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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빛어린이병원 참여 의원의 고백 "아니다 싶으면 반납"

박양명
발행날짜: 2015-03-17 05:38:20

제주 연동365의원 "한달에 인건비만 8천, 홍보효과 없이 적자"

[기획]달빛어린이병원의 허와 실

정부는 올해 약 40억원의 예산을 투자해 달빛어린이병원을 20개로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는 개원가 붕괴를 가속화 시키는 정책이라며 반발하고 있는 상황이다. 메디칼타임즈는 달빛어린이병원 정책에 참여하는 의원의 이야기를 직접 들어보고 대안을 생각해 봤다.|편집자 주|

<상> 달빛어린이병원 참여 의원의 고백-제주 연동365의원
<하> 딜레마에 빠진 소청과
연동365의원 전경
"1년 365일 하루도 쉬어 본 날이 없습니다. 태풍이 와도 항상 열려 있습니다."

1년 365일, 연중무휴. 진료시간은 밤 11시까지, 주말에는 자정까지다. 제주도 연동365의원이 2006년 처음으로 문을 열면서 10년째 지켜온 철칙이다.

야간에도 진료하는 의원이라는 입소문을 타자 하루 평균 500명 이상의 환자가 연동365의원을 찾는다. 환자의 대부분은 저녁에 쏠린다.

연동365의원에는 6명의 의사가 있다. 2명은 가정의학과 전문의와 일반의. 나머지 4명은 소아청소년과 전문의다.

소청과 전문의가 출근하는 시간은 평일 저녁 7시. 주말에는 오전 9시부터 자정까지 종일 근무한다.

낮 시간에는 가정의학과와 일반의 한 명이 번갈아가며 진료를 보고, 소청과 전문의들은 저녁 7시 이후부터 2명씩 출근한다.

연동365의원 입구와 엘리베이터에는 달빛어린이병원 포스터가 붙어있다.
소청과 전문의들의 진료시간이 저녁부터 시작되는 이유는 지난달 '달빛어린이병원'으로 지정됐기 때문이다. 의원으로서는 최초이자 유일하다.

달빛어린이병원은 365일 밤 11시부터 자정까지, 휴일에도 최소 저녁 6시까지 운영하는 소아청소년과 병의원이다. 야간 및 휴일 문을 연 의료기관이 없어 응급실을 이용하는 소아환자의 불편 해소 차원에서 지난해 9월부터 시범 운영 중이다.

보건복지부는 연간 평균 1억8000만원의 보조금(월평균 1500만원, 국가와 지자체 50대 50 부담)을 지원한다.

제주 연동365의원 김군택 원장은 "2006년 개원했을 때부터 연중무휴가 콘셉트다. 달빛어린이병원 지정을 위해 주말 진료시간을 기존보다 한 시간 더 늘리고, 직원과 의사를 한 명씩 더 충원했다"고 말했다.

그런데 연동365의원은 달빛어린이병원에 선정됐다는 이유로 소청과 개원의사들의 따가운 눈총을 받고 있다.

소청과 동료 의사들의 시선을 의식해서인지 최근 채용한 전문의는 진료의사 이름을 앞세우는데 거부감을 드러냈다고 한다. 또 다른 전문의는 소청과 의사들의 커뮤니티인 '페드넷'에서 강제 탈퇴를 당했다.

김군택 원장이 배탈로 의원을 찾은 소아 환자를 진료하고 있다.
"늘 해오던 일을 해왔을 뿐인데…"라는 김군택 원장의 한탄이 되돌아왔다.

그는 "응급실을 찾는 소아 환자가 호소하는 증상은 소청과 전문의 입장에서 보면 뻔하다. 토하고, 설사하고, 열나는 증상으로 응급실을 가면 비용은 비용대로 들고, 기다리는 시간도 길고, 소청과 전문의가 봐주지도 않는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밤에 소아 환자를 인턴이 보도록 하는 것보다 전문의가 볼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연동365의원 내부 모습
달빛어린이병원 선정으로 연동365의원에 돌아오는 지원금은 아직 나오지 않은 상태다. 지원금 중 절반은 부담해야 하는 도예산이 깎였기 때문이다. 추경 예산 편성이 끝나는 올 하반기 이후에나 지원금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김 원장은 실제 달빛어린이병원 지원금을 받는다고 해서 수익을 남길 수 있는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

그는 "한 달에 인건비만 최소 8000만원이 들어간다. 소아과 전문의 한 명을 더 구하는 만큼 페이도 더 들어간다. 국가가 달빛어린이병원에 지원해주는 비용은 인건비도 안 된다. 오히려 적자다. 남는 게 아무것도 없다"고 토로했다.

이어 "홍보효과도 사실 모르겠다. 달빛어린이병원에 참여한지 한 달이 지났지만 환자들 입에서 달빛이라는 단어를 이야기하는 사람은 한 명도 못 봤다"며 "들어가는 인력과 시간이 더 많다 보니 일 년 해보고 아니다 싶으면 (달빛어린이병원을) 반납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이유로 달빛어린이병원 지원금에 혹해서 야간 진료에 본격 나서는 선택은 무리가 있다는 것이 김 원장의 생각이다.

현재 소아청소년과의사회는 달빛어린이병원 정책 자체를 반대하며 소아야간가산 수가 인상을 주장하고 있는 상황이다.

김군택 원장은 "소아 야간가산을 올려주면 당연히 달빛어린이병원을 안 하지 않겠나"라면서도 "소청과 개원의들도 야간 진료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