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CS는 한국이 전자의료기기분야에서 세계적 수준의 기술력을 갖춘 몇 안 되는 품목 중 하나.
국내 PACS시장은 1994년 설립된 대한PACS학회로 태동해 1999년 PACS 보험급여 적용을 계기로 급속한 성장세를 보였다.
이후 2000년 의약분업부터 2005년까지 수많은 병원들이 PACS를 도입, 방사선필름을 디지털영상으로 대체한 ‘Filmless Hospital’ 시대를 앞당겼다.
PACS시장을 논할 때 특히 ‘2005년’은 중요한 상징적 의미를 갖는다.
2005년은 병원급 의료기관 PACS 도입이 일단락된 동시에 시장점유율 1위 인피니트헬스케어가 2위 마로테크를 인수합병, 업체 난립으로 혼탁했던 시장을 재편한 해이기 때문이다.
정확히 10년이 지난 2015년 PACS시장은 어떠한 모습일까?
인피니트헬스케어가 여전히 시장점유율 1위라는 점과 경쟁업체를 인수해 덩치를 키운 점은 예나 지금이나 달라진 게 없다.
하지만 시장점유율 2위 ‘메디칼스탠다드’가 중소병의원·지방의료원·보건소 PACS 교체사업을 연이어 수주하며 지각변동을 예고하고 있다.
인피니트헬스케어 아성을 ‘조금씩 천천히’ 허물고 있는 PACS업계 2위 메디칼스탠다드의 ‘이유 있는 반란’을 소개한다.
골리앗과 맞선 다윗의 ‘이유 있는 반란’
현재 국내 PACS업체는 대략 6곳 정도로 추산된다.
시장점유율 1위 인피니트헬스케어·2위 메디칼스탠다드를 비롯해 군소업체 3~4곳이 PACS를 공급하고 있다.
특히 인피니트헬스케어는 지난해 ‘테크하임’을 종속회사로 편입시켜 덩치를 더욱 키웠다.
사실 PACS 시장점유율 1위와 2위를 나누는 의미 자체가 없을 수도 있겠다.
인피니트헬스케어가 대학병원 대부분에 Full PACS를 공급한 ‘메이저리거’라면, 2위 메디칼스탠다드는 중소병원 중심의 ‘마이너리거’로 엄연한 차이가 있기 때문.
하지만 골리앗과 맞선 ‘다윗’처럼 2위 업체의 존재가 무의미한 건 결코 아니다.
어느 산업이건 독점적인 1위 업체의 시장지배력은 필연적으로 고객 서비스 저하와 비용 상승을 초래한다.
절대적 우위의 독점업체를 견제하고 대체 가능한 2위 업체는 건강한 PACS시장 생태계와 고객 권익 보호를 위해서라도 반드시 필요한 존재.
메디칼스탠다드의 유의미한 행보가 긍정적인 이유를 여기서 찾을 수 있다.
이승묵 대표이사는 세브란스병원 영상의학과 출신 최형식 박사가 2000년 3월 창립한 메디칼스탠다드에 2009년 취임했다.
그는 “메디칼스탠다드는 독자적인 의료영상처리기술을 기반으로 국내 1500개·해외 500개 등 국내외 2000개 사이트를 보유하고 있다”며 “Full PACS는 물론 영상의학·일반클리닉·유방진단과·안과·심장 등 진료과별 특화 솔루션을 내세워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최근 중소병원·지방의료원·보건소 PACS 교체시장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
2005년까지 PACS를 도입했던 중소병원들의 PACS 교체시기가 도래해 메디칼스탠다드와 새롭게 PACS 공급계약을 체결하고 있는 것.
이 대표는 “대략 PACS 도입 10년이 넘어 제품을 업그레이드하거나 새로 도입하는 중소병원이 크게 늘면서 PACS 마이그레이션(Migration·교체시장)이 열렸다”며 “천안충무병원·아산충무병원 등 지난해부터 최근까지 약 20개 중소병원이 메디칼스탠다드 PACS로 갈아탔다”고 강조했다.
공공의료기관인 지방의료원들도 PACS 마이그레이션 바람이 불기는 마찬가지.
메디칼스탠다드는 지난해 김천의료원을 시작으로 포항의료원과 연이어 공급계약을 체결했다.
무엇보다 인피니트헬스케어와 테크하임이 양분한 보건소에서의 선전은 PACS 교체시장의 지각변동을 예고한다.
실제로 2007년부터 2012년까지 보건소 공급계약이 6건에 불과했던 메디칼스탠다드는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이미 6곳에 PACS를 구축한 상황.
이승묵 대표는 “보건소 PACS 도입 시점이 대략 2004년 정도로 지난해부터 교체바람이 불기 시작했다”며 “전에는 인피니트헬스케어와 테크하임이 양분했던 보건소 PACS시장 진입조차 쉽지 않았지만 최근 메디칼스탠다드 PACS로 갈아타는 보건소들이 늘고 있다”고 강조했다.
중소병의원·지방의료원·보건소에서 불고 있는 PACS 교체 바람은 어떤 해석이 가능할까?
업계 일각에서는 특정업체에 의한 시장독과점이 유지보수 비용 인상과 서비스 저하에 따른 고객들의 불만으로 이어져 PACS 마이그레이션 요구로 표출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 같은 흐름은 특정업체 독과점을 견제하고 업체 간 경쟁으로 서비스 질적 향상을 통해 사용자 선택 폭을 넓힌다는 측면에서 매우 바람직한 일이다.
뿐만 아니라 사용자 중심의 PACS 사용 환경을 구축하고 서비스를 제공하려는 업체 노력을 이끌어낸다는 점 또한 긍정적이다.
“아시아·남미·아프리카·중동에 한국 PACS 표준 제시”
PACS는 한국이 해외에 수출하는 유일한 의료용 패키지소프트웨어.
국내 PACS업체들은 제품 개발초기부터 해외수출을 목표로 국제의료영상표준(DICOM)을 준수한 제품을 생산해 전 세계 어떤 의료기관에도 수출이 가능했다.
특히 수요가 정체된 좁은 내수시장을 벗어나 소프트웨어 ‘제값’을 받을 수 있는 해외시장 공략은 PACS업체의 장기적인 존립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메디칼스탠다드 역시 일본·미국시장을 겨냥해 각각 2006년·2007년 현지법인을 설립, 일찌감치 해외시장 문을 두드려왔다.
이승묵 대표는 “올해 초 태국·몽골·멕시코 현지 대리점을 통해 약 100만 달러 규모 수주를 마쳤고, 5월 이후 미국·남미에서도 50만 달러 이상 공급계약을 앞두고 있다”며 “지난해부터 추진한 베트남 옌바이성 종합병원과의 계약도 조만간 이뤄질 예정”이라고 소개했다.
2008년부터 공을 들여온 중동시장 호재 또한 올해 해외매출 기대치를 더욱 높이고 있다.
올해 6월 이란 경제봉쇄 정책이 풀리면 수출 확대에 청신호가 켜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그는 “중동시장은 이란과 사우디가 핵심국가다. 특히 이란은 인구 8000만 명·세계 4위 산유국으로 2008년 진출한 메디칼스탠다드는 현재 100개 사이트를 보유해 시장점유율 3위를 차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6월 경제봉쇄 해제를 앞두고 5월 이란 의료기기박람회(Iran Health 2015) 참가를 계기로 중동시장 수출확대에 적극 나서겠다”고 부연했다.
중동과 더불어 5월 브라질 상파울로에서 열리는 의료기기전시회에 현지 대리점과 함께 참가해 남미시장 공략에도 속도를 낸다.
올해 상반기 출시예정인 ‘클라우드(Cloud) PACS’는 안정적인 수입기반을 위한 메디칼스탠다드의 해외시장 공략 무기.
클라우드는 가상화를 이용한 컴퓨팅 기술로 인터넷상 유틸리티 데이터 서버(일종의 가상서버)에 프로그램을 두고 필요할 때마다 꺼내 쓰는 것을 말한다.
즉, 기존처럼 별도 PACS 구축·내부서버 도입 등 작업을 거치지 않고 병원이 패키지화된 프로그램을 선택해 커스터마이징만하면 바로 사용할 수 있는 솔루션 서비스로 추정된다.
병원 입장에서는 사용한 만큼만 월 사용료를 내고 이용함으로써 초기시스템 도입비용과 유지보수인력 절감은 물론 업무효율성을 높이는 장점이 기대된다.
이승묵 대표이사는 “아프리카·중동·아시아·남미 등 현지 대리점과 함께 병원 EPC(turn-key와 같은 일괄수주방식) 프로젝트로 의료장비와 PACS 공급제안을 많이 한 상태로 현재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EDCF(대외경제협력기금) 차관사업에도 많은 참여제안을 한 만큼 올해 상당한 해외매출 성과가 기대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중동·중남미는 물론 동남아·북아프리카·동유럽·CIS 등 한국 PACS가 진출할 수 있는 신시장이 많다”며 “정부가 병원 건설부터 의료시스템 구축·의료장비 구매 등 ‘의료 플랜트’ 수출을 더욱 활성화해 한국 PACS의 해외 판로개척을 지원해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