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년 이상 '직선제'와 '대의원회 정상화'를 놓고 공회전을 거듭하고 있는 대한산부인과의사회 내분이 학술대회장에서도 이어졌다.
19일 서울 63시티에서 열린 산부인과의사회 제33차 춘계학술대회장에는 '회장 직선제 전환 서명운동'을 위한 작은 책상이 등장했다.
직선제추진위원회 김동석 준비위원장은 "구태의연한 집행부가 아닌 발로 뛰는 유능한 집행부가 필요하다. 우리를 대변하지 못하고 제대로 된 대표가 없다면 회원이 직접 나서야 한다"며 회원 참여를 촉구했다.
책상 주위로는 김동석 준비위원장과 뜻을 같이 하는 회원들이 '잃어버린 15년 회원권리', '회장 간선제? 회원은 고객님?' 등이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나서 눈길을 끌었다.
산부인과의사회 서울지회와 경기지회는 집행부의 불순한 회계를 지적하는 공동 성명서도 배포했다.
서울·경기지회는 "산부인과의사회는 회원들이 배제되고 소수가 18억원의 예산을 사용하는 기형적 구조다. 주인은 회원이다. 회장은 주인인 회원의 손으로 선출해야 한다"며 직선제를 요구했다.
그러나 사전 보고없이 학술대회 당일 부스를 만들어 무작정 서명운동을 진행하고 피켓시위까지 하는 것은 절차에 어긋난다는 집행부의 지적이 나왔고, 서명운동은 약 1시간여만에 중단됐다.
"자중지란에 빠진 산부인과의사회, 대의원총회부터 열자"
집행부는 기자간담회를 갖고 "간선제든 직선제든 정관 개정이 먼저"라며 "정관 개정을 하려면 대의원회가 정상화 돼야한다"며 절차의 중요성을 내세웠다.
박노준 회장은 "일각에서 직선제 회원 투표를 주장하고 있지만 정관 개정 없이는 누가 소송하든 무효가 된다. 정관 개정없는 사원총회 투표는 무효라는 대법원 판례도 있다. 법원은 무조건 정관을 우선으로 한다"고 강조했다.
박 회장은 "산부인과의사회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부분이 차기 회장 선출이지만 회무 또한 중요하다. 회무 집행을 위해서 예결산 승인이 필요하고 감사 선출도 해야 하기에 대의원총회는 반드시 열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집행부는 예산 사용에 있어 부정이 없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조병구 총무이사는 "단순히 예산액이 높다고 해서 부정이 있을 것이라는 주장에 대해서는 생각이 필요한 부분"이라며 "서울시의사회와 산부인과의사회 예산과 비교해서 비난하는데 단순 수치만 놓고 보면 숫자상 오류에 빠질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이어 "(회계상) 문제가 있다면 (문제를 주장하는 측이) 입증을 해야지 오해할 수 있는 내용으로 선동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덧붙였다.
집행부는 합의점을 찾아서 6월쯤 임시대의원총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박노준 회장은 "산부인과의사회는 말 그대로 자중지란에 빠져있다. 그동안 여러 방면으로 정상화 방안을 모색했지만 계속 번복되고 있다. 대외적으로도 부끄러운 일이다. 계속 설득을 해서 합의점을 찾아 임총을 열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