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링거인겔하임은 업계에서 '뒤집기 명수'라는 별명이 있다. 대표적인 예가 DPP-4 억제제 당뇨병약 시장이다. 계열 내 4번째 후발주자임에도 현재 원조 '자누비아(시타글립틴)'와 수위를 다투고 있기 때문이다.
주인공은 '트라젠타(리나글립틴)'. 특히 이 약에 메트포르민을 섞은 '트라젠타듀오'는 지난해 처방액이 328억원으로 전년(154억원) 대비 무려 112.99% 급증했다. 드라마틱한 수치 변화다.
물론 '트라젠타'도 2013년 386억원에서 지난해 428억원으로 50억원 가까이 늘었다.
'트라젠타'의 뒤집기 원동력은 의료계 현장 반응으로 알 수 있다.
국내 의료진들은 '트라젠타'를 '의사 돕는 당뇨병약'으로 부르는데 ▲환자의 신 기능, 간 기능에 상관없이 ▲하루 한 알 단일 용량(5mg)으로 복용 가능하며 ▲별도 모니터링이 필요 없기 때문이다.
베링거 관계자는 "트라젠타는 담즙과 위장관에서 대부분 배설되고 신장에서는 단 5%만 빠진다. 타 DPP-4 억제제와는 분명한 차이점"이라고 설명했다.
뒤집기에는 ARB+CCB 고혈압복합제 '트윈스타(텔미살탄+암로디핀)'도 빠질 수 없다.
지난해 736억원(2013년 685억원)의 처방액을 기록해 앞서 나온 '엑스포지(발사르탄+암로디핀)', '아모잘탄(오잘탄+암로디핀)', '세비카(올메살탄+암로디핀)' 등을 제친지 오래다.
물론 베링거 처방약이 모두 장밋빛은 아니다.
비타민K길항제 와파린 대체약으로 주목받던 야심작 경구용 항응고제(NOAC) '프라닥사(다비가트란)'가 타이트한 급여 기준으로 지난해 처방액이 50억원에도 못 미친다는 점, 2013년 260억원을 합작한 고혈압약 '미카르디스(텔미살탄)' 시리즈가 지난해 218억원으로 크게 줄었다는 점 등은 베링거의 불안요소다.
여기에 SGLT-2 억제제 '자디앙(엠파글리플로진)'의 급여화도 감감 무소식이다.
베링거 첫 항암제 '지오트립'도 업셋? 스피리바 복합제도 주목
향후 주목해야할 베링거 처방약은 무엇일까.
베링거의 첫 항암제 EGFR(상피세포성장인자수용체) 활성변이 양성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지오트립(아파티닙)'도 EGFR 시장에서 후발주자 업셋을 노린다.
전체(OS) 및 무진행 생존기간(PFS)를 기존 치료법보다 크게 늘린 '지오트립'은 국내 허가 8개월만에 급여를 받을 정도로 기대를 받고 있다.
'지오트립'의 LTE급 보험 발매는 기존 치료법과 달리 최초 비가역적 ErbB 패밀리 차단제로 종양 세포의 증식, 전이 및 대사를 돕는 주요 경로를 효과적으로 차단한다는 차별화가 근간이 됐다는 것이 의료진들의 평가다.
여기에 지속성항콜린제(LAMA) '스피리바(티오트로피움)'에 지속성베타2작용제(LABA) '올로다테롤'을 더한 복합제도 사용화에 근접한 상태다.
베링거는 기존 COPD 독보적인 1위 '스피리바' 명성을 이어간다는 계획인데 해당 약제는 주요 3상 TONADO 연구를 통해 단독요법 대비 폐기능 개선 효능에 대한 유효성을 입증했다. 이번에는 '업셋이' 아닌 '수성'을 노린다.
참고로 '스피리바'는 최근 천식 적응증을 받았다. 추가적인 처방 증대가 예고되는 대목이다.
이밖에 미국 FDA에서 획기적인 치료제로 지정된 후 4개월 만인 지난해 12월 미국 허가를 받은 '오페브(닌테다닙)'도 베링거의 기대주로 꼽힌다.
이 약은 질병 진단 후 평균 생존 기간 2~3년에 불과한 치명적인 폐질환인 특발성 폐섬유화증(IPF) 치료제다. 미국 승인 최초 IPF 치료제다.