은 결과가 있는 것은 무엇보다 수련을 통해 평생 응급의학과 의사로서 살아남는 데 강력한 무기를 만들 수 있다는 것 아니겠느냐"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