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원급 적폐로 지목된 차등수가제에 못지않은 중소병원을 압박하는 제도가 간호등급제(간호관리료 차등제)다."
중소병원 모 원장은 올해로 17년째 지속되고 있는 간호등급제의 문제점을 이 같이 밝혔다.
간호등급제는 1999년 입원환자의 의료서비스 질 향상을 위해 도입됐다. 허가병상 수 대비 간호사 수에 따라 7등급으로 구분해 입원료에 가산과 감산을 부여하는 방식이다.
1~5 등급은 10~15% 가산을, 6등급은 기본, 7등급은 5% 감산한다.
보건복지부가 7일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2010~2014년) 43개(기존 44개) 상급종합병원은 6725억원 입원료 가산을 받았다. 전국 250여개 종합병원도 같은 기간 간호등급제로 9035억원 가산 수혜를 입었다.
반면, 1500여 곳이 달하는 병원의 가산액은 1710억원에 그쳤다. 오히려 7등급에 따른 병원 감산액 총액은 758억원(연 평균 152억원)에 달했다.
이는 종합병원과 병원 감산액 총액인 848억원(상급종합병원 0곳)의 89.4%에 해당하는 수치다.
다시 말해, 간호사 부족으로 입원료를 삭감 당하는 간호등급제 피해액 90%가 중소병원에서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대형병원 간호인력 쏠림에 따른 중소병원 감산이 매년 되풀이 되고 있는 셈이다.
병원계는 중소병원 활성화 차원에서 간호등급제 개선을 지속적으로 요구해왔다.
7등급 폐지를 최우선으로 사문화된 허가병상 수 기준을 실제 가용 중인 입원환자 수 기준으로 개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도 간호등급제 개선 요구가 잇따랐지만 간호사 출신 국회의원들의 완강한 반대에 막혀 답보상태에 머물렀다.
복지부 관계자는 "간호등급제 관련 연구를 통해 장기적으로 개선방안을 검토할 예정"이라면서 "환자 수 기준 뿐 아니라 의료법상 배치의무 기준 등도 함께 고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병원들은 이미 한계에 달한 상황이다.
중소병협 관계자는 "전국 중소병원 1500여 곳 중 80% 이상이 간호사 인력난으로 신고조차 못해 감산 대상인 7등급"이라면서 "총리실 규제개혁위원회 등에 문제를 제기해도 장기적으로 검토하겠다는 입장만 되풀이하고 있다. 병원들이 다 망한 다음 개선하겠다는 것인지 답답하다"고 지적했다.
수도권 중소병원 원장은 "중소병원의 가장 큰 적폐가 간호등급제"라고 말하고 "복지부도 문제점을 인식하면서도 국회와 간호협회 눈치 보기만 하고 있다. 제도 시행 17년 문제가 있다면 의료현실에 맞게 개선해야 하지 않느냐"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