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출신 국회의원들이 의료계와 한의계 갈등 양상인 한의사 현대의료기기 사용에 대한 중재안을 제시해 주목된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위원장 김춘진)는 6일 '한의사 의료기기 사용 확대' 관련 공청회를 개최했다.
이날 공청회에 의료계에서는 김윤현 영상의학회 의무이사와 김준성 가톨릭의대 재활의학과 교수가, 한의계에서는 김태호 한의협 기획이사와 이진욱 부회장 등이 진술인으로 참석했다.
양 협회는 여야 의원들의 질의에 '한의사 의료기기를 허용해선 안 된다'(의료계), '정확한 진단을 위해 허용해야 한다'(한의계) 등 상반된 의견을 제시하며 팽팽히 맞섰다.
의료계 진술인 김윤현 이사와 김준성 교수는 한의대 부실한 현대의학 교육 과정을 지적하면서 "한의계가 진단의 70~80%인 현대의료기기 사용을 요구하는 것은 한의학을 스스로 포기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의료계 "한의사 의료기기 요구는 한의학 스스로 포기"
이들은 한의사 의료기기 사용은 의료일원화를 전제로 가능하다며 시기상조라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반면, 한의계 김태호 이사와 이진욱 부회장은 국민 설문조사 결과를 제시하면서 "CT와 MRI는 전문영역으로 존중한다. 정확한 진단을 위해 X-레이, 초음파, 혈액검사기, 소변검사기 등을 허용해 달라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의협 임원진은 협회와 학회 교육으로 미흡한 현대의학 실습 부족을 보완할 수 있다고 반박했다.
여야 의원들의 국민 편의 차원에서 한의사 의료기기 사용 관련 질의를 이어갔다.
새정치민주연합 최동익 의원은 "저용량 X-레이의 경우 교육과정이 까다롭지 않지 않느냐"면서 "뼈에 금이 가거나 부러졌을 경우 과학기술을 활용한 진단 장비를 의사와 한의사 구분하는 논쟁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최 의원의 발언에 김윤현 의무이사는 "저용량이라도 가능한 X-레이를 안 쓰는 것이 바람직하다"면서 "누가 어떤 목적으로 어떻게 사용하느냐가 중요하다"며 한의사 X-레이 허용 문제점을 지적했다.
새누리당 김정록 의원은 "한의계 주장은 검사를 위해 의료기기 사용이 필요하다는 것인가, 치료를 위해 필요하다는 것인가"라고 물었다.
한의협 김태호 기획이사는 "진단기기만으로 진단하는 것은 아니다, 종합적 정보로 의사가 판단하는 것이다"라면서 "당뇨 진단의 경우, 환자 증상과 혈액검사를 종합해 진단을 내린다"고 답변했다.
한의계 "X-레이와 초음파, 혈액분석기 등 허용해야"
이진욱 부회장은 "의료계는 (가능한)X-레이를 안 찍는다고 하나 발목 염좌의 경우, 정형외과에서 빈번하게 찍고 있다"며 "한의사에게 X-레이를 허용하면 중복 촬영을 줄여 비용절감이 확실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새정치민주연합 이목희 의원은 "헌법재판소 결정이 난 상황에서 어떤 식이든 가르마를 타야 한다"며 복지부의 조속한 협의체 구성을 주문하면서 "한의협은 어디까지 사용할 수 있다고 생각하느냐"고 질의했다.
김태호 이사는 "X-레이와 초음파, 혈액분석기, 소변분석기 등을 말할 수 있다"며 한의계가 사용을 원하는 구체적인 의료기기를 나열했다.
김준성 교수는 "시기와 주제를 정해 놓은 협의체 구성을 반대한다"면서 "의료 일원화 문제를 같이 논의해야 협의체가 의미있다"고 주장했다.
새정치민주연합 김용익 의원이 의료계와 한의계에 양해를 구하면서 아픈 부분을 건드렸다.
김용익 의원은 "의료계는 의료일원화 필요성을 제안했는데, 한의학을 의학적 파트너로 인정하느냐"면서 "만약, 한의학이 가치 없다고 생각하면 대화가 되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한의대에서 현대의학을 배웠다는 이유로 X-레이를 판독할 수 있다는 주장에는 동의할 수 없다"고 전하고 "나도 의사이나 X-레이를 판독할 수 있다는 것은 꿈에도 생각하지 않았다. 별도 수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용익 의원 "의사인 나도 X-레이 판독 꿈에도 생각 못 해"
김 의원은 "지난 1994년 한약 분쟁에서 약사들이 한약 조제 근거로 약용식물학을 배웠다는 근거를 제시했다. 한의계 반대 논리는 본초학 개념이 아니라는 것이다"면서 "마찬가지로 X-레이를 배운 것과 서양의학 경험과 훈련을 통한 판독은 다르다. 한의사들이 (X-레이 사용을) 주장할 일은 아니다"라고 못 박았다.
새누리당 김재식 의원은 헌재 결정에 반대하는 의사협회 주장을 지적했다.
김재식 의원은 "의협에서 헌재 결정과 관련 전문가단체 의견을 거치지 않은 공정성이 결여됐다고 주장했다. 의협 주장이 잘못된 게 아니냐"고 추궁했다.
김준성 교수는 "헌재가 안압기와 세극형 현미경 등 안과학회와 의협 등 전문가 단체에 질의하지 않고 한의협과 복지부 한의약정책과 의견을 토대로 결정했다"며 의협 주장의 타당성을 주장했다.
논의가 공회전을 거듭하자 의사 출신인 김용익 의원과 문정림 의원이 중재안 등을 제시했다.
김용익 의원은 "국가가 의사면허를 주는 것은 의료행위 권한과 동시에 무면허 행위에 배타성을 부여한 것"이라면서 "여기에는 국민 건강이라는 의학적 부분은 의사와 한의사가 책임을 지라는 책임성도 있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한의사 의료기기 논란은 밥그릇 성격이 분명히 있다. 핵심 결정은 의학적 판단, 오로지 의료인만 판정할 수 있다"며 "정치적인 결정 사안이 아니다. 의사와 한의사 두 단체가 결정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김용익 의원은 "한쪽은 요구하고, 한쪽은 반대하며 책임을 미루는 것은 두 단체 모두 전문성을 가지지 못한 것"이라고 지적하고 "제일 좋은 방식은 국회와 정부 개입 없이 스스로 결정하는 것이다. 양 단체가 협의해서 결정하는 과정 자체가 전문성을 조율하는 시금석이라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양 단체가 스스로 협의체를 구성해 결정한 사항을 가져오면 국회와 정부가 거부할 이유가 없다"며 "결정 과정이 1년이든 10년이든 스스로 하지 않으면 (갈등)고비를 넘을 수 없다고 단언한다"고 말했다.
새누리당 문정림 의원은 "정부 입장이 중요하다"고 전제하고 "복지부가 경제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의구심을 떨칠 수 없다. 한의사 의료기기 허용으로 의료비 절감과 한의원 해외환자 유치가 가능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닌가"라고 꼬집었다.
문정림 의원 "경제성 초점 맞추고 있다는 의구심 든다"
문 의원은 "국민 안전성과 유효성, 접근성 등 어느 것이 우선인지 고민해야 한다. 해외환자 유치와 의료비 절감 목적으로 간다면 쟁점이 복잡해진다"며 정부의 냉철한 판단을 주문했다.
이에 복지부 이동욱 보건의료정책관은 "협의체 구성을 준비하고 있다. 국민 건강과 질병치료에 초점을 두겠다"고 답변했다.
오후 3시간 넘게 진행된 국회 공청회는 김춘진 위원장을 비롯한 새누리당 문정림 의원과 박윤옥 의원 그리고 새정치민주연합 김용익 의원 등 4명 국회의원만 끝까지 자리를 지킨 가운데 마무리됐다.
김용익 의원이 제안한 의사협회와 한의사협회 협의체 구성에 대해 복지부와 양 협회가 어떤 입장을 보일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