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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령수술, 의료법 안 되면 사기죄·상해죄 적용해야"

박양명
발행날짜: 2015-03-17 12:12:27

유령수술감시운동본부 "5개 성형외과 피해자, 집단 민사소송 검토"

#. 광대뼈 수술을 받기 위해 2013년 8월 서울 G성형외과를 방문한 여성 A씨. 상담실장에게 성형외과 전문의 B씨를 권유 받았다. B씨는 자신을 안면윤곽술 전문의라고 소개하며 "수술을 잘 해줄테니 걱정말라"고 A씨를 안심시켰다. 그러나 A씨는 수술 직후 B씨를 다시 만날 수 없었다.

A씨는 수술 후 3개월이 지났는데도 광대의 마비증세가 이어져 G성형외과를 다시 찾아 B씨를 만났지만 "일년이 지나야 괜찮다"는 답변만 들었다. A씨는 수술 후 약 1년 8개월이 지난 현재까지도 광대 마비 증상을 겪고 있다.

최근 한국환자단체연합회와 (사)소비자시민모임이 이달 초 '유령수술감시운동본부'를 설치하자말자 들어온 환자의 피해 사례다.

유령수술감시운동본부는 17일 서울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유령수술 규탄 및 근절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총 5개 성형외과에서 수술받은 환자 9명에게서 신고가 들어왔다"고 밝혔다.

유령수술감시운동본부는 5개의 성형외과 중 'G성형외과'의 실명만 오픈했다.

환자단체연합 안기종 대표는 "G성형외과에서 유령수술을 해봤다는 의사가 직접 검찰에 고소를 해 현재 수사가 진행중이다. 집도의사의 진술서 등을 통해 유령수술을 했다는 게 명백하기 때문에 이름을 명시했다. 나머지 강남의 성형외과 4곳은 정확한 물증이 없어서 검토중에 있다"고 말했다.

현재 검찰은 2013년 8월부터 11월까지 그랜드성형외과에서 '턱광대뼈축소수술'을 받은 환자들이 고소한 사건을 수사 중이다.

안 대표는 9건의 사례를 접하면서 공식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그는 "대부분의 환자는 광고를 보고 유명한 성형외과를 찾아갔고, 제일 먼저 만나는 사람은 상담실장이다. 여러곳의 수술을 권하면서 할인 혜택을 준다. 유명한 성형외과임에도 수술 날짜가 길어봤자 일주일안에 잡힌다. 마취에 들어갈 때도 의사는 보이지 않았다고 한다"고 설명했다.

유령수술이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지만 법적인 한계에 대한 지적도 이어졌다.

안기종 대표는 "변호사 자문을 받아본 결과 의료법으로 처벌하기에는 마땅치 않다고 한다. 유령수술을 하면 의무기록지가 없다. 의료법 위반이 성립할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사기죄, 상해죄로 처벌이 가능해야 한다"며 "외국에는 판례가 있는데 한국에는 관련 판례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환자 동의없이 집도의사를 바꿔치기 하는 것은 사기죄,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죄가 될 수 있다는 판례를 만드는 게 중요하다"며 "유령수술 문제는 상담실장, 집도의사, 유령의사, 병원장이 모두 결탁한 문제다. 근본적인 문제부터 짚어야 할 문제"라고 덧붙였다.

유령수술감시운동본부는 앞으로 사례를 모아 형사고소 및 집단 민사소송을 위한 법적 검토에 들어갈 예정이다. 또 강남구, 서초구 일다에서 유령수술 근절 캠페인도 전개할 계획이다.

한편, 이날 기자회견장에는 대한성형외과의사회 김선웅 유령수술근절특임이사가 참석했다.

그는 "업계에서 유령수술은 공공연하게 알려져 있는 상황이다. 의사회 차원에서 확보하고 있는 자료를 공유해서 숨어서 벌어지고 있는 어마어마한 범죄를 근절해야 한다. 전국민이 힘을 합쳐야 할 문제"라고 강조했다.

이어 "의사회에도 익명으로 제보가 많이 들어오고 있다. 조만간 관련 사례들을 모아서 의사회 차원에서도 입장을 발표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